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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Jan 25. 2019

논산의딸 김민정,
구한말 신여성으로 우뚝

- 『미·션』의 후폭풍 선샤인 토크콘서트

2018년 12월 15일 늦은 5시, 건양대 콘서트장은 때아닌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공연장 대형스크린에는 “미스터션샤인(미·션)”의 명장면들이 흘러나왔다. 동시 통역이 나오는 이어폰을 장착하라는 영어 멘트가 나왔다. 


관객은 상당수가 젊은 층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남5, 여3인 댄싱그룹이 K팝과 다이내믹한 군무를 선보였다. 사춤(사랑하면 춤 추세요) 8인조는 각각 관객석으로 흩어져서 함께 노래하고 손잡고 춤추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공연 중간 인터벌에는 DJ 혼자 일어서서 영상과 비트 볼륨을 높이자 객석이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장소만 논산이지, 콘텐츠는 서울을 그대로 옮겨온 양상이랄까.... 만인 선샤인이 없었다면 보기 힘들었을 현장, 국제도시로서 논산의 도약과 개방성(開放性)이 움터오는 서막이었다. 


짧은 버전 + K-POP + EDM 후에 김일중 MC가 입장하였다. 오늘의 출연진은 1부 배우 김민정, 2부 가수 황치열이라 소개한 후 ‘Return To Sunshine“ 김민정 하이라이트 영상이 흐르면서 서서히 모습 드러내는 배우 김민정!  500여 관객과 방송국 카메라의 눈이 쏠리는 순간이다. 


한국 갤럽이 조사 발표한 ‘올해를 빛낸 탤런트’로 1위는 미스터 션사인(미·션)의 이병헌, 2위는 애기씨 김태리였다. 그러나 이것은 대중적인 여론 조사요, 전문가의 시각은 양상을 달리한다. 드라마 전문가 중에는 미·션의 두 축인 이병헌(유진 초이) 김태리(고애신 = 애기씨) 양자 구도에서 살짝 빗겨가 김민정(쿠도 히나)을 더 주목하는 이도 있다.


연무대 선샤인 스튜디오 꼭대기에 서 있는 글로리 호텔의 여주인 쿠도 히나, 분신이었던 그 호텔을 온갖 횡포 자행하는 일 군인들과 함께 폭파시킴으로써 암울했던 한 시대를 끌어안고 간 한국여인 이양화! 그녀가 입었던 의상이 워낙 다채로워서 현재 보관 장소가 없을 정도라 하니, 극중에서 그녀의 역할이 어떠했는지 일단을 보여 주는 듯싶다.


“울기보다는 물기를 택하렴!” -김민정


“반가운 사람들” 축하인사 영상이 흘렀다. ‘해드리오’ 전당포 주인 등 강렬한 캐릭터 7명의 민낯은 미션의 불씨를 되살려 주었다. 영상은 서서히 김민정만을 포커싱하기 시작한다. 


[명장면 1 쿠도 히나 첫 등장] “울기보다는 물기를 택하렴!” 김민정의 명장면 넷이 순서대로 스크린을 수놓았는데, 그 중 쿠도 히나가 글로리호텔 여주인으로 첫 등장할 때의 명대사이다. 호텔 커피샵 가베에서 서빙드는 여급 희롱하는 일본군 손등을 베면서 강렬한 포스로 등장하는 쿠도 히나는, 당시 신여성들보다 훨씬 당당한 캐릭터로 부각된다.


[명장면-2 “바등쪼”의 탄생] 두 번째 신은 계단에 앉아 담배를 꼬나물면서 세 남자의 등 뒤로 질투의 화살을 날린다. “바보(유진초이-이병헌) 등신(이휘성 편집장) 쪼다(구동매 유현석) 그깟 년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명장면-3 고애신과의 결투] 사대부 집안의 영애 고애신, 극중에서는 주로 애기씨로 불린 김태리가 물질적으로 부요했던 쿠도히나 질시의 타게트였다. 미군 장교와의 사랑을 질시하는 쿠도 히나는 드디어 세기의 대결을 벌인다. 아버지를 살해한 장본인을 암살하러 월담한  애기씨는 헝겊 감싼 총으로, 친일파 아버지 집에 사건 터질 걸 직감하고 잡입한 쿠도 히나는 펜싱검으로 맞선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두 여자의 총검술 결투는 애기씨 가면이 찢겨지과 히나의 탈이 털리면서 종지부를 찍는다. 그녀들의 결투씬 방영시간은 불과 몇 분이지만, 완벽에 가까운 장면 촬영을 위해 24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털어놓는다. 김은숙 작가의 천재성 못지않게 이응복 감독의 프로정신이 투혼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올해 9월 종영까지 그 지독한 불볕더위 뚫어가면서 함께 고생했던 태리씨가 보고 싶어지네요~”고 술회하자, MC 김일중이 불쑥 내뱉는다. “그 여자랑 또 한 판 붙으려고요?” 후일담을 포함한 토크쇼는 드라마의 후속편을 능가하는 듯싶다.


