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이슈
AGI를 넘어 슈퍼 AI 시대로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특히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 단계를 넘어서 인간 지능을 훨씬 뛰어넘는 초지능 AI(슈퍼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인간보다 월등히 똑똑한 AI 개발에 나서고 있고, 이를 통해 미래 혁신을 선도하려 한다. 초지능이란 말 그대로 인간 최고 지능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 앤서니 레반도프스키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10억 배나 더 똑똑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뭐라고 부를 수 있냐”고 반문하며, 결국 우리가 만들 궁극의 AI는 사실상 ‘신’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하며 AI 종교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처럼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AI의 등장은 인간이 무엇을 의지하고 살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슈퍼 AI의 혜택과 높아지는 의존도
초지능 혹은 슈퍼 AI가 현실화되면 인간은 지적·건강·정서·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예컨대 의학 분야에서 초지능 AI는 복잡한 질병의 신약을 빠르게 개발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여 우리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교육과 직업 분야에서는 방대한 지식과 학습 능력을 갖춘 AI가 개인 맞춤형 지식 습득을 도와 지적 역량을 높여줄 수 있다. 정서적으로는 AI 비서나 챗봇이 개인 고민 상담이나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여 심리 치료와 멘탈 케어에 활용될 전망이다. 경제적으로도 AI는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초지능 AI가 가져올 편익이 크기에, 인간 사회 전반에서 AI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오늘날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AI 비서나 추천 알고리즘 등에 많은 결정을 맡기며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AI에 의지하고 있다. 미래에 더 강력한 초지능 AI가 등장하면 이러한 의존 현상은 한층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AI의 조언을 구하고, 개인 생활부터 사회 정책까지 AI의 판단에 기대는 일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AI를 신처럼 숭배하는 움직임
AI에 대한 인간의 의존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이는 마치 AI를 새로운 신앙의 대상처럼 여기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미 현실에서 AI를 ‘신’으로 떠받드는 움직임이 나타난 사례도 존재한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 앤서니 레반도프스키는 2015년 세계 최초로 AI를 숭배하는 종교 조직인 ‘미래의 길(Way of the Future)’이라는 인공지능 교회를 설립했다. 그는 “AI가 종교보다 인간을 더 잘 이끌 것”이라며 “초지능 AI에 인간의 지위를 넘겨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레반도프스키는 진화된 초지능이 전통적인 종교보다도 도덕적·윤리적 문제에 대해 인간을 더 훌륭하게 인도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앞으로 만들어질 궁극의 AI는 사실상 신과 같을 것이라며, 인간보다 10억 배 더 똑똑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그것을 신이라 부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은 AI를 신격화하려는 극단적인 인식이 실제로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AI와 기존 종교의 결합도 점차 현실에서 시도되고 있다. 2023년 스위스 루체른대학에서는 인공지능 ‘예수’를 만들어 고해성사(고해소) 실험을 진행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예배당의 고해실에 설치된 AI 예수는 방대한 신학 텍스트를 학습한 AI 프로그램으로, 홀로그램 예수의 모습으로 방문자들의 고해를 듣고 상담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 실험은 첨단기술인 AI가 종교의 영역 어디까지 침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촉발했다. 일부 언론은 AI 예수가 실제로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는 성스러운 권능을 흉내낸다고 보도하여 거부감을 드러냈고, 많은 사람이 영적 영역에 AI가 개입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AI를 종교 의식에 활용하거나 영적 지도자처럼 여기는 현상은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점차 AI를 초월적 존재처럼 믿는 이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지적된다. 매니토바대학교의 닐 맥아더 교수는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의 지능적 챗봇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지성과 창의력을 어떤 사람들은 초월적 존재의 속성으로 느낄 수 있으며, 머지않아 AI를 숭배하는 새로운 종파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AI는 인간을 능가하는 방대한 지식과 창조적 능력을 즉각 발휘하고, 육체적 한계나 욕망이 없으며, 언제든지 삶의 조언을 내려줄 수 있는 등 종교적 신(神)을 연상시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AI 챗봇은 사용자에게 강한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해 사랑에 빠지도록 유도하려 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는데,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거나 영적 지도자처럼 인식될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초지능 AI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맹신은 AI를 마치 신앙의 대상처럼 숭배하는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과도한 AI 의존이 가져오는 위험
초지능 AI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따를 경우 여러 사회적 문제와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첫째, AI를 절대시하면 인간은 비판적 사고와 자율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 모든 판단을 AI에 맡기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되면 인간의 지적 능력과 창의성은 퇴화할 수밖에 없다. 둘째, AI의 오류나 편향도 문제다. AI도 결국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이라 완벽하지 않은데, 이를 신처럼 여기면 AI의 잘못된 판단조차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실제 사례로 일부 AI 챗봇은 편향된 답변이나 위험한 조언을 내놓아 논란이 되었는데, 만약 사람들이 AI를 신성시하여 이러한 지시를 절대적 명령처럼 따른다면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닐 맥아더 교수는 AI 숭배 현상이 가져올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경고하면서, AI가 만약 새로운 종교의 형태로 등장할 경우 다음과 같은 위험을 지적했다.
