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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배우 Mar 22. 2020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가?

이 삶을 감당할 수 있는가?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지만, 한 번씩 의심이 밀려오고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런 시간에 접어들면 또다시 위축되고 작아지고 힘이 빠지는 나를 발견한다.

    

요즘 웹드라마 <배우로 가는 길>을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배우다. 그런데 촬영을 안 한지 반년이 넘었다. 기다릴 수만 없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작품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환경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있는 것들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핑계될 여유가 없다. 안 될 이유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몸집을 키워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제작 여건을 고려한 작품 쓰기를 하고 있다. 작품을 쓰고, 전반적인 제작에 관한 것들, 마케팅, 그리고 지속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서 고민하고 집중하고 있다.

 

 나이에서 주는 압박이 있다. 35살에 돈이 1도 되지 않고 먼 미래를 바라보고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힘든 이유를 찾아보았다. 또다시 생계에 대한 위협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중얼거린다. 혼잣말이 늘었다. 나를 세뇌시킨다. 이런 긍정의 마음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지금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들어준다. 정신승리를 하기 위해 예전에 자주 들었더 승리에 대한 힙합을 들었다. 스윙스의 "이겨낼 거야."를 들으면서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 그리고 동생에게 DM이 왔다.

나의 성공에 대한 강박에 대한 질문이었다. 난 왜 이렇게 나를 밀어붙이면서 해나가고 있는 것일까?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말이다. 별 생각하지 않고 그 순간에 떠오르는 말들을 동생에게 해주었다.     

    

지금에 대한 결핍     

벗어나고 싶은 욕망.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타협하고 싶지 않은 마음.          


힘이 없으면 타협할 수밖에 없다. 나는 반항아 기질이 있지만 또 굉장히 순종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닌 것들에 대해서 잘 버텨내지 못한다. 그렇기에 힘든 것들은 다 도망쳤다. 도망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면 실력과 힘이 필요했다. 부족한 나를 스스로 너무나 잘 알기에 악착같이 해야 한다.

     

 부모님은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신다.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없었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30대 중반이 되어가면서 죄송함이 극도로 올라왔다. 부모님의 사랑과 믿음에 대해 보답하고 싶다.     


 나는 지금 너무 감사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기서 만족하진 않는다. 이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 경제적인 부분이 크다. 다른 것들에 있어서는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다음 달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있다. 내 삶의 가장 큰 목표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이다.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러지 못하겠다. 돈이 없는 아빠는 아무리 심적으로 착하더라도 좋은 아빠가 되기 힘들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의 이상한 성격으로 회사생활은 하지 못 하고 그렇다면 정글 같은 현실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과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세상은 냉정하다. 냉정한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실력은 필수다. 그래서 지금에 대한 결핍이라고 이야기했다. 나의 실력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늘 그 갈증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다. 계속해서 부족함을 찾아낼 것이고, 그것은 나의 원동력이다.          


 솔직히 괴롭다. 요즘 많은 것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과부하가 온 거 같다. 2차적인 스트레스가 나를 또 괴롭혔다. 내가 이 정도로 힘들어하면 되겠는가? 하고 말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찾아왔다. 부정적인 기분이 들어오면 자신감이 줄어든다. 나를 위축하게 만든다.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진짜 괴로웠던 이유는 이러한 나의 기분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롭지만 재밌다. 사실 재밌고 행복한 감정이 훨씬 더 크다. 시간적으로 그러한 감정을 느낄 때가 훨씬 더 많다. 불안하지만 확신이 훨씬 더 크다. 두려움이 때때로 밀려오지만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이 더 강하다. 순간순간 감사한 감정이 올라오고 이렇게 많은 것을 누려도 되나? 란 벅참이 올라올 때도 있다. 그러한 괴로움과 불안의 감정 때문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더 크게 다가올 때도 있다. 부정적인 것을 잘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좋을 때는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냥 만끽하고 누리면 된다. 중요한 건 그렇지 않은 순간이다. 그럴 땐 마음을 드려다 보고 나를 위로하고 응원해줘야 한다. 그 순간에 감정적으로 빠지게 되면 안 된다.

          

 동생과 한 이 대화가 내가 봐도 괜찮아 보였다. (웃음) 그래서 동생에게 스토리에 올려도 되겠냐? 양해를 구하고 스토리에 이 글을 올렸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모르는 배우 지망생에게 DM이 온 것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그것도 이렇게 힘든 시간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메시지를 받아서 나는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는 힘을 받았다. 내가 유튜브를 하는 이유도, 웹드라마를 쓰는 이유도 큰 맥락에서 보면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나는 과정 중심주의이다. 결과는 드러나는 현상일 뿐이다. 결과에만 집착하면 과정 중에서 내가 추구하는 것과 타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종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비치는 이미지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비치는 이미지가 별반 다르지 않은 배우" 


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과정을 온몸으로 맞서고 있다. 그렇게 나를 지켜나가고 있다. 혹여나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후회 없는 삶이 되길 바래서이다.      


나는 나의 과거에 후회가 없다.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 순간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시간들을 보내고 있으며 미래에 돌아봤을 때,


'다시 되돌아가도 그거밖에 못 할 거 같다. 후회 없는 시간들이었다.'


기억되는 지금을 보내고 싶다.    

  

* 쪽지 보내주신 배우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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