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의 김홍신문학관이 개관 3주년을 맞았다. 그 기념행사가 6월 17일 열렸다. 문학의 향연은, 저녁노을이 내려오는 김홍신문학관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정은숙 시낭송가의 사회로 시작된 기념행사는 총 3부로 진행되었다. 15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송영무 운영위원장(전 국방부장관), 정해일 국방대학교 총장, 박유진 가톨릭문화재단 이사장, 시도의회 당선인 등 내빈소개가 길게 이어졌다. 대신, 축사는 백성현 논산시장당선인과 남상원 회장 둘로만 압축되었다.
식전공연으로 서동건의 대금과 소리꾼 최다영의 구성진 가락이 반야산 끝자락인 문학관 안팎으로 울려퍼졌다. 김홍신 특강에 앞서 대표작 중 하나인 <하루사용설명서>를 장서영 문학관해설사가 낭독하였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인문학강연’은 김홍신 작가가 나서서 15분 정도, 압축적으로 진행하였다. “스스로에게 경탄하라”는 자존감 메시지가 청중의 심금을 징하게 울렸다. 다원예술연합회 ‘동음’의 연주와 가창이 축하분위기를 띄웠다.
행사 피날레는 작가사인회였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 단 한번의 사랑, 자박자박걸어요” 각 10권씩 증정되었고, 문학관카페인 모루커피와 지역특산물인 쌀, 광석수박, 축협상품권 등이 나눠지면서 잔치분위기를 더했다. 이날 김홍신 문학관은 뜻깊은 생일선물도 받았다. 88호돌이로 유명한 박종용 화백이 대한민국 호랑이를 기증한 것이다. 생일 축하차 강원도 인제에서 6시간을 달려왔고, 예산의 문인 5명도 행사장을 찾아와 축하메시지를 보탰다.
이날 행사 전반은 STN방송 영상으로 중계되었다. 행사 내용을 기록으로 남김에 있어, 유의미한 세 편을 중계한다. 축사 둘은 요약하여서, 김홍신 작가의 특강은 가독성을 위해 약간의 가필 후 전체 강연을 그대로 생중계한다.
[백성현 논산시장당선인]
“문학관 설립은 민에서 했지만, 운영은 시에서 지원할터”
밀리언셀러 김홍신 국민작가님은 논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 <기차길옆 오막살이> <본전댁> 등을 쓰셨지요. 저는 김홍신 문학을 크게 네 가지로 봅니다. 우선은 우리 논산으로 배경했다는 점이고요, 두번째는 우리 산업사회 이후 부조리한 부분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비판문학입니다. 세번째는 우리 역사 문화에 대한 부분이고요, 마지막은 인간 본질에 대한 연구, 저는 이렇게 구분하여 봅니다.
제가 국회에 있을 때, 15대 16대 때일 겁니다. 대개는 의원실 하고 보좌관실이 분리돼 있습니다. 그런데 김홍신 의원실은 문을 터놓고 한 사무실처럼 보좌관들과 한 공간에서 앉아 근무하는 겁니다. 친구처럼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이야기하고, 형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게 바로 열린 정치구나.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의 진정성이 바로 여기에 있구나.” 그런 부분들을 본받은 저는 ‘진심으로 시민을 위하는 그런 시장이 돼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김홍신 문학관이 벌써 3주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논산 시민들은 물론 전국의 더 많은 사람들이 자랑할 수 있는 문학관으로 발전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에서도 도움을 주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그걸 조례라도 제정해서 방법을 찾아보자. 이렇게 의논중에 있습니다(박수). 논산의 독지가이신 남상원 회장님이 전액 희사하여서 문학관을 건립해 지어주신 거 아닙니까? 그런 문학관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데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지, 시와 시민 다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야 될 때라고 봅니다.
