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에서 근대가옥 최다보유한 곳 #강경
서울과 경인지역 이외의 지방 도시가 매스콤에 뜰 때는 거의 없다. 대형사고가 터지거나 부정적 사건이 일어나면, 해당 도시에는 커다란 별똥별이 하나 떨어져 낙인처럼 깊게 패인다. 강릉펜션, 제천화재 ....인근에서는 홍성지진, 논산여교사사건 식으로 말이다.
요즘 목포가 한창 뜨고 있다. 손혜원 의원이 근대화 거리 조성 예정인 그 일대에 집 몇 채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일가친척까지 동원,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을 개업하면서 그 동네를 싹쓰리하다시피했다는 의혹이다. 야당은, 때는 이때다 하면서 벌떼처럼 일어났다. 이런 권력형 비리는 최순실 복사판이라며 청와대 영부인으로 번지게 하는 작전 수행중이다. 잘한다. 권력이란 십자포화를 받아야만 정신을 번쩍 차리기 때문이다.
와중에,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나중에 밝혀질 내용 예단할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국기를 흔들 만한 범죄 행위나 중대사안까지는 아닌 거 같다. 예전 같으면 이보다 훨 엄청난 비리행각들이 증권가 찌라시로는 돌아도, 공개적으로 입 뻥긋하는 사람 별로 없었던 듯싶은데, 지금은 아우성 수준이다. 미세먼지도 만연해가지만, 자유로운 공기도 많이 흡입되어 오는 사회분위기 같아서, 야당의 공세도 반가운 포문으로 들린다. 손의원의 맷집 또한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 터널 무사 통과해나오면 거물로 우뚝 설 것도 같다.
향후 이 사태의 추이는 중앙지 기자들이 알아서 속속 취재해줄 것이다. 전국적인 이 사안을 일개 지방지 기자가 들고 나온 이유는 코앞의 석자, 우리 지역의 이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은연중 ‘노이즈마케팅’이란 게 실재한다. 노이즈(Noise)란 소음/잡음을 뜻하는 영어인데, 생산자와 광고자가 원하는 이슈를 일부러 구설수에 올리거나 화젯거리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번 손혜원 파동은 결과적으로 목포라는 지방도시를 노이즈마케팅해주고 있다. 손혜원의 손은 마디다스의 손처럼 그녀가 11년 전 구입한 손바닥만한 통영땅도 각광받게 하였다. 그 땅은 지난해 12월 통영문화예술관광벨트에 포함됐고 올 6월에는 인근에서 문화재 야행 사업이 열린다. 야행(夜行)? 하며 갸우뚱하는 우리들에게 손혜원은 덤으로 나전칠기까지 부각시켜주었다. 초선의원 하나 잡는다고 한국의 정보망 총출동하다보니 신도시 떴다방 붐이다.
어쨌거나 이상 세 도시는 내심 환호성이다. 그 동안 죽어라 홍보해봤던들 존재가 미미했던 역점 사업들이 대한민국 지명도 랭킹 상위권으로 급상승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으니까. 목포 근대화 거리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2~3배 찾아온다는 보도이다. “‘목포=항구’ 노래만 그렇지 여전 죽은 도신데, 대체 여기에 뭐가 들어선다고 난리야?” 은근 투자 심리가 부추겨지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옛거리가 아파트 건설로 파괴되려는 거 막고 근대화거리 조성으로 지역경제 살려보겠다니까 시행사측이 본때 보여주겠다며 보복 조치하는데, 너무 떼로 덤비는 거 아녀?” 하는 동정론도 만만찮다.
근대화거리로 승부거는 세 도시의 경합
근대화거리! 대한민국에서 이 거리를 조성할 적지(適地)는 많지 않다. 일본과 왕래가 쉬운 서해안으로 좁혀지는데, 군산이 제일 먼저 치고 나갔다. 뜻밖의 성공을 거두면서, 존재가 미미했던 군산이 근대화 도시의 효시로 각광되는 새 전기를 마련하였다. 근대화에서라면 군산보다 한밭 앞섰던 강경이 부랴부랴 후발주자로 나섰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강경근대화거리는 지지부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이다. 셀프홍보 분위기만 감지돼서인지, 논산시가 올해부터 전면 재정비를 하면서 피치를 올리려는 순간, 목포가 터져나온 모양새다.
