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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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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마니 Sep 13. 2022

경북 안동 여행기

- 힙한 선비들의 고장 -

지난 9월 8일,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백로(白露, 흰 이슬)에 경북 안동을 1박 2일로 다녀왔다. 아침, 저녁에는 조금 서늘했고, 한낮에는 너무 뜨거웠던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안동을 만났다.


<여행일정>

[첫째날] 11:00 하회마을 점심(이화식당) → 12:00 하회마을 → 14:00 하회별신굿탈놀이 → 15:00 탈빙고(빙수) → 15:30 하회세계탈박물관 → 16:00 숙소 휴식 → 18:00 월영교 → 19:00 저녁(안동갈비골목) → 20:00 안동가옥

[둘째날] 10:00 신선식당 → 10:30 맘모스베이커리 → 11:00 낙강물길공원 → 12:00 만휴정  


이화식당 (2인 세트 : 4만원, 찜닭반마리+간고등어+공깃밥2개)

오전 11시쯤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해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안동하면 간고등어와 찜닭이 유명한데, 하회마을(하회장터)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둘 다 먹을 수 있는 세트메뉴가 있었고,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초입에 있는 '이화식당'에 들어가 2인 세트메뉴를 시켰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안동에서 먹는 간고등어와 찜닭이 주는 오리지널리티에 괜히 맛있게 느껴졌다. 


하회마을 (요금 : 5,000원, 성인기준)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하회마을'로 이동했다. 매표 후에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짧은 거리였지만, 뜨거운 햇살에 걸어오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회마을 초입에 도착하자 왠지 데자뷔가 느껴졌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년에 갔었던 순천의 낙안읍성과 느낌이 비슷했다. 전통적인 가옥들이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라 비슷하게 보였던것 같다. 하회마을의 크고 작은 여러 고택들을 둘러보고, 고택 외에도 삼신당(600년 넘는 나무),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도 천천히 둘러봤다. 현재 하회마을에서는 2022 세계유산축전*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술품도 전시되어 있어서 고택과 미술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있었다. 

*2022 세계유산축전 : 장소 경상북도(안동,영주) 등, 기간 2022.9.3(토)~2022.10.22(토)

-하회마을 설명-

조선 시대의 성리학자인 겸암 류운룡 선생, 서애 류성룡 선생의 출신 고장으로 유명한 이곳은 대대로 풍산류씨가 살아 오는 동성부락이다. 낙동강물이 흐르다가 이 지역에서 마을을 감싸 돌면서 흐른다고 하여 ′하회′라는 지명이 붙었다. (출처 : 안동시청 홈페이지)


하회별신굿탈놀이 (관람료 : 무료, 장소 : 하회마을 상설공연장)

더운 날씨 탓에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고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탈놀이 공연은 몇 가지 스토리(마당)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스토리마다 다른 탈을 쓴 공연자들이 춤과 노래, 대사를 주고받는 것으로 진행되었는데, 관객과도 중간중간 소통하며 재미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여러 마당중에 '할미마당'에 나온 출연자가 인간문화재라고 화면에 소개되어 깜짝 놀랐고, 더구나 할미 역인데 알고보니 할아버지가 연기하고 계셨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1시간 가량의 공연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전통을 지키려는 연기자분들의 진심 어린 모습과 나를 포함하여 재밌게 관람하던 관광객들의 모습이 흐뭇하게 느껴졌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공연-

1월~2월 : 매주 토, 일 오후2시~3시

3월~12월 : 매주 화, 수, 목, 금, 토, 일 오후2시~3시 (출처 : 안동시청 홈페이지)


탈빙고 (순백우유빙수 9,800원,  하회세계탈박물관 1층)

탈놀이를 보고 잠시 숨을 돌릴 겸 카페 '탈빙고'에 갔다. 너무 더웠던 탓에 시원한 우유빙수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여기가 의외로 빙수 맛집이었다.

