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를 위한 멀티모달 인터랙션 디자인

by 유훈식 교수

피지컬 AI 시대의 멀티모달 인터랙션 디자인

인공지능 기술의 패러다임이 디지털 가상 세계를 넘어 물리적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도래했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물을 화면에 출력하는 단계를 지나 현실 데이터를 센서로 인지하고 AI 모델이 판단한 후 로봇이나 자율주행 장치와 같은 물리적 하드웨어를 통해 실행하는 순환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인공지능이 중력, 마찰, 불확실성 등 실제 물리 환경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하며 인간과 유사한 사고력뿐만 아니라 신체적 동작까지 모방하는 체화된 지능(Embodied AI)의 형태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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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인공지능이 주로 텍스트나 이미지 등 단일한 모달리티를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면 피지컬 AI는 카메라, 라이다(LiDAR), 음성, 촉각 센서 등 다양한 경로로 유입되는 멀티모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이는 로봇이 복합적인 현실 환경을 정밀하게 인지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다각도로 파악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특히 비전-언어-행동(Vision-Language-Action, VLA) 모델의 등장은 시각 정보와 언어 명령을 결합하여 로봇이 자율적으로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인터랙션의 지능화 수준을 급격히 높였다. 엔비디아의 제트슨 토르(Jetson Thor) 플랫폼이나 구글의 제미나이 로보틱스(Gemini Robotics) 1.5와 같은 기술적 토대는 이러한 실시간 멀티모달 추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피지컬 AI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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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멀티모달 인터랙션 디자인은 로봇과 인간이 안전하고 유연하게 공존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디자이너는 단순히 시각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구성하는 것을 넘어 로봇의 움직임, 음성, 조명 신호 등 모든 물리적 신호가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심리적 영향과 사회적 의미를 설계해야 한다. 인간은 타인과 소통할 때 언어 외에도 비언어적 단서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피지컬 AI 역시 자신의 내부 상태와 다음 행동의 의도를 투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멀티모달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능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방식에 적응하고 사회적 규칙인 로보티켓(Robotiquette)을 준수하는 지능형 파트너를 디자인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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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의 글로벌 동향을 살펴보면 각 국가와 기업들은 산업적 특성에 맞춰 인터랙션 전략을 차별화하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물류와 국방 분야의 자율 시스템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유럽은 세계 최초의 AI 법안(AI Act)을 통해 고위험군 로봇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은 돌봄과 재활 서비스 로봇 시장을 확대하며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는 인터랙션 모델을 구축 중이다. 한국 또한 제조업 로봇 밀도 1위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배달 로봇, 전기차 충전 로봇 등 생활 밀착형 피지컬 AI 인터랙션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결국 피지컬 AI 시대의 디자인은 기술적 고도화를 넘어 실제 생활 공간에서 인간의 경험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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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인터랙션

피지컬 AI 환경에서 음성은 인간이 로봇과 소통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직관적인 수단이다. 거대 언어 모델(LLM)의 비약적인 발전은 로봇에게 단순한 음성 명령 인식을 넘어 대화의 맥락과 사용자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을 부여했다. 과거의 로봇이 특정 단어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존재였다면 현재의 피지컬 AI는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시각 센서로 분석하고 사용자의 질문에 논리적인 추론 과정을 거쳐 답변할 수 있는 대화형 주체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가 로봇을 기계가 아닌 지능적인 동료로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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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인터랙션 설계에서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로봇의 페르소나에 부합하는 목소리 톤과 어조의 설정이다. 목소리는 사용자의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디자인 요소로 작용한다. 