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는
나에게 글쓰기는 꽤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함께해 왔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때 작은 공부방에서 드라마 작가를 꿈꾸던 선생님을 모셔두고 글 쓰는 법을 처음 배웠다. 대학생 때는 전공과 관련한 캠프를 떠나는데 선발과정을 거쳐야 했던 일이 있었다. 그 과정 중 조별 면접과 발표에서 무턱대고 "말보다는 글"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가 심사위원 선배의 급격히 어두워지는 표정을 본 적이 있다. 2019년 해군 생활(지금도 하고 있지만) 때는 고 박완서 선생님의 장편소설들에 빠져서 해외 장기항해의 버팀목이 되었던 글귀들을 디딤돌 삼아 이제는 꼭 글로써 무언가 해내야겠단 열망에 가슴이 마구잡이로 두근댔던 적도 있다. 그 설렘을 계기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일매일 꾸준히 짧은 글을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는 수줍은 어린이처럼 헤실헤실 웃고는 했던 적도 있다.
지나간 10대와 20대는 돌이켜보면 방황의 연속이었지만 늘 글쓰기는 함께했다. 30대는 안정을 찾고자 결혼까지 하고 본격적인 출발선에 서서 힘차게 나아가야 하는데 웬걸, 다시 한번 지독한 방황의 늪에 빠지고 나니, 글쓰기는 미래 준비에 걸림돌이 되는 사치품 정도로 여겨졌다. 글 쓰기 위해 들이는 시간 동안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한 글자 더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고, 차오르는 나이를 실감할수록 글 쓰는 나를 정말 한심스럽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단칼에 인스타그램을 삭제했고, 휴식이 필요할 때만 잠시 들여다보는 뉴스나 예능정도만 살려두었다. 1년 정도 지났을까. 나는 지금 여기서 다시 글을 쓰려고 펜을 잡았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지금, 한 차원 더 깊은 방황을 하고 있는 나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민 것은 늘 나와 동고동락했던 글이었다. 여기서 시작할 글쓰기 활동에 앞서 세 가지 각오를 펼쳐둔다.
첫째, 허영심은 벗어던지자.
나는 무슨 이야기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을 쓸 때는 항상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욕망이 강했다. 2년 전 이지스함에 승조할 때도 내가 스스로 함정근무자들과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서 글을 쓰고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모임에서 희곡을 준비해서 병영문학상에서 '가작'을 수상한 군의관님도 계셨다. 나는 시부문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입선을 한 경험이 있어서 실패했다고 합리화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진정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은데는, 타인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자 하는 허영에 찌든 욕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둘째, 편안하게 풀어나가자.
글을 쓰고 있노라면 현실에 바탕이 된 에세이형식의 글을 쓰기보다는 매번 추상적이고 뭉뚱그린 언어로 시적인 글을 쓰곤 했다. 멋있어 보이고 싶고 공감을 얻고 싶은데 내 모습은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이중적인 가면을 벗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하찮은 글솜씨로 일류 시인의 인기를 단숨에 얻고자 했으니, 이런 어불성설이 또 있으랴. 우선 마음을 가다듬고 길게 호흡해보자.
그래서 다시, 새로운 시작
앞에서 내가 30대에 접어들어 다시 방황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제부터는 펜을 통해 내 방황의 길을 그려보고자 한다. 용기를 가지고 나를 마주하는데 글쓰기만 한 특효약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다 현실감 있는 언어로, 고백하는 어조로 내 이야기들을 그리다 보면 해피엔딩에 도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고 오래된 그림에 색을 입혀서 다시 세상에 내놓는 작업을 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