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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챗GPT에서 포토샵으로 디자인하세요.

AI로 재편되는 디자인 실무 패러다임의 변화

by 유훈식 교수

I. 자연어 인터페이스가 디자인 실무의 중심이 되다

어도비가 오픈AI의 챗GPT에 포토샵, 익스프레스, 애크로뱃 등 핵심 크리에이티브 애플리케이션들을 통합하여 앱 형태로 출시했다. 이 전략은 지난 수십 년간 픽셀 하나하나를 직접 조작하는 숙련된 기술에 기반했던 디자인 실무 패러다임이 AI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편되었음을 선언한다. 이 새로운 시대에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디자이너의 의도를 소프트웨어에 전달하는 핵심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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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디자인 환경에서 전문가는 복잡한 메뉴 구조와 기능을 익히는 데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그러나 AI 중계 워크플로우에서는도구 조작 능력에 투자하는 시간이 급격히 감소한다. 대신, 디자이너의 가치는 AI에게 원하는 결과물의 컨텍스트, 제약 조건, 명확한 목표를 정확하게 지시하고 전달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전환된다. 어도비의 이번 통합은 수억 명의 사용자가 자신의 언어만으로 포토샵 편집을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는 대화형 경험을 구현하며, 디자인 프로세스의 중심축이 기술적 숙련도에서 개념적,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이동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II. AI 에이전트 워크플로우의 등장과 기술적 기반

에이전트 AI: 목표 지향 시스템으로의 진화

AI 중계 디자인 워크플로우의 등장은 디자인 자동화의 본질을 변화시킨다. 전통적인 워크플로우 자동화는 사전에 정의된 고정된 규칙과 선형적인 단계(rigid A→B script)에 따라 순차적으로 작업을 실행했다. 이러한 방식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나 새로운 요구사항이 발생했을 때 병목 현상을 일으키거나 수동 개입을 요구하는 한계를 보였다. 반면, 새로운 AI 중계 워크플로우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스템을 활용하여 작동한다. 디자이너가 AI에게 "새로운 제품 출시 계획을 위한 광고 이미지 생성"과 같은 최종 목표(Goal)를 제시하면, 시스템은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필요한 단계를 자율적으로 설계하며, 동적으로 조정을 가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실행 도구가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해 능동적으로 작업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지능적인 직원처럼 행동한다. 어도비가 이번 챗GPT 앱 출시에 자체 에이전틱 AI 기술과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기술을 반영했다고 밝힌 것은, 디자인 작업의 복잡성과 적응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어도비 AI 전략의 양면성: Sensei와 Firefly의 역할

챗GPT 앱 통합은 어도비 자체 AI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두 가지 핵심 모델군인 어도비 센세이(Sensei)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Firefly)의 유기적인 결합을 기반으로 한다. 먼저, 센세이는 포토샵의 '뉴럴 필터', 애프터 이펙트의 '내용 인식 채우기' 등 기존 어도비 애플리케이션 전반에 걸쳐 지능형 기능을 제공해 온 기반 인프라다. 센세이는 생성형 AI의 규모 있는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보안, 그리고 기업 수준의 신뢰성을 제공하는 기반 구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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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파이어플라이는 이미지 생성 및 텍스트 효과에 특화된 생성형 AI 모델군으로, 어도비 스톡 이미지, 개방형 라이선스 콘텐츠 등으로 학습되어 상업적으로 안전한 콘텐츠를 생성하도록 설계되었다. 파이어플라이는 향상된 정밀도와 속도를 제공하며, 기존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워크플로우에 직접 통합된다. 어도비가 외부 LLM인 챗GPT를 통합한 것은 일반 사용자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이다. 수많은 사용자가 자신의 언어로 포토샵 편집 등 인기 기능을 초보자에게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어도비는 핵심 생성형 기술(Firefly)을 자사 생태계 내에 유지하고 센세이의 인프라를 통해 IP 및 상업적 안전성 이슈를 관리함으로써 기술 통제력을 확보한다. 이는 비전문가 시장의 사용 장벽을 허물면서도, 기업 고객에게 필수적인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이중적인 시장 방어 및 공략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화형 경험의 정교한 제어

