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땅끝마을에서의 시작.
"Aqui...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ça."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포르투갈의 유명한 명소 호카곶에 가면 포르투갈의 대표시인 카몽이스가 남긴 글귀가 커다란
기념비에 새겨져 그곳을 지키고 있다.
모두가 그 기념비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있는데 그 모습이 참 재밌다.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하지만 몸을 틀어 반대로 돌면 "바다가 끝나고 땅이 시작되는 곳" 이 아니겠는가.
우리 가족은 바다가 끝나고 땅이 시작되는 이곳,
포르투갈에 3년째 살고 있다.
포르투갈이 우리의 최종목적지일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사실, 우린 도망치듯 떠나온 것이었다.
Chapter1_나는 왜 포르투갈에 왔는가.
3살짜리 둘째를 가르치러 우리 집에 영어선생님이 오시던 어느 날,
남편이 일찍 퇴근을 했다.
나는 첫째와 영어과외를 다녀와 이제 막 식탁에 짐을 풀고 앉아 쉬던 순간이었는데
그때 어이없어하던 남편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6살짜리의 영어과외도 모자라 3살짜리의 영어과외선생님이라니!
저 여자가 미쳐도 한참 미쳤군!'
남편의 표정에서 생각이 읽히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 내 마음은 두 갈래로 갈라져있었다.
'지금 이 동네 아이들은 다 이렇게 하고 있어,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해야 나중에 뒤처지지 않을 거야. 날 그렇게 너무 이상한 여자로 몰아가지 마. 여보가 모르는 거야 지금 이 동네를...'
'내가 지금 줏대도 없이 그저 남들이 좋다는 거, 다른 아이들은 한다는 거 다 따라 하다가 우리 아이들의 정서를 망치는 짓을 하는 건 아닌가? 나도 벗어나고 싶어, 날 당장 이곳에서 꺼내줘...'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던 우리 부부는 용기를 내어 잠시 이곳을 떠나보기로 했다.
약 2주 동안 온라인 서치로 우리들의 정착지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는 정착지를 찾았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포르투갈!
"잠깐만..... 우리 이민... 가는 거야? 아니면 몇 년만 살다 오는 거야?"
"살아보고 괜찮으면 계속 사는 거고... 아니면 돌아오면 되지."
"근데 왜 포르투갈인데? 다른데도 알아보자... 캐나다나 호주는 어때? 포르투갈 진짜 괜찮은 나라야?"
"날씨가 일 년 내내... 정말 따듯하데, 우리 애들이 정말 행복하게 클 거야."
그렇게 남편은 비행기 티켓을 끊어 홀로 한 달 살기를 떠났다.
떠난 지 2주쯤 되었을까?
집을 계약했다고 연락이 왔다.
가든과 수영장이 보이는,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지낼 우리 집을 찾았다고 말이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포르투갈 바닷가 앞에서 여류롭게 버스킹을 즐기는 남편의 사진이 메시지로 도착하면
매일 저렇게 꿈같은 삶을 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5년을 잘 지내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고, 그 후 EU시민권을 받게 되면 유럽 어디에서든 거주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유럽 내의 좋은 대학을 저렴한 학비를 내고 다니면서 합리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겠구나.
장점만 보였다.
남편이 보내온 사진 속 포르투갈은 너무나 낭만적이었다.
햇살 가득한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매일 바닷가를 산책하는 우리 부부를 상상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밟아 보지도 않은 포르투갈이라는 땅에서 살 거라니!
두려움 반, 설렘 반,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지겠지...라는 막무가내 마인드로
나의 첫 해외생활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