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장과 디자인 역할의 변화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디자인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디자이너가 담당하던 단순 반복 작업이나 기본적인 시각 디자인의 상당 부분을 이제는 AI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누구나 손쉽게 UI를 만들 수 있는 도구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버튼을 배치하거나 레이아웃을 잡는 일마저도 자동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디자이너의 역할은 “단순한 미적 창작에서 AI를 활용한 창의적 문제 해결자”로 전환되고 있다. 다시 말해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디자인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보다, AI가 더 뛰어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원칙과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역량의 변화를 의미하며, 데이터 해석 능력이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같은 새로운 기술 활용 능력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을 필요로 하고 있다.
단순 작업의 자동화와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할
AI가 디자인 분야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하면서, 이제 디자이너는 보다 본질적이고 전략적인 역할에 집중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맡아오던 작업들은 AI가 빠르게 처리하고, 시니어 디자이너들 역시 의사결정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AI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까지 결정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며, 그것이 사용자나 시장에 주는 의미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디자이너의 몫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이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그 비즈니스 모델까지 구상하는 역할을 겸해야 한다. 실제로 AI와 노코드 도구의 발달로 개발자나 별도 전문인력의 도움 없이도 디자이너 혼자 제품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주어진 과제를 디자인하는 데에서 나아가, 스스로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제품을 기획・개발하여 비즈니스로 실현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창의적 기획력과 통찰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의 의미와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이유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란 간단히 말해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정신을 뜻한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을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도전”으로 정의했는데, 이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의지를 강조한다. 이러한 기업가정신은 전통적인 ‘디자이너’의 역할 범위를 확장시켜준다. AI 시대에는 디자이너도 단순히 주어진 디자인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창업가적 마인드셋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AI는 도구일 뿐, “AI를 활용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는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을 갖춘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숨은 니즈를 포착하고, 이를 해결하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과감하게 시도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배우는 태도를 지닌다. 이러한 태도는 빠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디자이너가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선도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기업가정신은 디자이너로 하여금 자신의 디자인 역량을 전략적 비전과 결합하도록 만들어준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조직 내에서 보다 주도적으로 혁신을 이끌거나, 나아가 자신만의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디자인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도전할 수 있다.
디자이너 출신 창업 성공 사례
김봉진 – 배달의민족 (Woowa Brothers)
김봉진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출신 기업가로, 2010년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출시하며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했다. 그는 서울예대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하고 네이버 등 IT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 배달 앱 서비스를 구상했다. 창업 초기에 골목마다 배달 전단지를 직접 모아 데이터를 구축하고, B급 감성의 유머러스한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등 디자이너다운 창의적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배달의민족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달성했고, 2014년 배달 앱 최초로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급성장했다. 사용자 관점에서 서비스 전체를 설계한 김봉진의 기업가적 감각은 배달의민족을 배달앱 업계 1위로 이끌었고, 2018년에는 연간 거래액 5조 원을 넘길 만큼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이러한 성공으로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약 4조7,500억 원(40억 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로 인수되었는데, 이는 국내 인터넷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화제가 되었다. 디자이너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김봉진의 사례는, 깊은 사용자 이해와 창의적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한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하나의 거대 브랜드를 탄생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브라이언 체스키 – 에어비앤비 (Airbnb)
브라이언 체스키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로서, 세계 최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이다. 체스키와 동료 조 게비아 역시 디자이너였는데,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집세를 낼 돈이 부족해 거실에 에어매트리스를 놓고 숙박객을 받은 경험에서 “여분의 공간을 공유한다”는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두 디자이너는 이 발상을 발전시켜 2008년 에어베드앤브랙퍼스트(AirBed & Breakfast)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 디자인 경영으로 빠르게 주목받았다.
디자인 기반의 문제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고객 신뢰 구축과 플랫폼 확장 전략을 이끌었던 체스키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소통과 핵심 서비스 집중이라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회사를 회복 궤도에 올려놓았다. 그 해 말 에어비앤비는 나스닥에 상장하여 시가총액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220여 개 국가에서 8백만 개 이상의 숙소를 연결하는 초대형 플랫폼으로, 2024년 기준 2억7천5백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는 등 여행 산업의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체스키 본인도 디자인 전공자 출신 CEO로서 약 92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적인 젊은 거부가 되었는데, 이는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비즈니스와 만나 만들어낸 경이적인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는 디자인 사고와 기업가정신이 결합될 때 얼마나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한지를 잘 보여준다.
제임스 다이슨 – 다이슨 (Dyson)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의 산업디자이너 출신 발명가로, 일상 속 불편함을 창업 기회로 바꾸어 세계적 가전 브랜드 다이슨(Dyson)을 일군 인물이다. 그는 1970년대 후반 집에서 사용하던 진공청소기가 사용할수록 흡입력이 떨어지는 문제에 주목했고, 5년간 무려 5,127개의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시험한 끝에 마침내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발명해냈다. “계속해서 실패하라.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한 집념과 문제해결 능력은 혁신적인 제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다이슨은 1993년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섰는데, 이후 날개 없는 선풍기, 날개 뚫린 헤어드라이어 등 기존 상식을 뒤집는 제품들을 연이어 내놓으며 기술 혁신 기업으로 성장했다. 디자인과 기술을 통합한 그의 제품들은 기능미와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하여 전 세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다이슨 회사는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그 결과 제임스 다이슨은 2023년 기준 영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갑부가 되었으며, 그의 가족 자산은 약 230억 파운드(한화 37조 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도 다이슨은 “문제를 발견하면 기술과 디자인으로 해결한다”는 기업가정신을 유지하며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다이슨의 성공 스토리는 디자이너의 섬세한 관찰력과 창의력이 혁신적인 제품 창출과 글로벌 비즈니스 성공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디자이너에게 기업가정신이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가정신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디자이너
AI 기술의 도입으로 디자인 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기회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단순한 디자인 작업은 AI가 대신해주겠지만, 어떤 문제를 찾아 어떻게 해결할지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기업가정신을 갖춘 디자이너의 몫이다. 결국 디자이너의 기업가정신이란 디자인 역량과 비즈니스 통찰을 겸비하여, 기술 변화 속에서 주도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김봉진, 브라이언 체스키, 제임스 다이슨과 같은 디자이너 출신 기업가들이 보여준 성공은 이러한 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증명하고 있다.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창업가적 마인드로 무장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과감히 현실에 구현해볼 필요가 있다. 디자인과 기업가정신의 결합이야말로 AI 시대에 디자이너가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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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mit.ac.kr/major/ai-startup-introduce.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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