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이 울창하게 우거진 수호목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린이들은
이름도 주인도 없는 한낱 조약돌이었다
어김없이 자라난 키 작은 풀잎들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왔으니 오늘도
매끄러운 표면 위로 땡그랑 구르는 이슬은
투명하게 반짝이는 영감이었다
여러 겹의 나이테를 안은 순백의 울타리 덕에
무섭게 우는 호랑이와 창백한 얼굴의 로봇은
먼 나라 꿈속의 이야기였다
휘영청 밝은 달빛에 두둥실 목마를 타고
함박웃음 짓는 햇빛을 따라 달음박질하고
비와 바람이 나풀나풀 수건 돌리기를 하던 마당엔
다채로운 꽃잎들이 피어올랐다
아름드리 두 팔 안에 소복이 모여
잘랑잘랑 물장구치던 조약돌은
시간이 만들어준 유일한 옷을 차려입고
당당히 무대 위로 걸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