이제 우리 논산은 새로운 도약과 변화, 그리고 발전의 전기를 맞았습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논산의 10년, 백년의 디딤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의 지혜를 빌립니다. 여러분의 중지와 큰 힘에 저의 용기를 보태어, 함께 이루어가는 논산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제가 당선되자마자 김종민 의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 못하셨지만 통큰 정치, 그런 포용력을 가지고 통합된 정치 행정을 통해서 논산을 확 달라지게 하고 싶은데, 이러한 마당에 서울에서도 큰 역할을 해주셔야 됩니다. 마당발이신 김홍신 작가님, 송영무 장관님, 우선은 논산 국방산단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해주셔서 논산이 국방산업특별도시로서 진가를 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하나하나 정밀하고 세밀하게 만들어가려 하는데, 여러분 함께 도와줄 것을 간청 드리면서 축하의 인사에 가름합니다.
[남상원 김홍신문학관 설립자]
“문학의 향기가 논산을 넘어 온누리로 퍼져가도록... ”
주말 황금기인데도 불구하고 김홍신문학관 3주년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원근각지에서 찾아주신 내외빈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백성현 논산시장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 문학관에 관련된 것도 말씀을 다 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제가 10년 전부터 문학관을 준비해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애써주셔서 뒤편 집필관과 앞의 문학관 모두를 완성했는데 벌써 3주년이라니 감회가 깊습니다. 2019년 6월 8일 개관을 했고요, 그간 코로나 때문에 어떤 행사도 할 수 없었죠. 와중에도 문학관 발전을 위하여 애써 주신 홍상문화재단의 임원과 운영위원님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안동 도산서원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거기에 추월한수정이라는 정자가 있어요. 퇴계 이황 선생이 돌아가시고 몇십 년 후 만들어졌는데, 여기 윤증고택도 윤증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만들어진 거죠? 이렇게 제자들이 만들었는데 추월한수정(秋月寒水亭)은 '가을 달빛 아래 차가운 물이 있는 정자’ 그러니까 ‘가을 찬물에 비친 아주 맑고 깨끗한 마음’을 얘기하는 것 같아요.
삶의 가치는 고상한 문화예술로 빛나는 것인데, 그 일에 앞장서는 우리 김홍신문학관이 논산 시민뿐 아니라, 대한민국 나아가 지구촌 인류의 삶에 향기를 안겨주는 ‘문학예술 명예의전당’이 될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김홍신 특강(전문)]
“여러분 스스로 경탄하십시오”
여러분, 오늘 제가 여러분들을 보면서 ‘사람꽃밭에 사람꽃이 만발하였고, 제가 행복하게 이 자리에 섰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앞서 축사해 주신 두 분 말씀을 귀담아 들으면서 가슴이 열리고 행복했습니다.
[천당과 지옥 심판기준] 이집트에는 이런 말이 있대죠! 사람이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면 심판을 하는데, 천당과 지옥을 결정할 때, 두 마디밖에 묻지 않는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동안 기뻤냐?” “남도 기쁘게 했냐?” 둘 다 그렇다면 천당! 둘 중에 하나라도 아니면 지옥!
여러분 돌아가시면 어디 갈 것 같습니까? 한국인은 거의 다 지옥 갑니다. 왜냐하면 나는 즐거웠을지 모르지만, 또 남도 기쁘게 했을지 모르지만, 한국인은 대다수가 나를 기쁘게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한국은 가장 절박한 나라, 지하자원이 없는 나라, 내전으로 동족상잔의 피맺힌 아픔이 있던 나라, 남의 간섭을 견딜 수밖에 없던 나라, 식민지였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수십 년 만에 “3050” 3만 달러를 돌파하고, 5천만 명을 돌파한 세계 일곱번째 나라가 되었습니다. 여섯 개 나라는 모두 식민지를 거느렸던 나라고, 대한민국만 식민지였던 나라였지요. 근데 이렇게 잘사는 나라가 거저 된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이 땅에서 먹지 못하고, 아끼고 쓰지 못하고, 아이 기르고 집장만하고 모진 고통을 견디느라고, 그래서 대한민국이 비로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은, 중년 이상만 넘어가면 한국인들은 모두 전부 소설감입니다. 그래서 농담처럼 제가 얘기해요. 한국에는 중년만 넘어가면 점치기가 너무 쉬운 나라다. “초년 고생하셨구려, 부모 덕이 지지리도 없구려, 이제 밥술이나 먹는구려.” 그러면 이게 다 맞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소설감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오늘부터 바꾸셔야 합니다. 한국은요 정말 고난과 시련 때문에 성장을 해서.... 이제 한국인이 먹고 바르고 입고 사용하면, 곧바로 온 세상 사람들이 쓰고 먹고 마시고 합니다. 여러분 BTS를 보십시오. 세계에는요 비틀즈를 포함해서 4인조 이상 가수가 없습니다, 거의. 그런데 BTS 7인조죠, 소녀시대는 10인조....
