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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by 유훈식 교수

AI의 부상과 디자인 패러다임의 변화

AI 기술의 발달로 이제 디자인의 과정과 원리가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기술들은 이미지 생성부터 자연어 처리까지 사람과 유사한 창작 능력을 보이며 대부분의 업무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디자인 분야에도 적용되어 이전에는 디자이너들이 일일이 수행해야 했던 작업들을 자동화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AI 기술 수용에 긍정적인 전문가들은 “AI는 디자이너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 역시 이러한 관점에 동의를 합니다. 실제로 AI는 디자이너의 역량 저변을 넓히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디자인 툴 사용법을 몰라도 누구나 손쉽게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게 되고, 숙련된 디자이너는 AI를 활용해 더욱 독창적인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컨대 AI는 디자인의 ‘벽’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하고, ‘천장’을 높여 최고 수준의 창의성을 증진하는 쌍방향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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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디자이너의 일하는 방식과 역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픽셀 단위로 오브젝트를 정렬하거나 일관된 컴포넌트 디자인을 반복해서 제작하는 등의 일은 AI 툴이 손쉽게 처리해 줄 수 있습니다. Figma의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 부사장 Noah Levin은 “디자이너들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정렬 같은 사소한 작업에 쓰고 있다. 이런 부분은 이제 컴퓨터가 알아서 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Modyfi의 설립자 Joe Burfitt는 반복 작업에서 해방된 디자이너가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지루한 부분을 AI에 위임하고, 다시 창의적 흐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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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I와 함께하는 작업 환경에서는 디자이너의 하루 업무 자체가 달라집니다. 아침에는 전날 AI가 생성해둔 수십 개의 시안 중 영감을 주는 것을 선별하고, 오후에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 툴로 사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종합해 제품 전략 회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AI는 이제 디자이너의 동료처럼 함께 브레인스토밍하고, 시안을 그리고, 사용성을 테스트하는 과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역할의 확장과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등장

디자인 업계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꾸준히 확장되어 왔습니다. 과거 한때 “디자이너”라고 하면 단순히 예쁜 UI를 그리는 사람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디자이너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진화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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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 디자이너 - 미적 설계자

초기 소프트웨어와 웹이 등장하던 시절, 디자이너의 주 임무는 화면에 보이는 그래픽 요소를 예쁘고 읽기 좋게 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기능이 비교적 단순했고 상호작용도 제한적이어서, 디자인에서도 시각적 표현이 가장 강조되었습니다. 이 당시 많은 GUI 디자이너들이 미술 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사용자 경험이나 인터랙션보다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에 집중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UI/UX 디자이너 - 사용자경험 설계자

웹 2.0 시대와 모바일 앱의 부상으로, 제품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용자 경험(UX)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보기 좋은 화면을 만드는 것을 넘어, 정보 구조, 인터랙션 흐름, 사용자 심리 등을 고려하여 친화적인 경험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뛰어난 UX는 동종 제품 사이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고, 일부 선도 기업들은 UX 전문 조직을 갖추고 디자인팀을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단계에서 디자이너는 화면 배치 전문가에서 제품 사용성의 설계자로 그 역할이 넓어진 셈입니다.

경험 디자이너 (BX: Brand eXperience) – 멀티 터치포인트 경험 오케스트레이터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온라인·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접점에서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경험 디자이너(Experience Designer)로, 브랜드 경험(BX)까지 아우르는 총체적인 UX 설계자입니다. 이들은 디지털 제품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이나 서비스 프로세스까지도 고려하여 사용자 여정을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Apple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일찍이 경험 디자이너를 디자인 조직의 핵심에 두어, 제품 기능보다 경험의 연결성과 일관성을 우선시했습니다. 경험 디자이너에게는 전략적 사고와 비즈니스 감각, 깊은 사용자 공감 능력이 요구되며,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가치와 사용자 만족을 동시에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 비즈니스 가치 창출자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디자이너에게 일부 제품 기획과 비즈니스 모델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단순한 시각 디자인을 넘어 제품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 깊숙이 관여하는 디자인과 경영을 함께 아우르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디자인 시스템과 로우코드(low-code) 등의 도구 발전으로 디자인 구현에 드는 시간이 줄어든 덕분에, 디자이너가 제품 초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요인입니다. 이제 디자인은 기능의 포장지가 아니라 제품의 방향성을 함께 결정하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 문제 해결과 사업적 성공을 동시에 도모하는 비즈니스 가치 혁신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천사를 통해 볼 때, 디자이너의 역할은 시각적 실행가에서 시작해 점차 경험 설계의 전략가로 변화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도래한 AI 시대에는 디자이너 역할에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미래의 디자이너는 인간과 AI의 공존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나아가 혁신을 주도하는 위치까지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인에 스며든 AI 도구들

