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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 숏드라마, 콘텐츠 제작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by 유훈식 교수
AI 숏드라마, 새로운 열풍의 서막

중국 숏드라마 시장은 기존의 미디어 산업 성장 공식을 완전히 파괴하는 속도와 규모로 팽창하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히 새로운 장르의 등장을 넘어, 100년 역사의 영화 산업마저 위협하며 중국의 미디어 지형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다. 2023년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약 374억 위안(약 7조 1,183억 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267.65%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장 예측 기관들은 2024년에는 500억 위안을 돌파하고, 2027년에는 1,000억 위안(약 19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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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장의 속도는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수준이다. 2023년 시장 규모는 이미 중국 전체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의 70%에 육박했으며, 2024년에는 사상 최초로 영화 시장의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비자의 관심과 엔터테인먼트 지출이 전통 미디어에서 새로운 디지털 네이티브 포맷으로 이동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제 더 나아가 AI 기반으로 제작된 숏드라마들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미디어 생태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성공 사례 분석 (1)
파격과 흥행의 '나를 사랑한 구미호'

지난 5월 공개된 AI 숏드라마 '나를 사랑한 구미호'는 AI 기반 제작 프로세스로 제작된 미디어 콘텐츠의 파격적인 잠재력을 보여준다. 신화 속 구미호가 굴착기를 몰고, 인기 캐릭터 '라부부'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등 황당하고 비논리적인 전개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공개된 37편의 누적 조회 수는 2억 건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전통적인 서사 문법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고, 시각적 스펙터클과 신선함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 경향이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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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기획부터 연출, 특수효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AI로 제작되었다. 특히 배우의 과장된 연기와 화려한 시각 효과는 AI 생성 모델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러한 완전 자동화된 제작 방식은 극단적인 비용 절감과 제작 속도 향상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완전 AI 생성 드라마는 한 편당 1~2시간 만에 제작이 가능하며, 3편을 제작하는 데 단돈 50위안(약 9,500원) 정도의 비용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경제 모델 덕분에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실험적이고 기괴한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이 가능해졌다.


성공 사례 분석 (2)
AI 제작의 가능성을 연 '싱안링 괴사건'

2024년 3월 공개된 중국 최초의 AI 숏드라마 '싱안링 괴사건(兴安岭诡事)'은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한 하이브리드 제작 모델의 성공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 5명의 제작진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4,500만 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사례는 AI가 '원클릭'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라, 숙련된 소규모 팀의 손에서 비용과 시간을 극적으로 압축하는 강력한 도구 모음(Suite of tools)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딩콴(丁宽) 감독은 이 드라마의 제작 과정이 단순히 프롬프트를 입력해 완성된 영상을 얻는 방식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제작팀은 '지멍(即梦)', '커링(可灵)', '런웨이(Runway)' 등 다양한 영상 생성 AI 모델을 활용해 개별적인 장면(shot)들을 생성한 후, 감독이 직접 이를 편집하고 조합하여 하나의 서사를 완성했다. 이는 인간의 창의력과 AI의 생산력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워크플로우의 전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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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제작 방식은 특히 비용 측면에서 혁신적인 결과를 낳았다. '싱안링 괴사건'은 판타지 탐험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제작비는 유사한 수준의 일반 SF·판타지 웹 영화의 약 20% 수준에 불과했다. 딩콴 감독이 언급했듯, AI 산업의 핵심 가치는 '저비용 고효율'이며, AI는 창작자를 기술과 자본의 제약에서 해방시켜 '기본기 대 상상력'의 싸움으로 전환시키는 도구다. 이 사례는 미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 변화를 명확하게 예고한다. 미래의 감독은 배우와 카메라를 통제하는 현장 지휘관을 넘어, 다양한 AI 도구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결과물을 조율하여 하나의 일관된 비전을 만들어내는 'AI 오케스트레이터(AI Orchestrat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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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영상 산업의 핵심 동력
저비용 고효율 혁명