브랜드의 성격이 전문적이고 신뢰감을 주어야 하는 의료나 금융 현장의 로봇은 명확하고 안정적인 공식적인 어조를 사용해야 하며 친근함이 우선인 반려 로봇은 부드럽고 따뜻한 일상적인 대화 스타일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관된 페르소나를 유지하지 못하고 로봇이 상황에 따라 너무 기계적이거나 지나치게 가볍게 말할 경우 사용자는 불쾌감을 느끼거나 로봇의 능력을 불신하게 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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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보이스 인터랙션 사례인 피규어 01(Figure 01) 로봇은 오픈AI의 기술을 탑재하여 경이로운 수준의 대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 로봇은 진행자가 "배가 고프다"고 말하자 식탁 위의 물건 중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사과를 식별하여 건네주었으며 왜 사과를 주었는지 묻는 질문에 "테이블 위에 먹을 수 있는 것이 사과뿐이었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행동 근거를 설명했다. 이는 로봇의 보이스 인터랙션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지능적 판단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인간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적인 도구임을 입증한 사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말을 살짝 더듬거나 "음..."과 같은 추임새를 사용하는 인간적인 대화 습관을 모사한 것은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사회적 실재감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성공적인 보이스 인터랙션을 위해서는 대화의 흐름(Flow)과 적응성(Adaptability)에 대한 정교한 설계 원칙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로봇의 긴 응답보다는 명확하고 짧은 피드백을 선호하며 특히 전문적인 작업 환경에서는 인사치레보다는 즉각적인 데이터 제공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로봇은 사용자의 말을 정확히 이해했음을 알리기 위해 "환자 29835번의 기록을 확인하겠습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확인 루프(Confirmation Loop)를 생성해야 한다. 만약 소음 등으로 명령을 제대로 듣지 못했을 때도 무조건적인 재질문보다는 "방금 영상 검사라고 하셨나요?"와 같이 유연하게 대응하여 대화의 단절을 막는 실패 대응 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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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피지컬 AI의 음성 인터랙션은 레이어드 메모리 메커니즘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 형성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노인 돌봄 로봇 페퍼(Pepper)와 같은 사례에서는 이전 대화의 내용을 기억하고 요약하여 다음 대화에 반영함으로써 사용자가 로봇을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진정한 반려자로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지연 시간(Latency) 문제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응답이 1초 이상 늦어지면 사용자는 소통의 흐름이 끊겼다고 느끼며 잘못된 정보 전달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로봇이 생각 중임을 알리는 시각적 신호를 병행하거나 도메인 지식 기반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여 대화의 안전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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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처 인터랙션

제스처 인터랙션은 피지컬 AI가 자신의 의도를 비언어적으로 표현하고 사용자의 신체 신호를 정확히 해석하여 상호작용의 질을 높이는 핵심적인 방식이다. 로봇의 움직임은 단순히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가 로봇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게 함으로써 협업의 효율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증대시키는 인터페이스 그 자체로 기능한다. 디자이너는 로봇의 동작을 설계할 때 기능적 목적을 달성하는 '기능적 효용'과 로봇의 내부 상태를 표현하는 '표현적 효용'을 조화롭게 결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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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제스처 설계 원칙 중 하나는 예고적 동작(Anticipatory Motion)의 활용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협업할 때 상대방의 시선 처리나 미세한 몸의 기울기를 통해 상대의 다음 행동을 본능적으로 예측한다. 피지컬 AI 역시 이동하기 전 고개를 돌려 가고자 하는 방향을 확인하거나 물건을 집기 전 팔 근육을 살짝 수축시키는 듯한 예비 동작을 수행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자신의 의도를 사전에 알릴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예고적 동작은 인간 파트너가 로봇의 의도를 더 빨리 파악하게 하여 대응 시간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로봇의 행동을 더 예측 가능하고 유능하게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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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유 공간에서의 자원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망설임 제스처(Hesitation Gestures) 설계는 매우 고도화된 비언어적 소통 방식이다. 