[유대인과 한국인 품앗이]그런 나라가 세계에서 두 개밖에 없습니다. 바로 유대인과 한국인입니다. 유대인은요 어려서부터 어떻게 가르치느냐? <내가 태어났을 때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가자> 이게 유대의 정신입니다. 이것 때문에 세계인이 유대인에게 놀랐습니다. 근데 한국은 뭐냐? 홍익인간 정신입니다. 똑같습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 가자> 이것이 한국의 정신사입니다.
자, 여러분 드라마를 보셔도 알지만, 진짜 재밌는 건 비극이에요. 근데 남의 인생은 비극이 재밌는데, 내 인생은 희극이 좋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가장 짧은 시간에 성공한 나라, 기적을 일궜는데도 불구하고 기쁨을 잊어버렸습니다. 배고픔은 해결했는데 배 아픔은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이걸 해결해야 됩니다. 지금 앞에 축사하신 두 분 말씀의 깊은 뜻이 바로 이 안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성장한 근거가 바로 두 분의 말씀 속에 꼭 들어 있습니다.
강수량 1천mm 이상 산악국가, 농경국가, 정착국가인 대한민국은요, 이동을 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때 품앗이 정신을 발휘하지 못하면 바로 농사를 망칩니다. 근데 밀농사를 짓는 데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인은 품앗이 정신과 두레의 정신 때문에 이렇게 잘 살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배 아픔을 해결 못했습니다.
[배아픔의 해결책] 이 배 아픔을 해결하려면 이제 우리는 함께, 모두 다, 동시적 시각으로 남을 기쁘게 하는 사람으로 사셔야만 합니다. 지금 대금 연주 보셨죠? 저 대나무는 돌연변이입니다. 정상적인 대나무를 갖고서 저렇게 고운 악기 소리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세계적인 현악기들을 보세요. 전부 무릎 꿇은 나무들이에요. 혹한과 혹설을 견뎠기 때문에, 그 안에서 그렇게 기가 막힌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인은 그동안 그런 고통과 고난, 뼈아픔들을 견뎌낸 민족입니다. 더군다나 논산을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논산 자랑을 하면 사람들은 전부 군사적인 생각만 해요. 근데 한번 보세요. 양반(兩班)이 뭐죠? 문과 무를 함께 가진 거예요. 문과 무를 함께 가져야 양반이고 그게 지혜로운 사람인데 논산이 뭐죠? 조선 최고의 선비들이 공부한 자리가 논산입니다. 아시잖아요, 사계 김장생 선생, 우암 송시열 선생, 윤증 선생 이분들 때문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됐어요? 격이 엄청나게 높아진 분들이 논산하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해방공간사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한 곳이 논산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건재하고 멀쩡한 이유가 뭡니까?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군사 강국 중의 하나입니다. 무(武)를, 군사력을 길러낸 곳이 어딥니까? 여기, 논산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논산이 대한민국 최고의 양반 도시라는 걸 잊으시면 결코 안 됩니다. 지금 우리가 논산을 더 성장시키려면 협연, 협주, 함께 더불어, 품앗이, 두레 이 정신을 결코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런 점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금 당장 행복]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분들은 그랬었을 거예요. “아 이제 내가 이만큼 살았으니까 내 남은 인생이 어떻게 살 것인가?” 더구나 평균 수명이 엄청 늘어나면서 근심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치매나 암 같은 병뿐만이 아니고 “노후에 내가 경제적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걱정을 하고 계실 텐데, 이제부터라도 그런 걱정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 오늘 당장 행복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늘 이런 얘기를 하죠. 사람들은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들 생각해요. 인생정답은 없습니다. 인생은요, 정답보다 명답(名答)으로 사는 겁니다. 인생의 명답은 “잘 놀다가지 않으면 불법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저보고 “당신은 잘 사느냐?” 그래요. 아니에요. 저도 말은 잘하지만 실은 잘 안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인생을 생각하셔서 잘 노셔야 해요. 먼저 내가 기쁘고 즐거워야 합니다.
