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성형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사람과 거의 구분이 어려운 이미지나 영상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사진 속 모델뿐만 아니라 영상 속 유튜버까지도 AI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다. 예를 들어 AI는 사람처럼 말하는 음성 합성 기술과 얼굴 움직임을 합성하는 기술을 통해, 마치 실제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하는 가상 유튜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소셜미디어에서는 AI로 생성된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외모나 행동이 현실의 인간과 흡사하여, 일반 이용자들이 겉보기만으로는 AI임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가상 인플루언서 개념이 나타나 일부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릴 미켈라(Lil Miquela)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 인플루언서로, 여러 유명 브랜드의 홍보 콘텐츠를 올리며 연간 약 200만 달러(한화 약 26억 원)의 수익을 거둔다고 알려졌다. 최근 들어 이러한 AI 인플루언서들이 더욱 현실에 가까운 모습과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하여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스페인에서 탄생한 '아이타나 로페즈(Aitana Lopez)'는 AI 인플루언서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AI로 창조된 가상 모델 아이타나 로페즈.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현실의 인기 인플루언서 못지않은 팔로워와 영향력을 자랑한다. 아이타나 로페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25세 여성 모델로 설정된 가상 인플루언서다. 그녀는 인스타그램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25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끌어모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핑크빛 머리카락에 흠잡을 데 없는 피부, 탄탄한 체격을 지닌 매력적인 외모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은 실존 인물이 아닌 AI가 만들어낸 허구의 캐릭터다. 다시 말해 아이타나 로페즈라는 인물 자체가 한 광고 에이전시의 디자이너가 창조한 가상 인간(Virtual Human)인 것이다.
아이타나는 스페인의 모델 에이전시 '더 클루리스(The Clueless)' 소속으로, 이 에이전시의 공동 창립자인 루벤 크루즈가 처음 그녀를 기획·디자인했다. 루벤 크루즈는 기존에 인간 모델들과 작업하면서 겪은 여러 어려움 때문에 사람을 대체할 가상 모델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실제로 인간 모델의 개인적 문제(스케줄 불참, 갑작스런 요구 증가 등)로 광고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일이 빈번해지자, AI로 완벽한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발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아이타나는 철저한 기획 아래 성격, 취미, 라이프스타일까지 설정되었다. 그녀는 운동을 즐기는 피트니스 인플루언서 겸 게이머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게시물 내용도 그러한 캐릭터성에 맞춰 제작된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타나가 AI로 만들어진 가상 존재임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은 여전히 그녀를 실제 인물로 받아들이며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타나의 인스타그램에는 그녀의 일상을 궁금해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댓글들이 달리는데, 그 열광적인 반응은 웬만한 현실 인플루언서와 다르지 않다. 심지어 한 유명 라틴 아메리카 배우는 아이타나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데이트를 신청하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냈다가, 그녀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AI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 일화도 전해진다. 그만큼 아이타나 로페즈는 겉보기에는 인간과 구별하기 힘든 현실감과 매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것이 그녀의 폭발적인 인기 비결이었다.
아이타나 로페즈가 인기를 얻으면서 경제적 성과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기업 광고와 유료 구독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아이타나는 단 한 건의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약 900파운드(한화 약 150만원)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월 평균 수입도 3,000유로(약 4백만 원)에 이르고 많을 때는 한 달에 1만 유로(약 1,400만 원)까지 수익이 치솟는다고 한다. 놀랍게도 현실에 살아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억대에 가까운 월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타나를 만들어낸 팀은 그녀의 인스타그램 외에도 별도의 구독 플랫폼(Fanvue 팬뷰 사이트)에 콘텐츠를 올려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팬들은 그곳에서 인스타그램에 공개되지 않은 아이타나의 독점 이미지와 영상을 유료로 구독할 수 있는데, 이러한 플랫폼 운영은 오늘날 많은 AI 인플루언서들이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AI 인플루언서를 운영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인플루언서와 상당히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비슷하다. 아이타나의 경우 전담 에이전시 팀이 그녀의 모든 콘텐츠와 일정을 관리한다. 사람이 아닌 캐릭터일 뿐이지, 어떤 게시물을 올릴지, 어떤 브랜드와 협업할지, 어떤 메시지와 이미지를 보여줄지 등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몫이다. 다만 촬영과 포즈를 위한 실제 모델이 필요 없고, 컴퓨터 그래픽과 AI로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합성하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의 자유도와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아이타나의 제작자들은 "덕분에 예전처럼 살아있는 모델과 작업할 때 겪었던 번거로움과 불편이 사라졌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아이타나를 만드는 데에는 약 3,500파운드(약 587만 원)의 비용과 두 달의 제작 기간이 들었는데, 이는 보통 인기 인플루언서 한 명을 섭외해 촬영하는데 드는 비용(촬영당 최소 5,000파운드)보다도 적은 비용이다. 게다가 AI 인플루언서는 밥벌이나 사생활 문제로 인한 리스크가 전혀 없고, 추후에 출연료 인상이나 스캔들 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도 없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매력적인 마케팅 자산이 된다. 이러한 강점을 등에 업고 아이타나는 패션, 스포츠 용품 등 다양한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으며 메인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타나 로페즈의 성공은 그녀만의 사례가 아니다. 이탈리아의 AI 인플루언서 '에밀리(Emily Pellegrini)' 역시 비슷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예다. 