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 배우 Mar 23. 2020

배우인 내가 관종처럼 SNS를 미친 듯이 하는 이유

안 하면 알아봐 주시렵니까? 

요즘에 인스타와 페북에 포스팅이 더 많아졌다. 포스팅하는 것은 유튜브와 나의 글들을 홍보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스스로 과하지 않나? 란 자기 검열이 올라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나댄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나는 지금 발악하고 있다. SNS는 나에게 있어서 일이다. 처음 시작부터 그랬다. 처음 SNS를 시작했던 것은 2018년도에 "김무명을 찾아라."에 출연하고 나서다. "김무명을 찾아라" 페이지에 나의 영상이 올라갔고 내 피드에 공유를 했다. 그때부터였다.  

 

 그전부터 SNS로 잘 된 사람들을 봐왔다. 그들도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었다. 별로 잘나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김무명을 찾아라."라 촉매 역할을 했다. 


 처음부터 나는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했다. 


'밑에서부터 나를 알려가는 것. 관계자들에게 나란 배우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것' 


오프라인 프로필 투어는 한계가 있다. 나는 수많은 배우들보다 특출 난 것도 없고 경쟁력도 없다. 그 많은 배우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의 노력과 과정으로 나를 어필해야겠다 생각했다. 글을 오랫동안 써왔기에 글이 다른 배우들과 나의 차별화라 생각했다. 


출처 : 비포 선라이즈

요즘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SNS를 미친 듯이 하고 있는가? 


1. 낮은 자존감으로 관계자들을 쫓아다니며 불확실한 것들에 끌려다니는 것보다 나에게는 SNS가 더 편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사무실 앞에서 심호흡을 하며 불편한 공기를 마시며 인사를 하는 것보다 SNS에 나를 당당하게 올리는 것이 더 편했다. 


2. 샤바샤바를 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한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걸 나는 잘하지 못한다.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나랑은 맞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적인 부분이지만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 만나고 싶다. 


3. 수많은 다른 배우들보다 특출 나는 게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경쟁력이 없다 생각했다. 이대로 가면 배우가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야겠다 생각했다. 


4. 나의 노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도 노력을 한다. 프로필 투어가 그러한 것이다. 캐스팅 디렉터들에게도 프로필과 연기 영상을 보낸다. 하지만 그건 노력과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프로필을 많이 돌린다고 출연을 많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확률은 올릴 수 있다. 한 캐스팅 디렉터에게 짧은 기간으로 여러 번 프로필을 돌리면 오히려 안 좋은 이미지가 박힐 수가 있다. 


5. 운의 영역을 믿기 때문이다. 

 운의 영역을 인정하지 못하면 운을 이용할 수 없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걸 인정하고 운을 만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고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6. 가만히 있는다고 나를 알아봐 줄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 더욱더 요즘 같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는 더 관심이 없다. 이렇게 "나 좀 봐주세요." 하더라도 관심이 없다. 그런데 가만히 있는데 나를 눈여겨볼까? 절대로 아니다. 무어라도 해야 했다.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비포 선라이즈

 단역으로 현장을 나가며, 무명배우로 활동을 하며 작아지는 나를 발견했다. 현장에서 나의 위치는 배역의 크기다. 예전 <쩨쩨한 로맨스>에 소품팀으로 알바를 했었다. 얼마 전 <악녀>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쩨쩨한 로맨스> 소품 담당 조감독님이 <악녀>의 인물 조감독님이 되어있었다. 반가웠다. <쩨쩨한 로맨스> 현장에서 나는 에너지 뿜 뿜에 정말 밝은 스탭이었다. 그런데 <악녀> 현장에서는 조용하게 보냈다. 그러면서 조감독형이 '지혁이 많이 변했네. '라고 이야기했다. 변한 것이 아니라 단역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상황에 압박을 잘 받는다. 단역배우로 가서 엄청난 에너지로 현장을 누빌 용기가 없었다.   

 

한 번은 단편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 영화는 많은 영화제에 갔다.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감독이 영화제에 나를 초대해주었다. 영화제에 가면 영화인들의 네트워킹인 <영화인들의 밤> 같은 것을 한다. 술자리를 갖는 것이다. 거기서 어떻게 해서든지 인맥을 쌓아보려고 앉아있었다.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나의 목적이 분명하니 내가 너무 작아졌고, 싫어졌다. 그 자리에서 인맥을 쌓으려고 아등바등하는데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내가 병신 같았다. 그때 확실히 느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만들고 스스로 믿을 수 있게 만들자고 말이다. 


 그런 목표로 나의 이야기로 만든 다큐멘터리도 만들었고, 단편영화도 연출하였다. 수동적으로 캐스팅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영화제에 보냈지만 다 떨어졌다. 여의치 않는다. 계속해서 해나갈 힘을 얻었으니 말이다. 캐스팅이 되지 않아도 내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퀄리티는 계속 나아질 것이니 말이다. 이제는 불확실한 것에 대해 덜 흔들린다.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기에 최근에는 29초 영화제도 출품하게 되고, 작품 의뢰도 받았다. 돈을 받고 연출을 하게 되었다. 출연 겸 연출이다. 상대 배역이 필요했다. 상대배우를 찾으려고 하는데, 거기서 왜 인맥이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왜 추천이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왜 네트워킹이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인맥은 안정감이다. 오디션을 여는 것도 부담스럽다. 필요한 인물의 1순위는 주변에서 찾게 되고, 추천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없으면 새로운 얼굴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요즘에는 인맥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실력이 뒷받침되어있지 않는 인맥은 친한 사람이 될 수는 있으나 일로 이어질 확률은 미비할 것이다. 

출처 : 비포 선라이즈

 내가 남들의 신경을 신경 쓰며 SNS를 하는 것도 이렇게 글을 적는 것도 연출을 하는 것도 다 배우라는 목표로 가는 선 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작업들이다. 그렇기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의 인지는 한정적이다. 좌절하는 것도 포기해야 한다. 한정적인 에너지를 오로지 나의 목표에 집중하고 행동해야 한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야 남들과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 


 할리우드에는 제작하는 배우들, 연출하는 배우들이 많다. 다양한 것을 겸하는 배우들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많다. 작은 것에서부터 그걸 훈련하다고 생각하고 쉽지 않지만 나아가고 있다.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상황과 환경의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또한, 주변에 관계자가 나를 알고 있는데 나를 쓰지 않는다면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이유는 그만큼의 상품 가치가 없거나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인정해야 길이 보인다. 나를 알리는 작업과 실력을 쌓는 노력, 끊임없이 해야 한다. 쉽지 않다. 그런데 지금 나의 자리에 머물러있는 것이 더 쉽지 않다. 어려울수록 자신에게 해줄 말이 있다. 


"어려울수록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