AI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업무에 활용될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시중에는 디자이너를 돕는 각종 AI 도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많은 사례에서 이미 성과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AI 디자인 툴들은 디자인 워크플로우의 효율을 높이고, 창의력을 증폭시키며, 더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동화를 돕는 AI 도구들

우선 반복적이고 귀찮은 작업을 자동화해 주는 도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 레이아웃 조정, 컬러 팔레트 추천, 아이콘 생성 등을 AI가 알아서 해주는 기능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디자이너가 “이 버튼들 간 간격을 고르게 맞춰줘”라고 명령하거나, “현재 디자인에 어울리는 색상을 추천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즉각 결과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Adobe의 AI인 Sensei는 이미지에서 사람이나 사물을 자동으로 분리하고 보정해주는 등 그래픽 작업의 수고를 덜어줍니다. Figma 역시 AI 플러그인을 통해 디자이너의 오브젝트 정렬, 스타일 통일 등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 자동화 기능을 활용하면, 디자이너는 세세한 픽셀 단위 조정보다는 전체 흐름과 전략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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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와 콘텐츠 디자인을 돕는 AI

AI는 또한 콘텐츠 생성과 아이데이션 측면에서도 큰 도움을 줍니다. 잘 알려진 이미지 생성 AI인 Midjourney나 Sora 그리고 전문적인 text to UI 도구들을 활용하면 텍스트로 간단히 묘사한 프롬프트만으로도 다양한 시각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령 “미래지향적인 느낌의 스마트홈 대시보드 UI”라고 입력하면 AI가 수십 초 내에 그럴듯한 디자인 시안을 몇 가지 생성해줍니다. 디자이너는 그중에서 흥미로운 방향을 골라 구체화하거나, 마음에 드는 요소를 실제 디자인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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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라이팅, 아이데이션을 돕는 언어모델들

텍스트 생성 AI인 ChatGPT와 같은 언어모델들은 UX 라이팅이나 콘셉트 구체화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품의 온보딩 문구나 오류 메시지를 작성할 때 AI에게 초안을 받아보거나, 새로운 기능에 대한 가상 사용자 시나리오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AI를 활용해 가상 페르소나를 만들어 디자인 피드백을 받아보는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초기 아이데이션 단계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하고 검증하는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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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타이핑을 돕는 AI 도구들

프로토타이핑과 개발 보조 영역에서도 AI의 활용 가치가 증명되고 있습니다. 코드 생성 보조 AI인 GitHub Copilot은 디자이너와 개발자 모두에게 각광받는 도구입니다. 복잡한 함수나 반복적인 코드를 알아서 완성해주기 때문에, 디자이너 출신이라도 약간의 코드만 알면 인터랙티브한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개념도 등장했습니다. 바이브 코딩이란 일상 언어로 AI에게 지시를 내려 앱의 기능이나 코드를 생성·수정하도록 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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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로그인 화면에 소셜 로그인 기능을 추가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알아서 해당 코드를 작성해주는 식입니다. 이는 개발자만이 코드를 다루던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디자이너도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열고 있습니다. AI의 도움으로 디자인과 개발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작동하는 프로토타입 구현까지 전 방위적으로 작업을 주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리서치와 데이터 분석을 돕는 AI

또 하나 주목할 활용 분야는 사용자 연구와 데이터 분석입니다. 과거에는 사용자 테스트 후에 녹화 영상을 일일이 보며 문제점을 찾고, 설문 결과를 사람이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AI가 비디오를 요약해주고, 방대한 사용자 피드백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사용자 행동 데이터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빠르게 얻고 디자인 개선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앱 사용 로그를 AI가 분석해 “사용자들이 검색 기능에서 반복적으로 이탈한다”는 사실을 발견해주면, 디자이너는 해당 흐름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것입니다.


AI 디자이너로 프로덕트 디자인 수행하기

AI의 발전으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업무 범위와 접근 방식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이제 코딩도 하고, 데이터도 읽으며, 브랜드의 철학도 고민하는 제너럴리스트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하여 이전보다 빠르고 풍부하게 창작할 수 있는 시대적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AI로 인한 변화의 폭이 커서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한 디자이너들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준비된 디자이너는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창의의 지평을 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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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앞부분을 마무리하며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디자이너의 훌륭한 협력자라는 것입니다. 특히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적극 활용하는 자세입니다. 눈앞의 디자인 작업을 넘어 인간과 AI의 공동 창작이라는 큰 그림을 볼 때, 디자이너의 역할은 더욱 의미 있고 확장될 것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공감과 상상력,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능력은 인간 디자이너의 몫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AI와 손잡고 무엇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도전입니다.


AI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맡기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공감, 맥락 이해, 통찰을 통해 AI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할입니다. 이렇게 인간 디자이너와 AI가 서로의 강점을 살려 협업하면, 과거 100명이 하던 일을 10명이 해내는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것은 10명의 일자리만 남는 일이 아니라, 과거 100명의 디자이너로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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