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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Jul 16. 2020

좋아하는 것들, 존경하는 마음

이슬아의 <깨끗한 존경>

우리는 눈에 담을 수 있는 한 장면에 사람보다 고양이가 많은 곳에 묵고 있다. 서로의 말과 침묵을 세심하게 살피고 존중할 수 있는 시공간이다. 대화할 상대가 서로뿐이라서인지 영은 어젯밤 고양이들에게 몇 차례 말을 걸며 손을 뻗어 “이리 와”라든가 “옜다”, “귀여워”라고 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나는 일방적으로 “저리 가”와 “조용히 해” , “무서워” 같은 말을 손을 휘저으며 했다.


 휴가를 계획할 때 한 2-3일 숙소 잡고 책이나 읽자 했었던 목적을 잃지 않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어제 읽다 말았던 책을 각자 붙잡고 서로의 눈길을 방해하지 않는다. 독서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어서 무척 독립적이고 좋은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니 각자 하더라도 흥이 더 돋는다고 해야 하나. 어떤 액티비티보다 더 신나고 즐겁다.


 다만 우리 둘이 책을 읽는 모습은 약간 다르다. 영은 색깔 펜을 한 손에 들고 미간을 찌푸린 채 읽다가 읽던 책에 쓰다가 다시 읽기를 반복한다. 나는 주로 전자책을 읽기도 하고 독서를 통해 정보보다는 감정을 얻고 또 쏟기 때문에 볼펜은 필요 없다. 그저 읽으며 울상이 되다가 웃음을 흘리다가 빛나는 문장을 만나면 몇 번이고 읽다가 메모장에 옮기며 다시 감탄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엿본다는 것이 무척이나 근사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선택한 이슬아 작가의 <깨끗한 존경>을 읽으며 나는 몇 번이나 울고 싶었는지 모른다. 정혜윤, 김한민, 유진목, 김원영, 그리고 이슬아라는 사람 각자의 사랑과 우정과 용기가, 삶의 시선과 발걸음이 어찌나 깨끗하고 선명한지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약간 슬퍼지듯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일까. 왜 슬펐을까.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일까, 그들이 부러워서일까, 그들보다 내가 작게 여겨져서일까, 좋은데 왜 울고 싶었을까.


 정혜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 뜻이 아니에요. 그냥 세상에 나보다 슬픈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가 나보다 더 슬픈데, 그가 엄청난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는 것이지요. 용기를 말하는 거예요. 저 스스로한테 얘기해요. 저 사람들이 내는 용기를 봐라. 저 사람들이 내는 저 큰마음, 저 멀리 가는 마음을 봐라. 그러고서 생각해요. 저기로 같이 가자고. 저 방향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고 싶다. 더디더라도 한 발짝씩 내 속도로 내 의지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싶다.  나는 앞장설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좋음을 분별하는 내 안목을 믿는다. 따라 살게 하고 싶은 사람들을 나는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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