AI 중계 방식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직관성과 정교함의 결합이다. 사용자는 챗GPT 대화창에서 '밝기 조절'이나 '이미지 교체' 같은 작업을 자연어로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 즉시 해당 편집 인터페이스를 호출하여 작업을 진행한다.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포토샵에서 사용하는 슬라이더와 같은 정교한 제어 기능까지도 챗GPT 대화 환경 내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이는 AI가 작업의 '시작'과 '중계'를 담당하더라도, 전문 디자이너가 결과물에 대한 미세한 조정과 완벽한 통제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의도된 중요한 기술적 균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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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실무 환경의 변화: 효율성 증대와 창의적 영역 확장

일상 업무의 자동화와 창의적 가속화

AI 중계 디자인 워크플로우는 디자이너의 일상 업무에서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 이미지 크롭, 색 보정, 폰트 선택 등 이전에 수동으로 몇 시간이 걸렸던 반복적인 작업들을 이제 AI가 몇 분 안에 처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용하거나 고차원적인 작업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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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포토샵의 생성형 채우기(Generative Fill)와 같은 기능은 창의적 발상을 현실화하는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이미지의 배경을 확장하거나, 불필요한 객체를 제거하거나,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등 복잡한 편집이 단 몇 초 만에 완료된다. 이러한 신속한 실행력은 아이디어를 즉시 시각화하고 검증하는 신속한 프로토타이핑(Rapid Prototyping)을 가능하게 한다. 한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디자인 및 테스트 단계에서 개발 시간을 30%에서 50%까지 단축할 잠재력을 가진다.


디자이너 역할의 변화: 실행가에서 전략적 감독자로

AI가 실행의 속도를 높일수록, 디자이너의 역할은 현장 실행가에서 전략적 감독자(Supervisory Role)로 전환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여러 대안을 생성하지만, 최종적인 선택과 방향 설정은 인간의 전략적 통찰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감독자 역할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원본 이미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 '비파괴적 레이어(Nondestructive Layer)'로 생성된다는 사실에서 기술적으로 뒷받침된다. 디자이너는 AI가 제안한 다양한 결과물을 부담 없이 실험하고, 필요하다면 원본을 보존한 채 편집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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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중계가 자동화를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어도비가 정교한 제어 기능과 비파괴적 편집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결과물에 대한 최종적인 통제권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반영한다. 이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 도구로 자리매김하도록 유도하며, AI의 실행력을 인간의 전략적 통제 아래 두는 건강한 워크플로우 균형을 형성한다.


IV.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량:

실행을 넘어 전략 수립으로

AI가 이미지 크기 조정이나 색 보정과 같은 일상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에 따라, 디자이너는 반복적인 기술 실행에서 벗어나 창의적 방향 설정, 개념화, 그리고 복잡한 문제 정의 및 해결과 같은 고차원적인 영역에 집중하게 된다. 전문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 트렌드와 청중 행동을 분석하며, AI를 활용하여 얻은 통찰을 통해 서비스에 부가적인 가치를 더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디자인 산출물화

AI 시대의 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수적인 기술 중 하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다. 이는 AI에게 단순히 명령을 내리는 것을 넘어, 컨텍스트, 제약 조건, 그리고 원하는 결과물의 구체적인 사양을 명확하게 명시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프롬프트는 더 이상 일회성 명령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프롬프트를 '디자인 산출물(Design Artifacts)'처럼 취급하여, 이를 문서화하고, 반복적으로 개선하며, 팀 내에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자연어 처리(NLP)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다양한 LLM의 강점과 한계를 실험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결국, 디자이너는 AI 모델의 출력을 분석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프롬프트를 최적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비시각적 디자인 영역으로의 확장

AI 기술은 음성, 비전, 비선형적이고 확률적인 흐름 등 기존의 시각적 도구로는 설계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차원의 사용자 경험(UX)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피그마와 같은 전통적인 시각 기반 툴로는 이러한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상호작용 시스템을 완전히 모델링하기 어렵다. AI가 시각적 결과물의 생성을 가속화할수록, 디자이너의 가치는 시각적 표현(Visual Layer)을 넘어 AI가 매개하는 동적이고 복합적인 상호작용 시스템 자체를 설계하는 능력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AI 기반 코딩 툴을 활용하여 시각적 차원을 넘어서는 다차원적 경험을 설계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이는 UI/UX 디자인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변화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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