에밀리는 미국 LA 출신 23세 여성으로 설정된 가상 모델인데,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4만 명이 넘고 월 수입은 1만 달러(약 1,300만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특히 에밀리는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 콘텐츠도 활발히 올린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모습, 새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 심지어 수영하는 장면까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영상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특정 이미지에 사람 움직임을 합성하는 AI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이제는 AI 인플루언서가 정적인 사진만이 아니라 움직이고 말하는 영상 속 캐릭터로도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에밀리 역시 팬들을 위한 유료 플랫폼에 본인의 노출이 더 심한 사진과 영상을 올려 추가 수익을 얻고 있으며, 억만장자나 운동선수 등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오는 등 현실의 셀럽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AI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기존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기업들은 가상 인플루언서를 통해 광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의 유명 인플루언서를 기용하려면 높은 비용과 더불어 일정 조율, 이미지 관리 등의 어려움이 따르지만, 가상 인플루언서는 이러한 제약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규모의 브랜드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모델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자기 회사만의 전속 AI 모델을 만들어 홍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실제로 아이타나의 성공 이후 "우리도 AI 모델을 만들어 달라"는 중소 업체들의 브랜드 의뢰가 그를 만들어낸 팀에 쏟아졌다고 한다. 거액의 출연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가상 인플루언서를 통한 저비용 광고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타나를 제작한 더 클루리스 측도 이러한 수요에 맞춰 AI 모델을 활용한 새로운 디지털 광고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AI 인플루언서의 등장이 모델 업계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아이타나 제작진은 향후 남성 AI 모델을 포함해 더욱 다양하고 포괄적인 가상 인간들을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현실의 인간 모델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AI로 만든 모델과 실제 사람이 경쟁하고 공존하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일부 브랜드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이유로 인간 대신 AI 모델을 택하는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가령 어떤 기업은 대외 이미지 관리에 있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철저히 통제된 캐릭터인 AI 인플루언서를 선호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인플루언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팔로워가 많은 톱 인플루언서 상당수가 가상 인간이 되고, 인기 연예인 대신 AI 캐릭터가 광고 모델로 나서는 광경도 더 이상 공상과학 같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AI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미 인스타그램에는 'AI혜정', 'AI박아린' 등 이름에 'AI'를 내세운 가상 인플루언서 계정들이 생겨나,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으는 등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매력적인 사진과 짧은 영상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하며, 유튜브나 틱톡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AI 혜정의 경우 실제 사람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자연스러운 댄스 영상을 선보이고 있고, 댓글에는 그녀를 실제 아이돌이나 모델처럼 대하는 반응도 눈에 띈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인플루언서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속속 탄생하면서, 업계 전반에 새로운 기회와 고민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AI 이미지/영상/음성 생성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은 필수
AI 인플루언서의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마케터들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인플루언서 시장의 상당 부분을 AI 가상 인간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우선, AI 이미지/영상/음성 생성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은 필수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진을 생성하는 딥러닝 모델 사용법, 딥페이크나 모션 합성 기술로 영상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텍스트를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 등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기술들은 아이타나 로페즈 같은 가상 인물을 만들어 내고 운영하는 데 핵심 도구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인터넷상에는 이미 이러한 생성 AI 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과 튜토리얼들이 많아, 관심만 있으면 개인도 충분히 가상 캐릭터를 제작해 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한 통찰이 함께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성공적인 AI 인플루언서를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한 통찰이 함께 필요하다. 아이타나의 사례에서 보았듯, 단순히 멋진 이미지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스토리 설정, 캐릭터성 부여, 팬들과의 소통 전략 등이 종합적으로 기획되었기에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곧 AI 인플루언서를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 유사함을 뜻한다. 콘텐츠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의 역할을 한 몸에 수행해야 하는 1인 창업가의 마인드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아이타나를 만든 팀도 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소규모 스타트업처럼 움직였고, 그 결과 단기간에 글로벌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앞으로 개인 창작자들도 자신의 가상 캐릭터 브랜드를 만들어 성장시키는 1인 기업가형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는 모습이 더욱 흔해질 전망이다.
AI 인플루언서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지만, 그 영향력은 벌써 현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만든 새로운 기회인 만큼, 이를 두려워하기보다 능동적으로 배우고 활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오늘의 인플루언서들이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이었다면, 내일의 인플루언서는 키보드 뒤에서 AI를 다루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타나 로페즈의 성공이 보여주었듯, 변화의 물결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이제는 그 파도를 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기술 역량과 창의적 기획력을 겸비하여 다가오는 AI 인플루언서 시대를 선도한다면,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와 성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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