하회세계탈박물관 (하회마을 입구에 위치, 별도 관람료는 없었음)

탈빙고가 '하회세계탈박물관' 안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박물관도 구경했다. 의외로 많은 전시품에 놀랐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태국,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탈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어서 신기했고 재밌었다. 어느 나라든 탈이라는 공통된 소재가 있고, 쓰임새가 비슷했던걸 보면 인간이 사는 방식은 어딜가나 비슷한것 같다.

월영교

탈박물관을 끝으로 하회마을을 나와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월영교'로 향했다. 월영교는 야경명소라 해 질 녘에 가서 노을을 잠시 감상하다가 불이 켜진 월영교 야경까지 감상하고 돌아왔다. 

월영교 입구에는 '월영당'이라는 한옥까페가 있었는데, 나는 시간이 안맞아서 못갔지만, 시간이 된다면 한옥까페에서 시그니처 음료 한잔 하면서 여유롭게 월영교 야경까지 감상하고 오면 좋을 것 같다.

안동갈비골목 (가게 이름은 밝히지 않겠음)

숙소가 '안동갈비골목' 근처라 저녁은 당연히 갈비로 정했다. 어디를 갈지 여기저기 리뷰를 보다가 어딜 가나 맛이 비슷하다는 평이 많아 한 군데를 정해서 들어갔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보기에는 입에서 녹을 것 같은 완벽한 갈비의 비주얼이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던 탓에 씁쓸한 마음을 안동소주로 달래며, 다음을 기약했다. 갈비 먹으러 안동 다시 와야겠다면서.

안동가옥 (맥주는 홉스터가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었음, 메뉴판을 안찍어서 가격 실종)

저녁을 적잖이 실패하고, 수제맥주를 먹으러 '안동가옥'으로 향했다. 안동가옥은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맥주집이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흡사 익선동이나 안국동의 한옥 느낌도 나고, 원래의 인테리어를 살리면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디테일에서 주인장의 애정이 느껴졌다. 화덕피자 느낌의 피자와 생맥주(안동맥주)를 주문하고 오랫동안 맥주를 마시면서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안동여행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이 바로 여기다. (나는 맥주를 많이 좋아한다)  


신선식당 (냉우동과 비빔우동 각 6,000원)  

안동여행 이튿날이 밝았다. 오늘은 어제 미처 가지 못한 곳에 들러보기로 하고, 일단 그전에 아침부터 먹기로 했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도 나왔다는 냉우동 맛집 '신선식당'으로 향했다. 냉우동과 비빔우동을 주문했는데,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간이 조금 쎄기도 했고,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만족스럽지는 못한 식사였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식당 같았다. 

맘모스베이커리 (유자파운드 17,000원, 크림치즈빵 2,500원)

안동 대표 베이커리를 또 지나칠 수가 없어서 빵을 사러 갔다. 유명한 유자파운드와 크림치즈빵을 사서 추석에 가족들과 같이 먹었다. 유자 파운드는 유자 향이 상큼했고,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었고, 크림치즈빵은 평범했지만, 크림치즈가 정말 가득 차 있었다.


낙강물길공원 (안동 비밀의 숲, 입장료 없음)

인스타그램에서 안동하면 제일 많이 나오는 포토스팟이 여기 '낙강물길공원'이다. 초록 초록한 숲 속과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분수가 가만히 있어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늘과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비밀의 숲이라는 이름대로 오묘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공원이라기에는 작고 아담한 규모지만, 한 번쯤 들러서 예쁜 사진을 찍기에는 좋은 장소였다.


만휴정 (입장료 1,000원)

만휴정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로 유명하다. 조선 전기의 문신 김계행이 1500년에 지은 정자로, 말년에 독서와 학문을 연구한 곳이라고 한다. 뜻은 '말년에 쉬는 정자'라고 한다. 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10분가량 올라가면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폭포가 보이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만휴정이 보인다. 만휴정을 연결해주는 다리에서 미스터 선샤인 촬영을 했다고 해서, 나도 다리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앞으로는 계곡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있는 작고 소박한 정자. 이름 한번 잘 지었다. 만휴정이라니!


안동을 흔히 선비의 고장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역시나 그런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전통을 지키는 모습에 더불어 '힙'함이 한숟갈 추가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나저나, 맛있는 갈비 먹으러 안동 한번 더 가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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