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a 지아 Sep 01. 2021

브루스 나우만 Stedelijk Museum

지나가다가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에 방문한 이야기

일정이 없는 날에는 버스를 타고 나가서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는 이런 작은 즐거움을 잊고 살아왔다. 나는 한 달 전에 백신 접종을 마쳤고, 다른 암스테르담 시민들처럼 조금씩은 일상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가고 싶었던 커피숍을 찾았다.


암스테르담의 카페 Cafecito에서 마신 플랫화이트
카페 안쪽에 위치한 커피 로스팅 기계


사람 구경도 하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한 30분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후에 집으로 가기 위해 트램 정류장 쪽으로 걸었다. 거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로 붐볐고 미술관 건물에 있는 식당에는 월요일 낮인데도 맥주나 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후에 별 일이 없었던 나는 집을 나온 김에 뭔가 새로운 것을 해 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마침 눈에 보인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입구.


그 앞에서 거리두기를 감독하는 관리인에게 물었다. 


- 혹시 예약이 필요한가요?

- 아뇨, 지금 티켓 사셔도 됩니다.


대체 마지막으로 미술관을 방문했던 게 언제였던가. 


어떤 특별전시회를 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어떤 걸 기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매우 즐거운) 상태에서 미술관에 들어갔다. 특별전시회 요금까지 23유로. 23유로어치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유치한 생각을 하며 브루스 나우만 특별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Human Nature/Life Death/Knows Doesn’t Know, 1983. Bruce Nauman
Carousel, 1988. Bruce Nauman
Eat/Death, 1972. Bruce Nauman

그의 많은 대표작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1987년 작 "Clown Torture". (광대 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사진은 생략한다. 구글에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다.)


.


4개의 구형 TV와 프로젝터에 비치는 광대의 다양한 모습, 어두운 방과 소름 끼치는 사운드가 극도의 불안감을 자아냈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점점 호러로 변하는 이 작품은 사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나중에 찾아본 짧은 해석에서, 작가는 지속되는 불안감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실망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많은 현대 예술이 그렇겠지만 그의 작품들은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이 작가의 혼돈, 그리고 자신의 고통과 예술에 대한 의문점을 관객에게 맡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전을 나와서 현재 전시 중인 1980 이후의 현대미술 작품을 관람했다. 전체적으로 많은 작품들이 흥미로웠고 어느 부분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Narrow Escape, 2002. Michael Tedja


예술은 무엇인가? 


이 미술관을 나서면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미술관에 옮겨놓으면 예술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술관 출구에서 보이는 풍경이, 잔디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예술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다. 



매일매일 마주하는 것들을 그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 정말 예상치 못한 방문이었지만 그 어떤 계획을 세운 여행보다 더 값진 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