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고 살면, 안고도 살아질까
일 년이 지났다고 말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시간은 그리 성실하게 흐르지 않는다.
그날 이후의 하루하루는 지나간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차곡차곡 쌓였을 뿐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묻고 싶을 것이다.
이 마음을 언제까지 안고 살면,
안고도 살아지는지.
그러다 보면 예전,
그 언저리 근처로라도 돌아갈 수 있을지.
그날과 멀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게 박혀
마치 물집처럼,
귀에 남은 이명처럼,
겨울이면 더 시큰해지는 무릎의 통증처럼
인생을 고단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불쑥 찾아오는 그 감각들이 순간순간 겁이 나지는 않을지.
오늘 뉴스의 큐시트는
일 년 전 그날을 호명할 것이다.
정제된 문장으로 요약된 슬픔과
방송에 적합한 애도가 남을 것이다.
그리고 곧
집값 이야기,
정치인들의 논란,
내일의 날씨로 넘어갈 것이다.
그 어떤 뉴스에도
끝내 등장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개인의 고단한 시간은 그렇게 사라진다.
어떤 사람들에게 연말은
축하받지 못한 감정들이
가장 크게 들리는 시간이다.
연말은 모두에게
따뜻한 계절이 아니다.
우리가 맞을 다음 해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할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속도전 속에서
기회를 잡으려 애쓴다.
그 사이 발밑이 무너지는 사람도 있다.
불안정한 사회에서
개인의 슬픔과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된 채 개인화될 것이다.
그 틈 사이에 있다면,
적어도 시간의 감각만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 마음 둘 곳이 없어
이 글에 잠시 머무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외로움은
과한 것도, 유난인 것도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람이 곁에 가깝게 부대끼고 있을 때
오히려 가장 큰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으니까.
괜찮아지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오늘을 버텼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