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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weiser AI 광고로 보는 영상디자인의 미래

by 유훈식 교수

현실을 방불케 한 Budweiser의 AI 광고 등장

Budweiser가 공개한 브랜드 매니페스토 필름(Brand Manifesto Film)은 거의 전부를 생성형 AI로 만들었음에도 실사 영상과의 경계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장면들로 화제를 모았다. 맥주를 손에 들고 춤추며 웃는 청년들의 에너지가 화면 가득 펼쳐지는데, 이 영상 속 인물들은 모두 AI가 생성한 캐릭터들이다. 30초 남짓한 짧은 영상이지만 역동적인 도시의 밤거리와 클럽 페스티벌 현장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구현되어 있어 처음 접한 많은 이들이 “이게 다 AI로 만든 거라고?”라는 생각이 들게할 정도였다. AI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이 Budweiser 광고는 AI 기술이 이제 현실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수준의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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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 영상을 제작한 컴파운드 컬렉티브(Compound Collective)의 전이안 감독은 “이제 움직이는 인물도 AI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로 만든 사람이 웃거나 뛰는 장면은 어딘가 로봇처럼 어색하게 보이기 마련이었지만, 이번 Budweiser 프로젝트에서는 그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동원했다. AI로 생성된 영상 위에 2D, 3D, 모션 그래픽 효과를 정밀하게 덧입히고, 장면 전환의 리듬과 색감, 음악의 감정선까지 정교하게 맞추는 등 여러 후반 작업을 통해 생동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그 결과 AI와 실사 영상의 경계를 허물 만큼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영상미를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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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재편하는 영상 제작 방식

이러한 AI 영상 기술의 발전은 영상 제작의 판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예전에는 광고나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수십 명의 인력이 현장에서 카메라와 조명을 세팅하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여 촬영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형 스튜디오나 로케이션 촬영 없이도 컴퓨터 앞에서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 타일러 페리는 OpenAI의 최신 동영상 생성 AI인 ‘소라(Sora)’의 데모 영상을 본 후 예정했던 8억 달러 규모의 스튜디오 시설 확장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소라의 충격적인 성능을 직접 확인하고 나니, 더 이상 새로운 촬영 스튜디오를 지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하며, “이제 사무실에서 컴퓨터 하나로도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임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거대한 촬영 세트나 로케이션, 카메라, 배우 등이 필수적이던 기존의 영화 제작 방식이 AI 기술로 인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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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또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소규모 AI 제작팀을 꾸려 나가는 추세다. 과거라면 2030명의 팀원이 1년 넘게 매달려야 했을 작업을 이제는 5~6명의 핵심 인력만으로 불과 몇 달 만에 완성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국내 CJ ENM은 자체 AI 기술로 2분짜리 숏폼 애니메이션 30편을 5개월 만에 만들어 공개했는데, 참여 인원은 불과 6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를 연출한 정창익 크리에이터는 “기존 방식대로였다면 2030명이 최소 1년 이상 작업해야 했을 분량을, AI 솔루션을 접목해 6명이 5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AI를 적극 활용하면 소수 정예의 인원으로도 단기간에 높은 완성도의 영상을 만들 수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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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업들은 AI 활용 역량이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해 AI 영상 전문 팀을 신설하고, 새로운 제작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힘쓰는 중이다. 예컨대 CJ ENM은 AI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AI 제작 기술을 총괄하는 AI 테크니컬 디렉터, 그리고 사업화를 담당할 AI 비즈니스 디렉터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하여 관련 전문 인력을 육성 및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앞으로 영상 제작의 중심에 AI 기술이 놓일 것이며, 이에 특화된 새로운 직무와 인력 구조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새로운 시대의 연출 도구

