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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밍 Sep 16. 2017

장윤미 단편선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 외 2편



줄넘기 친구들과 함께 장윤미 단편선에 다녀왔다.



전체적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는 동선이나 피사체를 담는 방식이 독특해서 신선했던 영화들이었다. 쉽지 않은 이러한 도전들을 기꺼이 해주는 많은 감독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2시간이었다.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장윤미 감독은 어머니에게 묻는다. 배우지 못한 게 한이라는 그 느낌이 도대체 어떤거냐고.
나 역시도 온전히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길지 않은 시간 외할머니와 함께 살며, 당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관조를 넘어 가슴 깊이 되새겨온 나로서, 조금은 이해해보고자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떠한 낱말의 조합들이 그 마음 근처라도 갈 수 있을까.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감정과 마주할 때마다 순간이지만 괜시리 무기력해진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도, 없는 시간을 조각 조각 나누어 공부에 쓰고 있을 분들에게 진심의 응원이 담긴 눈빛을 보낼 수 밖에.

늙은 연꽃
같이 간 정현이가 영화의 제목이 할머니의 존함과 연관이 있냐고 물었을 때 과장 1도 없이 진짜 닭살이 돋았다. (줄넘기 친구들을 참 잘 뽑은 것 같다 ㅎㅎㅎ)
세 영화 중에 가장 장면장면의 테이크가 길어서 영화를 보는 동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지 느리게 흐르는지 의식이 흐려지기도 했다. 내가 원하던 그런 영화였다. 감독님이 대답해주셨듯이 영화를 찍으면서 할머니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사람이 보였다. 의도적으로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며 각자에게 상념의 시간을 주었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여러 상념에 잠기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참 만족스러웠던 영화였다.


콘크리트의 불안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세 영화들 중 카메라가 피사체를 담는 방식이 가장 독특했다. 감독님에 따르면 아파트를 바라보는 자신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가는 것을 느낀 뒤 그 시선 그대로를 카메라로 담았다고 하셨다.
더 할 나위 없이 나의 궁금증을 풀어준 대답이었다.
특히나 좋았던 것은 영화 내내 함께한 감독님의 내레이션. 너무 너무 좋았다.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레이션들은 영화 라우더 댄 밤즈 속 막내 아들이 워드에 써내려간 글들을 상기시켰다. 감각적인 어휘들로 점철된, 주제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아주 긴 시를 듣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시작될 때 그리고 끝날 때 두 번 들려주는 짧은 글은 영화 분위기 전체를 아우르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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