아날로그 광고 속에 시계를 유심히 보세요. 거의 다 10시 10분을 가르킬 겁니다. 열시 십분이, 시계가 웃는 모습이에요. 잘 웃는 사람으로 살아야 되는데, 슬프고 가슴 아프고 걱정이면 웃음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나를 웃게 만들려면 “내가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가?” 나는요, 온 우주 역사상 오직 달랑 하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나를 지극히 사랑하고, 나를 즐겁게 하셔야만 합니다.
[고양이와 개] 여러분, 고양이를 목줄 매가지고 산책하는 사람 본 사람 본 적이 있나요? 고양이는 산책을 못 합니다. 근데 강아지는 산책을 하죠. 이유가 뭔 줄 아세요? 개는 서열 본능을 갖고 있답니다. 개는 집 안에서 어린 아이를 무시해요. 밥을 잘 주는 사모님은 자기의 뭐예요? 심부름꾼인 줄 알아요. 이처럼 서열을 따져요. 주인 남자가 좀 무섭게 하면, 귀가하면 숨어버립니다. 서열이 높은 걸 직감하는 거죠. 그런데 고양이는 영역 본능이에요. 자기 영역을 벗어나면 못 견뎌해요. 그래서 산책을 할 수가 없고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영역본능과 서열본능을 함께 어우르며 살아야 됩니다. 집 안에서는 뭐예요? 집 안에서는 서열 본능으로 사시면 안 돼요. 집안은 영역본능이고, 밖에 나가면? 내가 당당한 사람으로 ‘서열이 스스로 높다’고 인정을 하셔야 됩니다. 영역 본능과 서열 본능을 동시에 갖추셔야 돼요.
[경탄하라, 경탄하라]3년 전, 제가 속아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엄홍길 산악대장한테 전화했더니 “별거 아니니 안심하고 다녀오세요.” 그러나 등반 도중 마지막에는 너무 고통스러워 제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때 후배가 그러는 거예요. “이 마지막 하나 더 갑시다. 거기까지 갔다오지 않으면 자랑거리가 하나도 없어요.” 나로서는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주변 경치를 볼 틈이 없었습니다. 그날 제가 누워 있는데 저를 그 후배가 꼬신 거예요. 안간힘을 써서 등반대열에 합류했어요. 완전 빙판으로 기어 올라갔죠. 천신만고 끝에 올라가 보니까, 히말라야 열두 봉이 쫙~ 펼쳐져 보이더군요. 그 장관을 보면서 제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저건 수수만 년 존재했고 앞으로도 수수만 년 존재한다. 근데 나는 그 경치를 보고 경탄하면서, 왜 오직 하나밖에 없는 나에게는 경탄하지 않느냐?”
여러분 스스로 경탄하십시오. 나를 경탄하고, 논산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논산을 경탄하고, 충청도를 경탄하세요. 대한민국을 경탄하고, 인간으로 태어나서 지구에 존재한다는 걸 경탄하셔야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 건강하고 신나고 즐겁고 재밌게 꼭 사셔야만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