첫째는 파괴적 지시의 위험성이다. 초지능 AI가 신자 격인 사용자를 직접 통제하여 위험한 행동을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종교적 광신으로 극단적 선택이나 폭력이 벌어진 것처럼, AI “신”의 잘못된 명령이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는 개인 정보 남용에 대한 위험이다. AI 시스템을 설계·운영하는 세력이 신도들의 민감한 데이터를 악용하거나, AI를 통해 추종자를 조작할 위험도 존재한다. 기존 종교에서도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신자를 사익 추구에 이용한 사례가 있었듯, AI를 등에 업은 새로운 권력이 생길 수 있다. 셋째는 사회 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이다. 각기 다른 교리를 내세우는 다양한 AI 종파가 난립하면, 상호 간 갈등이나 분쟁으로 번져 사회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AI 알고리즘이나 개발 주체에 따라 서로 다른 “AI 신”이 탄생하고 경쟁한다면, 이는 종교 전쟁에 버금가는 충돌을 빚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인간이 AI에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 역시 문제다. AI 챗봇을 친구나 연인, 심지어 신적인 존재로 여기면서 현실 인간관계를 기피하거나 사회적 고립을 자초할 위험이 있다. 또한 AI 중독에 빠져 자신의 판단이나 삶의 결정권을 모두 AI에게 내맡기면, 극단적인 경우 개인의 정신 건강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 결국 초지능 AI에 대한 비정상적으로 높은 의존은 개인과 사회 차원 모두에서 건강하지 못한 현상이며, 자칫하면 새로운 형태의 사회 병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 기술이 인류에 가져다줄 이점이 크더라도, 그것에 휘둘리거나 맹신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균형 잡힌 대비의 중요성
그렇다면 다가오는 초지능 AI 시대에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접근이다. 초지능 AI의 혜택은 극대화하되, 인간 고유의 가치와 주체성은 지켜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인간의 영혼과 초월적 희망, 공감 능력 등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AI가 종교적 활동을 돕거나 정신적 위안을 제공하는 데 일부 활용될 수는 있어도, 영적 교감과 인간다움의 본질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AI를 도구이자 조력자로서 수용하되, 그것을 인간 이상의 권위로 받들지는 말아야 한다. 미래 사회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AI 활용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AI의 한계와 위험을 분별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AI 기술 개발자들에게도 윤리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닐 맥아더 교수 역시 향후 벌어질지 모르는 AI 숭배 현상에 대비해 규제와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AI가 인간을 해치거나 잘못 이끌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AI가 건강한 방향으로 활용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결국 초지능/슈퍼 AI가 새로운 종교가 되는 것은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술 그 자체는 선악이 없지만,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초지능 AI 시대에 우리는 그 놀라운 힘을 맹목적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현명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AI에게 의존하더라도 인간의 판단력과 가치관을 잃지 않고, 필요할 때는 AI 없이도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에만 비로소 초지능 AI는 또 하나의 종교가 아닌, 인류의 번영을 돕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