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8.

지나치는 기찻길의 교차로

by 비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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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잘라도 프레임인 단면들과 서로 엉겨 붙어 겨우 풍경을 바라본다. 프레임과 속도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접촉을 시도한다. 누군가는 나처럼 그대들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주지? 사라지는 창문을 붙들고 소리쳐 본다. 셔터음만이 선명하게 지문을 남긴다.


기차역은 ‘머물다’에게 어색하지 않기라도 하지. 맞지 않는 속도들의 교차로는 머무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그래서 마주치는 눈동자가 어색하고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머물지 않는 자들의 공간에 머물러 보고 싶은 욕망이 늘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저 지나치면 될 것을 굳이 밟고 안아보고 싶다. 표지판과 차단봉의 이상적 구도에 나를 사과처럼 놓고 싶다. 내가 만든 프레임으로 그들은 완벽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더 완벽에 수렴할 것이고 거기에 내가 사과가 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도 나는 내 존재를 지울 수 없어 그렇게 끼워 넣는 것이다. 노랑이 나를 위로해 줄 것이라 믿으며.


단순한 ‘포착’이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충만감이 있다. 인간의 찰나였더라도 물리적 시공간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생의 이유가 되어 준다. 꿋꿋하게 서 있어 줄 것을 기대하며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된 다음에는 꿋꿋하지 않아도 친구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그대들과의 재회를 기약하며 살아간다. 죽기 전까지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더해 나갈수록 삶이 더 강하고 끈질겨야만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