AI 영상 생성의 핵심은 ‘프롬프트(prompt)’라는 텍스트 명령어다. 글로 작성한 몇 줄의 문장만으로도 AI는 그 설명에 맞는 영상을 알아서 만들어낸다. 마치 마법 주문처럼 “눈 내리는 도쿄 거리를 사람들이 걷는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글로 쓰면, AI가 그에 맞춰 눈송이와 벚꽃 잎이 흩날리는 도쿄 거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동영상을 뚝딱 생성해주는 식이다. 이처럼 프롬프트 한 줄로 영상을 창조하는 시대가 도래하자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고, 향후 영상 시장이 급변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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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기술, 이른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능력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나 영상 연출자는 이제 카메라나 조명 장비를 다루는 능력만큼이나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시할지 고민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Budweiser의 AI 광고를 만들 때 제작진은 “어떤 인물들이 어떤 분위기의 공간에서, 어떤 조명 아래, 어떤 동작을 취하는지” 등을 텍스트로 세세히 묘사하며 AI가 의도한 장면을 그려내도록 유도했을 것이다. 현재 개발 중인 시네마틱 AI와 같은 시스템들은 이러한 프롬프트 기반 연출을 더욱 정교하게 해 주는데, 특히 동일한 캐릭터를 여러 장면에 일관되게 등장시키는 문제도 AI 기술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즉, 예전처럼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인물의 얼굴이나 모습이 뒤죽박죽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일된 캐릭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며 이야기하는 AI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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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디자이너가 화면 구도, 조명, 캐릭터의 행동과 표정까지 텍스트로 연출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의 영상 디자이너는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키보드로 프롬프트를 작성하며 AI와 협업해 장면을 만들어내는 연출자의 역할을 겸하게 될 것이다.


인간과 AI의 협업이 만드는 새로운 기회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은 ‘손쉬운 자동화’라기보다 ‘새로운 형태의 협업’에 가깝다. Budweiser의 AI 광고 역시 AI 혼자 모든 것을 해낸 것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인간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개선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전이안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페스티벌처럼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군중 장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꼽았다. 현재 AI는 한 화면에 여러 사람을 동시에 리얼하게 그려내는 데 한계가 있어, 처음 생성된 영상에는 인물들의 모습이 일그러지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종종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팀은 같은 장면을 수십, 수백 번씩 반복 생성한 뒤 그중 가장 자연스럽게 나온 클립을 골라 사용했다고 한다. 후반 보정 작업도 병행했지만 한계가 있었고, 결국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AI에게 계속 시도하게 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 유일한 해법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고의 퀄리티를 얻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많은 시행착오와 비효율을 감수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거친 덕분에 Budweiser의 31초짜리 영상에는 브랜드 메시지와 시각적 재미, 그리고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들까지 빈틈없이 담아낼 수 있었다. 실제로 컴파운드 컬렉티브 팀은 광고대행사 J4D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협업하여 촘촘한 스토리보드를 기획하고, 그에 맞춰 AI가 생성한 키 비주얼들을 선정했으며, Budweiser 특유의 레드 팔레트로 색감을 정렬하는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연출에 공을 들였다. 또한 SM 엔터테인먼트 산하의 음악 프로듀싱 팀과 손잡고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제작하여 각 장면의 감정선에 꼭 맞는 음악 레이어를 입혔다. 전이안 감독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서 보는 이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사운드 장치가 필요했다”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음악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AI 기반 영상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열쇠였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AI와 인간 전문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비로소 하나의 완성도 높은 영상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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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AI 기술의 발전이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AI가 영상 산업 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오히려 AI 덕분에 콘텐츠의 범위와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이안 감독은 “전자책이 나왔다고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AI도 결국 콘텐츠 시장을 넓히는 새로운 기법 중 하나가 될 뿐”이라고 말한다. AI는 카메라나 조명, 편집툴처럼 창작자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기획하고 조율하는 인간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AI를 쓰면 당연히 빠르고 효율적일 거라 생각하지만, 좋은 퀄리티를 위해선 오히려 더 비효율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AI는 상상력을 확장시켜주고 새로운 장면을 제안해주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AI 덕분에 이전에는 불가능하거나 막연히 꿈꾸기만 했던 기발한 상상력의 장면들을 이제는 실제로 구현해볼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먼저 시도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누구보다 앞서 새로운 콘텐츠의 지평을 열고 있다.


앞으로 AI 영상 기술은 단순히 그럴듯한 영상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단계를 넘어, 감성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새로운 영상 문법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컴파운드 컬렉티브 팀은 AI 영상이 이제 기술을 넘어 감성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이번 Budweiser 광고처럼 움직이는 AI 캐릭터, 치밀하게 구성된 편집 리듬, 감정선에 초점을 맞춘 음악이 하나로 어우러지면, 시청자의 스크롤을 멈추게 만들 만한 새로운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 힘이야말로 앞으로의 광고와 영상 콘텐츠에 필요한 요소일 텐데, AI를 기민하게 활용하는 디자이너들은 이미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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