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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배우 Sep 13. 2020

배우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배우칼럼

배우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배우만을 바라보고 무엇을 하든지 어떻게 배우가 되는 길에 도움이 될까?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온 지 10년. 아직 배우가 되지 못 한 나지만 이제는 나만의 관점이 생기고, 나름 개똥철학이 생겼다. 배우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의 0순위는 멘탈이다.

연기를 배울 때 맷집이 필요하다. 나의 연기를 얻어맞아도 버틸 수 있는 맷집 말이다. 연기는 내가 하는 것이기에 처음 연기를 배울 때 피드백을 듣는 것에 나의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매번 멘탈이 탈탈 털리고, 그렇게 하고 싶던 연기가 하기 싫어질 때도 있다. 나 자신과 연기를 떨어트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연기는 연기고 나는 나다. 연기에 관한 좋지 않은 피드백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괜찮아야 한다. 그것에 관해서 정확하게 알아듣고 수용하고 수정하면 된다.

배우가 되는 과정 중에서 멘탈이 매우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삶에서 매번 불안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나를 붙잡아 줄 멘탈이 필요하다. 이건 배우가 되는 과정이 아니라 모든 목표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내가 원하는 원대하고 큰 꿈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실패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멘탈이 필요하다.

연기를 하며 얻은 장점 중 하나는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패했다고 내 인생이 망가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성공과 실패는 실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실패했을 때 정확한 사후분석을 하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안다고 해서 실패가 쓰리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겁나 쓰리다. 아프다. 하지만 아프고 쓰린 것들이 내 삶의 실패라고 더 이상 여기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충분히 아픔을 느끼고 힘들어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훌훌 털고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배우가 되는 필요충분조건 중 또 다른 하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그리고 내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해도 모든 걸 알 수 없다. 배우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사람이다. 캐릭터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잠시 내어주는 사람이다. 겪지 않은 것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누군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자. 말로는 너무나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하지만 그 사람이 실제 겪고 있는 것을 온전히 알 순 없다. 그렇기에 더 노력해야 하는 거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사람에 대해서 열려있어야 한다.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연기하는 순간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100% 믿음으로써 진심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배우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배우가 되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 스타는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배우는 정확한 방법의 노력과 그만큼의 시간이 채워지면 될 수 있다. 멘탈과 사람에 대한 관심, 이해, 헤아림. 배우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자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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