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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주 Aug 02. 2018

우리가 만드는 교육감,
우리도 할 수 있는 정치

The Table Setter가 만난 사람들 Ep.4 : 김정현 

이번 연초는 다른 때보다 이슈가 많았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헌 바람이 불자 그동안 묵혀두었던 시민들의 요구들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청소년 참정권'도 포함되어 있었다.      

현행법 상 우리나라 18세 청소년은 결혼도, 운전면허도, 군 복무 지원도 가능하지만 '투표'를 할 수 없다. (18세에게 투표권이 없는 국가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심지어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지 말라며 정치에 관심 있는 청소년을 나무라는 어른들도 많다. 민주주의를 선택한 사회에서 청소년도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없을까?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여론에 영향을 줄 수는 없을까?


The Table Setter는 지난 4월부터 4회 차로 김정현 퍼실리테이터와 함께 <우리가 만드는 경기도 교육감> 워크숍을 진행했다. 정치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 모여 자신의 관심사나 문제를 논의하고, 이슈 콘텐츠로 제작, 홍보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 PC방 이용시간제한'과 같이 일상의 불편함부터 '통일', '교육' 등 거시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키워드가 등장했고, 각자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의제화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작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 (이처럼 기사로 작성한 참여자도 있었다!)


6월 13일, 워크숍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김정현 퍼실리테이터를 찾아갔다. 워크숍에 대한 소회도 듣고, 청소년에게 정치가 중요한 이유를 조금 더 많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 더웠던 7월 중순, 성수동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박찬학 선생님의 소개로, The Table Setter와 함께 <우리가 만드는 경기도 교육감> 워크숍을 진행한 김정현입니다.   

   

Q. 워크숍을 진행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이우학교를 졸업했고,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어요. 지금은 교육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학교가 청소년에게 제공하는 교육을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이 문제의식에 더해서, 2015년 여름부터 2016년 말까지 ‘와글(Wagl)’이라는 회사에서 일을 했는데요. ‘와글(Wagl)’은 “‘모든 사람이 공동체의 주인이다’라는 민주주의 정신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정치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거나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곳이에요. 2016년에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할 때, 모든 시민들이 테러방지법에 대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론장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연설 중간에 이 사이트를 활용하기도 했고요. 일을 하면서 청소년도 정치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정책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이것이 개인의 삶에도 의미가 있고, 민주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두 가지 고민이 맞아떨어져서 The Table Setter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Q. 청소년에게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투표제도가 도입된 나라에서 정치는 ‘정당’과 ‘정치인’에 관련된 일로만 생각해요. ‘정치’하면 이 두 단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치를 싫어해요.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권력을 위임받아서 시민들을 대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잘해도 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아요. 더구나 어떤 정치인이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누군가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일을 하면 그 인상이 강하게 남게 돼요. 정치를 잘 해도 눈에 안 띄고, 못한 것만 기억에 남고, 꺼리게 되죠.

사실 정치인이 아닌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들만의 이해관계가 흔들리기 때문에 교묘하게 비정치인과 정치인을 분리시키려고 하죠. 그 결과가 (시민들이) 정치를 싫어하게끔 하기도 해요. 그런데 정치의 본질은 권력에 관한 것이고, 권력은 정치인한테만 관계된 게 아니잖아요. 그 권력을 이용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정하는 제도가 민주주의인데, 그렇게 보면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것이 아닌 것이죠. 특히, 청소년은 학부모나 어른들의 요구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회적, 경제적, 법적으로 독립되지 못하니까. 그렇다고 독립성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종속적인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정치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자기 목소리를 내고그 목소리를 권력에 점철시켜서 청소년에게 유리한 쪽으로 권력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청소년이죠그런데배제되어 있죠. (청소년에게는투표권도 없어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참정권을 안 주려고 하는데, 경험할 기회를 사회에서 주지 않아서 그런 것이죠. 고등학생 정도면 성인에 준하는 의식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이를) 인정하지 않아서 정치의식을 개발하려는 기회를 잃게 되고, 더 종속적으로 전락하게 돼요.      

사실 이 워크숍을 하면서 청소년이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고리를 끊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한 번의 워크숍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큰 문제이지만요. 


Q. 대부분의 청소년이 오래 머무는 곳은 학교인데, ‘학생자치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학생자치제도에 대해서 잘 몰라요. 생각해보면 학생들이 하는 활동은 성인들의 관심을 이끌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주로 접하는 미디어 창구들은 포털 사이트나 친구들 정도인데, (학생자치보다) 오히려 <고등 래퍼>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 것 같아요. <고등 래퍼>를 직접 찾아보기도 했는데, <고등 래퍼>에 출연한 청소년들은 자기 삶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이 정도 수준의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성인의 성숙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맥락에서) 투표권을 낮추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이 친구들한테 우리 공동체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묻고 같이 가야 되지 않을까요     

학생 자치도 학생들이 자기의 삶, 그리고 삶에 매개되는 구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할 기회로 보는 게 맞다고 봐요. 학교라는 구조에 대해 아무런 고민 없이 교칙을 고치고, 급칙을 고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요.      


Q. 관련해서 교육감 선거권도 없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청소년에게) 교육감 투표권을 주는 게 맞죠. 자기 삶을 규율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대의제의 기본인데, 선택권을 갖느냐, 안 갖느냐는 사회 수준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의무교육이 중3까지잖아요. 그럼 고등학교는 공식적으로 자신이 선택해서 받는 교육 서비스라고 본다면, 교육 서비스의 수혜자로서 교육감 선거권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봐요. 경험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지만,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주어져 있는 세상이잖아요. 

17, 18세 청소년은 투표에 대한 관심도 있고, 열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같은 맥락에서 지방선거 투표권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는 조금 이르다 할지라도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대리인을 뽑을 능력도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해요.    

  

Q. 워크숍이 끝났는데소회는 어떠신가요?


사실 워크숍을 통해서 경기도 교육감 출마 후보나 유권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2회쯤 하고 나니까 4회라는 짧은 시간 안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약간 좌절감을 느꼈죠.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관심사가 명확하지 않고, 자기 문제의식이라기보다는 학습된 문제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크숍 이후에도 관심을 쭉 이어가고, 고민하는 게 중요한데, 참여하는 친구들의 일상이나 관심이 교과 수업이나 대입에 있다 보니 워크숍에 참여하는 시간 동안만 고민하는 상황이 아쉬웠어요. 사실 이 문제는 사회의 문제예요. 

   

Q.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학업대입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보시나요?


매우 어렵죠. 이슈 중심으로만 진전될 텐데, 그렇게 되면 지속적으로 문제의식을 끌고 가기 어려워요. 깊이 있게 진행되지도 않고요. 4차 산업혁명 이후에 기계가 지식노동까지 대체하면서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서점 베스트셀러에도 그런 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요. 학교나 교육현장에서 인간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청소년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자기만의 시간이 확보되어서 여러 고민이나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청소년의 일상에서 학교가 차지하는 시간을 줄이면 정치를 포함해서 훨씬 사회에서 의미 있다고 하는 활동이나 기회에 많이 참여할 거예요     


왼쪽부터 The Table Setter 매니저 김환주, 인터뷰 주인공 김정현, 매니저 박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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