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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티스트 나도 만들어볼까? 록밴드 벨벳 선다운

by 유훈식 교수
AI 생성 기술의 발전과
가상 아티스트의 등장

최근 생성형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제 가상의 아티스트를 실제 사람처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합성하는 AI부터 동영상과 음악을 창작하는 알고리즘까지 등장하며, 인간과 구분 어려운 '버추얼 휴먼'이나 'AI 가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딥러닝과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면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마치 실사 사진처럼 그려낼 수 있고, 나아가 최신 음성 합성 기술은 실제 가수의 목소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혀 새로운 가상 보컬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즉, 컴퓨터 알고리즘이 음악을 작곡하고 노래하며, 그 모습을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AI 아티스트'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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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조 AI 록밴드
'벨벳 선다운'의 돌풍

이 흐름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4인조 사이키델릭 록밴드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이다. 2025년 6월 데뷔한 벨벳 선다운은 불과 결성 몇 주 만에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6월 5일 첫 앨범 Floating on Echoes를 발매한 이후 입소문을 타며 청취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대표곡 "Dust on the Wind"는 누적 120만 회 이상 스트리밍되며 스웨덴 등의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불과 2주 사이에 두 장의 정규 앨범을 쏟아내고 7월 중 세 번째 앨범 발매를 예고할 정도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보인 이들의 행보는 기존 밴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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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팬들은 이 밴드가 실제 음악광들이 모인 신예 그룹이라 생각했다. 빈티지한 70년대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와 복고적인 밴드 이미지가 어우러져 정교한 컨셉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정황들이 수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멤버로 소개된 인물들이 온라인에서 다른 활동이나 정보가 전혀 찾아지지 않았고, SNS에 올라오는 밴드 사진들도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합성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벨벳 선다운의 인스타그램에는 멤버들이 햄버거를 먹으며 새 앨범 발매를 자축하는 모습이나 비틀즈의 Abbey Road 재킷 사진을 패러디한 장면 등이 올라왔는데, 이 역시 AI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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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데뷔 후 한 달여 만에 벨벳 선다운의 정체가 밝혀졌다. 알고 보니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밴드였다. 제작진은 공식 입장을 통해 "벨벳 선다운은 인간의 창의적 디렉션에 따라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작곡되고 목소리가 입혀졌으며 비주얼까지 만들어진 합성 음악 프로젝트"라고 밝혔는데, 이는 밴드의 멤버 외모, 목소리, 음악 모두 AI 생성물이라는 뜻이다. 밴드의 스포티파이 아티스트 소개란에는 "완전한 인간도, 완전한 기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벨벳 선다운이 존재한다"는 문구까지 적혀 있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경계 어딘가에서 탄생한 예술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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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선다운 사례가 충격을 준 것은, AI 아티스트가 단기간에 실제 음악 시장에서 거둔 성과 때문이다. 불과 몇 주 만에 수십만 명의 스트리밍 청자를 끌어모으고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린 사실은, 음악 팬들이 창작 주체가 인간인지 AI인지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포티파이 등의 플랫폼에서도 AI 생성 음악에 별도의 표시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이용자들은 이를 인간 아티스트의 곡과 동일하게 소비할 수 있었다. 심지어 벨벳 선다운의 곡들은 유명 플레이리스트에 편입되어 더 많은 청중에게 노출되었는데, 이는 기획만 잘 한다면 AI 밴드도 충분히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 아티스트가 가져올
음악 산업의 변화

AI 아티스트의 등장은 음악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음악 시장의 상당 부분을 AI 아티스트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일찍부터 이 흐름을 활용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2033년까지 음악 시장에서 AI 활용 규모는 38백만 달러까지 증가하여 현재의 7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았다. 그만큼 AI를 활용 새로운 창작자들이 새로운 시장 가치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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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AI 아티스트는 인간에게 불가능한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간 뮤지션은 창작과 휴식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AI는 짧은 기간에 다량의 음악을 생성해낼 수 있다. 벨벳 선다운처럼 한 달 사이에 앨범 서너 장을 내는 일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음악계 일각에서는 창작 주체를 속여가며 얻는 인기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 그리고 AI 남용으로 음악의 다양성이 훼손될 위험 등을 지적한다. 실제로 벨벳 선다운 사례에서도 정체 공개 이전에 "진짜 사람이 연주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팬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향후에는 AI 콘텐츠임을 명시하는 윤리적 가이드라인이나, AI와 인간 창작물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변화의 물결은 이미 시작되었고,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핵심은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비하느냐일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

이제 개인 창작자들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기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우선 AI 생성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이 필수적이다. 더 이상 작곡가는 악상만 떠올리고 가수는 목소리만 내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 한 사람이라도 AI 도구를 잘 활용하면, 과거에는 팀이 필요했던 작업들을 혼자서 해낼 수 있다. 이미지 생성 AI로 앨범 재킷이나 홍보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 생성 AI로 작곡과 편곡을 도우며, 음성 합성으로 원하는 목소리의 보컬 트랙까지 얻어낼 수 있다. 실제 벨벳 선다운도 인간 프로듀서가 AI를 창작 도구로 삼아 음악과 캐릭터를 빚어낸 사례였다. 인간 창작자도 AI와 협업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표현 영역을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브랜딩과 마케팅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AI를 통해 손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는, 경쟁력의 차이는 결국 "어떻게 독창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팬들과 교감하느냐"로 모아지기 때문이다. 가상의 아티스트를 성공시키려면 그에 맞는 세계관 설정, 꾸준한 소셜 미디어 소통, 팬덤 형성 전략 등이 필수다. 이는 실제 인간 아티스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앞으로는 뮤지션 개개인이 일종의 '1인 기획사'처럼 자신의 커리어를 경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을 다루는 능력에 더해, 스스로 홍보하고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창업가적 마인드가 요구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AI 아티스트의 등장은 위기이자 기회다. 변화의 물결 앞에서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에게는 위협이 되겠지만, 이를 적극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로 연결시키는 사람에게는 이전에 없던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 기술 발전을 두려워하기보다 주도적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발전의 도구로 삼을 때, 다가오는 AI 음악 시대에도 인간 창작자는 여전히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AI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한 발 앞서 미래의 음악 산업을 개척해나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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