인간과 로봇이 동시에 같은 대상을 향해 움직일 때 로봇이 동작을 잠시 멈추거나 가속도를 줄여 살짝 움츠러드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 사용자는 로봇이 상황을 인식하고 자신에게 우선권(Right-of-way)을 양보했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는 고가의 안면 디스플레이나 복잡한 음성 설명 없이도 로봇의 궤적 제어만으로도 "실례합니다" 혹은 "먼저 가세요"라는 사회적 신호를 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망설임 프로파일(AHP)'은 로봇이 무생물 기계가 아닌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적 주체로 인식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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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례로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는 인간의 정교한 손놀림을 모방하여 공장의 반복적인 조립 업무나 물건 운반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옵티머스의 인터랙션 디자인은 인간과 유사한 관절 구조를 활용하여 도구 사용의 범용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로봇이 작업 중 균형을 잃었을 때 취하는 반사적인 동작들은 사용자에게 로봇이 자신의 물리적 상태를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믿음을 준다. 반면 사회적 서비스 로봇인 iCub은 공동 주의(Joint Attention) 형성을 위한 시선 제스처와 가리키기 동작을 통해 사용자와 동일한 대상을 바라보며 학습하고 협력하는 상호작용 모델을 보여준다.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본능적인 제스처를 로봇이 정확히 해석할 수 있도록 설계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특정 방향을 가리키는 데이틱(Deictic) 포스처는 사용자가 선택한 객체와 언어적 명령인 "저기" 혹은 "이것"을 결합하여 로봇의 작업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는 고도의 멀티모달 인터랙션을 가능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로봇은 사용자의 제스처를 인식했다는 피드백으로 가벼운 고개 끄덕임이나 시선 맞춤과 같은 인사를 건네며 상호작용의 성공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시켜야 한다. 로봇의 움직임이 너무 기계적으로 빠르거나 지나치게 부드러울 경우 사용자는 위협을 느끼거나 지능을 낮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상황에 적절한 속도와 곡률(Curvature)을 유지하는 정교한 모션 그래픽적 감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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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인터랙션

빛은 얼굴이나 디스플레이가 없는 피지컬 AI 기기가 자신의 현재 상태와 의도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비언어적 도구다. LED 조명의 색상, 밝기, 점멸 패턴의 조합은 기계의 내부 작동 원리를 직관적인 시각 언어로 치환하여 사용자가 즉각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돕는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라이팅 인터랙션을 설계할 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ISO나 ANSI의 표준 색상 가이드를 기반으로 하되 기기의 맥락에 맞는 창의적인 신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반적인 상태 표시등의 색상 표준에 따르면 초록색은 정상 작동 및 전원 켜짐을 나타내며 주황색(Amber)은 대기 상태나 주의가 필요한 경고를 의미한다. 빨간색은 심각한 하드웨어 오류나 긴급 중단 상태를 뜻하며 파란색은 수동 모드 혹은 통신 연결 상태를 나타낼 때 주로 사용된다. 피지컬 AI 디자이너는 이러한 기본적인 색상 문법을 활용하여 기기가 부팅 중인지(초록 점멸), 작업이 완료되었는지(흰색 점등), 혹은 센서가 가려져 위험한지(빨강 고속 점멸)를 사용자에게 즉각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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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인터랙션은 단순히 상태를 알리는 것을 넘어 로봇의 이동 궤적을 예고하는 사회적 도구로도 활용된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 S(Dilly S)는 몸체 하단 뒤편에 배치된 라이트를 통해 로봇이 어느 방향으로 회전할지 혹은 멈출지를 주변 보행자들에게 미리 알린다. 이는 차량의 방향지시등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여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복잡한 인도에서의 상호작용 명확성을 확보한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에서는 자율주행 모드가 활성화되었음을 외부에서 식별할 수 있도록 틸(Teal, 청록색) 색상의 라이트를 표준으로 도입하여 인간 운전자나 경찰이 혼동 없이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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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스마트 도시 인프라에서는 신호등 자체에 라이팅 인터랙션의 진화가 시도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자율주행 차량들이 밀집한 교차로에서 인간 운전자들에게 "앞차의 움직임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기존의 삼색 신호등에 네 번째 색상인 흰색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화이트 페이즈(White Phase) 시스템은 자율주행 차량들 간의 통신 결과를 조명 신호로 변환하여 인간이 복잡한 판단 없이도 효율적인 교통 흐름에 동참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인터랙션 사례다. 