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당일치기로 충북 제천과 단양을 다녀왔다. 아침부터 알차게 돌아다닌 덕분에 하루 동안 제천과 단양을 충분히 즐기고 돌아왔다. 국내에 아직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역시 자연이 주는 감흥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타고 비봉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충주호(제천에서는 청풍호라고 부른다고 함)는 정말 환상적인 뷰를 자랑한다. 파란색과 초록색의 올록볼록한 경계선과 높고 낮은 산들이 만들어 내는 다채로움에 눈이 즐겁고, 360도로 둘러싸여 있는 첩첩산들이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기가 스위스인가? 할 정도로.
물론 맑은 날씨도 한몫했다. 쨍한 날씨에 눈부신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고, 햇살은 엄청 뜨거웠는데 산 정상이라 그런지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청풍명월 (점심, 우렁쌈밥 12,000원/1인)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우렁쌈밥을 먹었는데, 푸짐한 한상차림에 점심부터 과식을 하고야 말았다. 보통의 우렁쌈밥은 우렁이와 쌈장이 뚝배기에 졸여져서 짭조름하게 나오는데, 여기는 우렁이와 야채들을 볶아서 먹는 시스템이라 맛이 특이했고, 짜지 않아서 계속 손이 갔다.
정방사 (입장료 없음)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들른 제천 정방사. 올라가는 길이 1차선이고, 포장은 되어 있지만 길이 조금 험한 편이다. 조심조심 올라가서 차를 대고 계단을 조금 올라가야 한다. 작은 규모의 절이었는데, 높은 곳에 위치해서 그런지 내려다 보이는 뷰가 절경이었다. 종교는 없지만 스님의 목탁소리와 불경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옥순봉출렁다리(입장료 3,000원, 제천지역상품권으로 2,000원 환불)
출렁다리는 감악산과 소금산 등 몇 번 가봤지만, 여기만큼 '출렁'대는 다리는 없었다. 출렁다리에 들어서고 얼마 안돼서 다리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살짝 과장해서 마치 놀이기구를 탄 것 같았다. 바람이 불어서인지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난간을 부여잡고 다리를 건넜다. 탁 트인 충주호를 건너는 출렁다리는 한 번쯤 가볼만하다.
참고로, 출렁다리 입구 옆에 '청풍호 카누카약장'이 있어서 직접 카약을 타고 충주호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재밌다는 후기가 있어서 타려고 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조금 무서울 것 같아서 이번에는 타지 못했다.
이끼터널 (입장료 없음, 차가 실제로 다니는 도로임)
터널이라고 하기에는 위가 뚫려있지만, 이끼터널이라는 이름은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울창한 나무와 터널에 촘촘히 박혀있는 이끼들이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 차가 다니는 도로지만 차가 오지 않는 틈을 타서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터널 근처에 주차를 하고, 나도 인증샷을 몇 장 찍었다.
이끼를 훼손하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지만, 이끼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남겨져 있어서 아쉬웠다.
다누리아쿠아리움 (입장료 10,000원)
물고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강추하는 곳이다. 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입장료에 다양한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관람객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다. 물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 역시! 인상 깊었던 것은 160cm 거대한 메기와 거대 담수 어종만 모아놓은 수족과, 난생처음 본 특이한 악어거북, 귀여운 수달이었다. 별 기대 없이 방문한 곳인데, 100%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단양구경시장
역시 관광에서 시장 구경은 빼놓을 수 없다. 시장 곳곳에 유명 맛집에는 이미 줄을 길게 서 있었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북적대는 분위기가 정신없으면서도 정겹고 좋았다. 시장 구경을 하다가 흑마늘 닭강정을 미리 주문하고 양방산전망대에 다녀와서 픽업을 하기로 했다.
양방산전망대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곳, 양방산전망대! 여기도 올라가는 길이 구불구불하고 험한 편인데, 그 고생스러운 과정을 전부 잊게 만드는 곳이다. 산에서 내려다보니 단양 시내와 시내를 감싸고 있는 충주호(청풍호)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양방산 주변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어딜 봐도 풍경이 환상적이다. 그리고 여기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라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과정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 중에 어린아이도 있었는데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양방산은 야경으로도 유명한데, 우리는 일몰 1시간 전에 올라가서 일몰까지만 보고 내려왔다. 산 뒤로 넘어가는 일몰마저 완벽했다!
도담삼봉
원래는 1박(차박)을 하고 가려고 했는데, 차박지에서 뜻하지 않게 벌레떼의 습격을 받아 급하게 철수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침 도담삼봉이 있어 잠깐 들렀다. 낮에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도담삼봉의 야경은 마치 그림 같았다. 물에 반영된 도담삼봉의 모습이 완벽한 데칼코마니였다.
이번 제천-단양 여행의 꽃은 단연 충주호였다. 충주호는 언제, 어디서 보아도 정말 아름다웠다. 충추호를 품고 있는 제천과 단양은 자연풍경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너무 만족할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