AI 숏드라마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은 제작 비용의 혁신적인 절감과 플랫폼에 통합된 강력한 AI 제작 도구의 등장이다. 이 두 요소는 콘텐츠 제작의 문턱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속도와 규모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다. AI 도입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는 가히 혁명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AI 숏드라마의 제작비는 기존 숏드라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 숏드라마 한 편 제작도 어려운 30만 위안(약 5,800만 원)의 예산으로 AI 숏드라마는 10편까지 제작이 가능하다는 제작진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심지어 3편 제작에 단돈 1만 원이 소요되는 사례까지 등장하며, 기존의 제작비 상식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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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전통적인 TV 시리즈 파일럿 제작비나, 수십만 위안에서 백만 위안을 넘나드는 중국 내 일반 숏드라마 제작비와 비교할 때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해진다. 이러한 비용 혁명은 더우인(Douyin), 콰이쇼우(Kuaishou)와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하는 강력한 AI 영상 제작 도구에 의해 가속화되었다. 콰이쇼우는 오픈AI의 '소라(Sora)'에 필적하는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동영상 생성 AI '클링(Kling)'을 공개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커링은 텍스트나 이미지를 입력하면 고품질의 영상을 생성해주는 도구로, 일반 사용자도 손쉽게 숏드라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더우인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 역시 영상 모델 '씨댄스(Seedance)', 이미지·영상 앱 '지멍(即梦)',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동영상 편집 앱 '지엔잉(剪映)/캡컷(CapCut)'에 AI 기능을 통합하며 강력한 제작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경제 모델의 변화는 '프로덕션 밸류(Production Value)'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가의 촬영 장비, 화려한 로케이션, 유명 배우의 출연료가 프로덕션 밸류의 척도였다. 그러나 AI 숏드라마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예산으로 수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시청자가 느끼는 '가치'가 반드시 제작비와 비례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이제 프로덕션 밸류는 자본의 크기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참신함, 트렌드에 대한 빠른 반응 속도, 그리고 대담한 창의성으로도 확보될 수 있다. 이는 자본이 부족한 개인이나 소규모 팀에게 거대한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동시에, 모든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AI 영상 시대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량과 미래

AI 시대의 도래는 디자이너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과거 에셋(asset)을 직접 제작하는 '메이커(Maker)'에서 AI 시스템을 지휘하고 결과물을 총괄하는 전략적 '디렉터(Director)'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콘텐츠 기획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기술, 그리고 AI의 결과물을 큐레이션하는 섬세한 창의적 감각이라는 세 가지 핵심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AI는 반복적인 '어떻게'의 영역을 자동화하며, 디자이너가 더 본질적인 '무엇을'과 '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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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콘텐츠 기획자 및 전략가로서의 역량이 중요해진다. 디자이너는 이제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콘텐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AI를 활용해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잠재고객 페르소나를 정교하게 구축하며, 시장 트렌드를 예측하여 창의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는 디자인의 결과가 비즈니스 성과와 직결되는, 보다 상위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생성형 AI와 소통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는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AI에 내리는 지시문, 즉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기술과 예술을 아우른다.47 디자이너에게 이는 단순히 '해변에 앉아있는 소녀'를 요청하는 것을 넘어, '저녁노을이 지는 해변에서, 플로럴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소녀가 코코넛을 들고 앉아있는 모습을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려줘'와 같이 스타일, 구도, 분위기, 타겟 오디언스까지 고려한 구체적인 크리에이티브 브리프를 기계에 전달하는 것과 같다.


셋째, AI 생성 결과물을 다루는 능력, 즉 생성 및 큐레이션 역량이다. 이는 단순히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것을 넘어, 미드저니, 커링, DALL-E 등 각기 다른 AI 모델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여러 결과물을 생성한 뒤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이를 편집·조합·개선하여 최종적인 창작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반복적인 과정을 포함한다.50 결국 AI가 수많은 시안을 쏟아내더라도, 그중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브랜드의 가치를 담아내는 인간의 '안목'과 '감각'이 최종적인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디자이너는 단일 AI 도구 사용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라, 전체 크리에이티브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아키텍트(System Architect)'가 될 것이다. AI가 개별 에셋 제작을 자동화함에 따라, 디자이너의 역할은 수천, 수만 개의 결과물이 일관성과 품질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상위의 과제로 이동한다. 이는 AI를 위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정의하고, 마스터 프롬프트를 개발하며,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전체 워크플로우를 설계하는 것을 포함한다.40 디자이너는 조립 라인의 노동자에서 공장의 설계자로 진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AI가 기술적 장벽을 허물면서, 인간의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 문화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 윤리적 판단력,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능력은 현재 AI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미래의 디자인은 '손'의 기술보다 '머리'의 전략과 '가슴'의 공감 능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AI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증폭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가장 강력한 협업 파트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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