또한 로봇은 빛을 바닥에 투사하여 자신의 진행 경로를 시각화하거나 사용자의 시선을 특정 물체로 유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며 물리적 공간에서의 안내 품질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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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측면에서 빛은 로봇의 페르소나와 감정 상태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앰비언트 라이팅(Ambient Lighting)으로 진화한다. 직접적인 표정 변화가 없더라도 로봇 전체에서 부드러운 호흡 패턴으로 파란색 빛이 천천히 점멸하면 사용자는 로봇이 대기 상태에서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의료 현장의 보조 로봇 모키(Moxi)는 사람에게 길을 양보할 때 가벼운 알림음과 함께 따뜻한 톤의 빛을 내어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이는 병원이라는 예민한 공간에서 환자와 의료진에게 정서적 안도감을 제공한다. 디자이너는 낮과 밤, 실내와 실외 등 다양한 조도 환경에서도 LED의 가독성이 유지되도록 밝기를 자동 조절하고 지나친 점멸로 인한 시각적 피로를 방지하는 세심한 사용자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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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시대 UX/UI 디자이너들이 해야 할 일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는 UX/UI 디자이너의 역할을 2차원 화면 안의 픽셀 배치자에서 3차원 물리 공간의 시스템 설계자로 확장시킨다. 디자이너는 이제 단순히 시각적인 보기 좋음을 추구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반응하며 인간과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규칙과 논리를 수립해야 한다. 이는 디자인 업무의 본질이 완성된 결과물 제작에서 AI가 더 뛰어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원칙의 설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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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디자이너는 '시스템적 사고'를 바탕으로 인터랙션을 구조화해야 한다. 토스(Toss)의 사례처럼 디자이너는 매번 새로운 화면을 그리는 대신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과 디자인 규칙을 시스템화하여 AI가 일관된 UI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로봇의 이동 속도, 목소리 톤, LED 점멸 주기 등을 표준화된 디자인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이를 다양한 상황과 기기에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설계 능력이 요구된다. 이는 디자이너가 단순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제품의 철학과 사용자 경험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둘째, 3차원 공간 설계 역량과 멀티모달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실제 공간을 점유하고 이동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로봇의 물리적 크기, 관절의 가동 범위, 사용자와의 안전거리(Proxemics) 등을 고려한 입체적 설계를 수행해야 한다. Unity, Blender와 같은 3D 그래픽 툴은 물론 ShapesXR과 같은 공간 프로토타이핑 도구를 활용하여 가상 세계(Digital Twin)에서 미리 인터랙션을 검증하고 물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또한 시각, 청각, 조명 등 여러 모달리티가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보강하도록 조율하는 감각적인 균형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AI의 한계를 인정하고 보완하는 '실패 설계(Design for Failure)'와 '설명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현실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언제든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때 디자이너는 로봇이 당황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상황을 정중하게 알리며 대안을 제시하거나 인간 전문가에게 연결하는 우아한 실패 처리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로봇의 판단 근거를 음성이나 시각적 신호로 사용자에게 친절히 설명함으로써 인공지능의 블랙박스를 투명하게 열어 보이고 사용자의 신뢰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데이터 기반의 리서치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수립에 동참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며 이는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디자이너는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실제 사용자가 로봇의 어떤 제스처에 거부감을 느끼는지 혹은 어떤 음성 톤에서 더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지를 파악하여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디자인 시스템 내에 내재화하여 기술이 인간의 삶을 침해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수호자의 역할도 병행해야 한다. 피지컬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기술과 인간을 잇는 가장 따뜻한 접점을 만드는 창조적 리더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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