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는 개인을 앞설 수 있는가?

명곡과 스타 한 명도 없이 100년 가까이 운영될 수 있었던 공연의 비밀

by 메시

록펠러. 그 이름을 들으면 우리는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부를 소유한 자를 떠올린다.

image.png John D. Rockefeller (존 D. 록펠러)

그는 아래와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Don’t be afraid to give up the good to go for the great.” — John D. Rockefeller
좋은 것을 포기하고, 위대한 것을 택하는데 두려워하지 마라.


그에게 위대한 것은 어떻게 정의되었을까?

록펠러에게 위대함의 정의는 중요한 것이 없어져도, 구조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했다.

즉, 그에게 영웅, 스타보다는 시스템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서 역사상 가장 큰 재산을 물려받은 남자, 존 록펠러 주니어. 그는 그 돈으로 제국이 아닌 시스템을 지었다.

image 1.png 록펠러 주니어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뉴욕에 가장 통제된 도시를 만들기 시작하게 된다.

좋은 것은 설계되어야 했고, 자유란 정제된 질서 안에서 가능하다고 믿었던 그는 록펠러 센터를 시작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뉴욕의 도시를 설계하는 형태로 구현해나갔다.


그리고, 1932년 12월 27일. 록펠러 주니어에 의하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엔터테이먼트 건물이 탄생하게 된다.

그 당시 가장 최첨단 기술의 미디어, “라디오”의 이름을 딴 극장, Radio City Music Hall이다.


image 2.png 6,000 명 상당의 대규모 관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Radio City Music Hall

라디오가 지배하는 도시의 중심 극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Radio City에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찾을 수 있는 Rockettes라는 공연이 열리게 된다.

존 록펠러 주니어의 사상철학을 공연의 형태로 실현하는 미션을 받은 러셀 마케르트(Russell Markert)는 미국 군무 공연의 상징인 Rockettes를 만들게 된다.

스타가 없어도 ‘사람이 교체돼도 같은 감동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으로서의 공연인 Rockettes는 당시의 브로드웨이의 공연들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image 3.png 크리스마스에만 공연되는 Radio City Rockettes는 100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Legacy로 자리잡는다.

'위키드', '라이온킹', '해밀턴' 등 브로드웨이 공연들은 독창적인 명곡과 스타배우들로 유명하다.

이렇게 독창성, 스타,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 브로드웨이 공연에 비하여 Rockettes는 정제됨, 동일성, 구조를 강조한다. 기억되는 노래도 하나도 없고, 어떤 배우를 보았는 지 기억도 나지 않으며, 단지 모두가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할 뿐이다.

관객 입장에서 올 때마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이 공연을 뉴욕에서는 왜 크리스마스마다 보러 오게 되었을까?

image 4.png 미국 대공황 시기에 일자리를 찾는 시민들

1930년대, 미국 노동자의 약 4명 중 1명은 실직 상태였던 대공황의 시대.

미국인들에게는 더 자극적인 오늘보다 보장된 내일이 소중했다.

획일적인 군무. 매년 같은 구성. 얼굴 없는 무용수들. 그런데 바로 그러한 것들이 오히려 위안이었다.

대공황 시기의 미국인들에게 Rockettes는 "올해도 똑같네"가 아니라 "올해도 여전하네"였던 것이다.

연말을 정리하는 미국인들은 Rockettes를 보면서 크리스마스에는 매년 동일하게 “내년에도 괜찮을 거야”라는 메시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2025년 크리스마스에도 Rockettes는 무대에 선다. 무용수들은 바뀌었고, 관객도 바뀌었다.

하지만 커튼이 오르는 순간, 뉴욕은 여전히 같은 말을 듣는다.

"내년에도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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