목포근대화 거리가 논산 강경의 입장에서 보면 득이 될지, 실일지 쉬 점쳐지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외풍이 몰아치는 분위기에서 ‘강경근대화거리’호 돛을 어느 방향으로 틀어야 할지 이제라도 확실하게 결정하라는 상징적 사건 같다. 강경근대화 거리는 우선 강경 주민들로부터 큰 점수를 따지 못했다. 입달린 사람들마다 이구동성 지탄하며 혀를 끌끌 찼다. 가장 결정적인 하자는, 주민들 의견 수렴 부족이었다. 옛 건물들 복원하는 쪽보다는 대부분 때려부수고 영화세트장처럼 재건축하는 몰지각한 상황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시청쪽 이야기는 법집행으로만 치우쳐 있다. 문화재관리법에 의거, 시설물정밀안전진단 기준에 따라서 위험 진단이 나오면..... 보수가 아닌, 개축(改築)으로 진행해야 하는 모양이다. 건축전문가가 판단하는 영역이니, 딱히 뭐라고 몰아부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던 그대로 복원하라는 주장을 쉬 거두어들일 수가 없다. 이 거리를 거니노라면 근대 거리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사람들이 기분으로 느끼는 분위기는 법적인 영역과 동떨여져 있을 터! 더구나 현대 건축의 진보에 따라 복원법도 엄청 진화했으련만, 그런 노력을 동시에 병행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는 졸작이어서다.
‘갱갱이스토리’가 근대화거리 쌍두마차
근대화 거리의 첫 번째 승부수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려내는 것이겠지만, 못지않은 효자손이 또하나가 나서줘야 한다. “있는 그대의 스토리 모음”이다. 흙먼지 나는 신작로 거리에는 거기에 걸맞는 이야기꽃들이 피어나야 제격이다. 2~3층 고건축들이 하드웨어라면, 갱갱이이야기는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에 드는 비용의 절반은 차치하고, 부족한 2%만 들여도 훈훈 강경이야기는 차고도 넘쳐날 것이다. 연필 글씨로 쓰여지는 이야기는 쌓이고 쌓여서 책으로 엮어지고, 필요하면 동영상으로도 변환되어 유튜버의 망망대해에서 맹활약할 것이다.
시대를 디자인하면서 좌표도 제시해가는 소확행, 2019 올해의 소확행은 콘텐츠이다. 그 동안 『놀뫼신문』은 찬연했던 강경의 부활을 위해 강경역사문화연구원측의 도움에 힘 입어 강경콘텐츠들을 축적해 놓았다. 올해는 #놀뫼알릴레오 그리고 #노포(老鋪) 이렇게 두 코너를 신설함으로써 굳게 닫혀 있는 강경 포구를 또 다시 열어보려 구상, 기획중이다. 이러한 즈음에, 뜻밖에도 목포 근대화 거리로 가는 길이 터졌다. “대체 근대화거리가 뭐길래?” 하는 반응이 호재라면 호재다.
비록 노이즈마케팅이긴 하지만, 필요하다면 그 조수(潮水)를 끌어들일 필요도 없잖다. 일례로 윤창중 사건! 윤창중 vs. 손혜원, 이 두 사건은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도 없지만, 굳이 비교컨대 윤창중 사건은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카톤급이었다. 청와대 입성을 축하하며 하늘 향해 나부끼던 강경거리 현수막은 일순간에 ‘세기의 쪽팔림’으로 추락하였다. 세월이 흘러흘러 그가 재기하여 보수결집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지만, 그 콘텐츠나 언론의 집중도에서 강경은 빠져 있다. 잇슈화할 수도 있었던 이 노이즈마케팅은 진즉 실기(失期)하였고, 이제는 평시 상황이다. 탤런트 강부자와 젓갈축제도 줄기찬 호재이긴 하지만, 참신성에서는 떨어지는 감이다. 전국적 명성의 박범신 『소금』이나, 서편제와 동편제를 파생한 강경의 중고제 부활을 앞장세우기에 아직은 역부족인 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대화거리를 살려보려는 브레인스토밍, 민초들의 중지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이런 조류 속에서 기자의 눈이 딱 꽂히는 곳은 한 군데! 갱갱이 거리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살아 있는 입술이요, 그들의 펜끝이다.
- 이지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