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하지만 내려놓기
작년 8월 소송을 했다.
형사사건이었다.
벌써 7개월이나 지나 초봄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사건은 수사 중이다. 3월 안에는 결과가 나온다는데, 불기소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이미 한 번 이의신청 했으니 마음을 내려놓기로 한다.
사실 자신이 없다.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갈.
나는 내 생각보다 더 힘들어했고, 지금도 여전히 일상의 많은 부분이 영향을 받고 있다. 자신감도 없고, 인간관계도 사건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결과는 진실과 때로 관련이 없기도 하고, 세상이 때로는 부조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에게만은 공정하고 세상이 내 편이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3월의 초입.
어제도 검사실에 전화를 했다.
결과가 3월 안에는 나올 거 같다고 하시더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난 내 삶을 지켜나가야지. 나 자신만큼은 내 편이 되어주어야지. 스스로를 다독이고,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고, 토닥여줘야지. 네가 잘못한 일이 아니잖아. 너의 삶은 변함없을 테니.
떠나보낼 사람들을 일찍 떠나보냈을 뿐.
너는 그저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아가면 돼.
너무 많이 힘들어하지는 마. 그냥 하루 울고, 잠깐 동굴에서 쉬다 나오자. 그리고 다시 웃으며 버티며 살아가는 거야. 그러다 보면 정말 괜찮은 날이 올 거야.
알잖아.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걸.
너는 이번 시련도 이겨나갈 힘이 있다는 걸 알잖아.
너를 사랑해 주고 지지해 주는 가족이 있고,
너를 응원해 주고 믿어주고 편이 되어주는 친구가 있고,
나 자신을 방어할 금전적 여력도 있잖아.
그러니까 무너지지 마.
세상은 우여곡절 투성이로 가득하고, 그 안에서 조그마한 행복을 보물찾기 하듯 찾으면서 나아가는 거야. 그걸로 된 거야. 너 자신을 놓지만 않으면. 스스로를 잘 지켜나가면 그걸로 된 거야.
아, 정말 겁나.
그렇지만 어쩌겠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듯, 당연한 내 편도, 모든 결과가 합리적인 것도 아니야.
그냥 하루 실컷 울자.
엄마를 껴안고 잠에 들자.
호흡을 하자.
하루의 끝을 보며 버텨내다 보면 다시 아무렇지 않아 지는 날이 올 거야. 먼 미래에는 이 날들을 떠올리며 좋은 경험이었다고 웃는 날도 오게 될 테니까. 너무 많은 감정을 소모하지 말고, 조금씩 느리게 살아가자. 호흡이 원래 상태로 돌아올 때까지.
느려도 돼. 주저앉아도 돼.
삶이란 여정은 계속해서 흘러가는 거니까.
천천히라도 잘 버텨나가자.
아무렇지 않아 질 때까지.
다 괜찮아질 테니까.
스스로만 생각해.
타인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던,
스스로를 믿고, 판단하자. 그냥 내가 부족했던 거야.
다음에는 더 제대로 대처하면 돼.
모든 건 처음이라 그럴 수 있어. 다른 누가 겪어도 똑같을 수 있어. 이 경험을 통해서 다음에도 같은 일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배웠잖아. 주변에 조언이 필요한 친구가 있다면, 진심으로 공감해 줄 수 있잖아. 자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잖아.
괜찮을 거야. 난 너를 항상 마음속 깊이 응원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