[명장면-4 쿠도 히나의 죽음] 바닷가에서 구동매 등에 업혀서 죽어가는 장면이다. 대사가 길어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시간들이다. 죽어가는 사람이 말 많이 하는 게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을까봐 내심 걱정이었단다. 알고 보니 사람은 죽을 때가 가장 맑아지고, 그러다 보니 말 많은 게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갈등 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는 배우들마다 빛났다. 김태리는 사격장을 드나들면서 실제 사격술을 연마하였고, 김민정은 펜싱에 몰입하였다. 배우들의 외국어 실력이 모두 돋보였다. 김민정 배우 역시 영어는 그간 해왔다치지만, 일본어, 심지어 프랑스어는 공부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뒤늦은 촬영 합류로 길지 않은 시간에 동시 강행한 펜싱수련, 외국어공부.... 프랑스사람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면서 혀를 더 굴릴 수 있었노라고, 자화자찬이다^


배우 김민정은 천상 탤런트처럼 보이지만, 기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기도 하다. 파노라마처럼 흘러간 네 장면 외에도 본인 스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꼽으라 하니, 잠시 숨 고른 후 한성전기 전철씬을 가지고 온다. 전철을 타고 가는 그녀를 구동매가 확 끌어내리는 장면! 잘난 거 같아 보이지만 한없이 외로웠던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로맨스를 느꼈다는 순간이었다. 유명배우라고 하니까 차이나는 클라스, 고혹적인 광고 이미지로 돋보이기만 할 거 같지만, 기실 평이한 우리의 이웃~~  친근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밝히는 거지만, 배우 김민정은 논산의 딸이다. 정확히는 “놀뫼신문”이 입주해 있는 건물주의 조카라고 한다. 


공식적인 토크가 끝난 다음은 이벤트였다. “눈부시게-해드리오“ 소개 후 질문 판넬 답변이 이어졌다. “오늘 점심 무엇 먹었어요?”도 팬들의 주요 관심사였고, 제철 매생이국이라는 답이 나왔다. 관객이벤트 선물로 “함께-해드리오”는 배우의 애장품 증정 및 폴라로이드 촬영이었다. 스타 하나가 몰고 가는 한류의 위력이 실감나는 순간, 공연이 시작되면서 관객에게 인사했던 황명선 논산시장의 선물이 편승했다. 딸기세트!


OST “어찌 잊으오”- 황치열 


 “어찌 잊으오”로 분위기를 깔면서 등장한 가수는 황치열이었다. 2부를 여는 MC가 “좋아하는 과일이 뭐냐?”고 물으니 즉답은 “사과”였다. 김일중 MC가 재차 묻는다. “딸기는 안 좋아하세요?” 이에 황치환은 순발력을 넘어, 딸기꼭지 따내는 장면 리얼하게 묘사함으로써 논산딸기의 달콤 분위기를 부드럽게 살려냈다. 황치열은 “그대가 내 안에 박혔다”로 달콤 분위기를 이어갔다. 관객이벤트 1은 ‘사랑의 세레나데’ 1인, 관객이벤트 2는 가수 황치열의 사인이 들어간 포스터 3개 증정 및 셀피(셀카) 촬영이었다. “매일 듣는 노래”를 열창하면서 열호하는 팬들 속으로 들어왔다. 무대에서 선택된 소수에게만 선사하던 셀피 서비스는, 무대 밑으로 내려와 열창을 거듭하면서도 무한수열로 이어가는 듯했다. 


어찌 잊으오? 황치열은 드라마 미션 OST를 처음 접했을 때의 진부해 보였다는 느낌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작가가 김은숙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조건반사적으로 OK!”  솔직함과 격의없음, 자연스러움, 이번 선샤인 러브 콘서트를 관통하는 3개의 테마주였다. 


논산 선샤인랜드가 뜨기 위해서는 3박자가 조응해야 할 성싶다. 첫째는 24회에 걸친 드라마 완전정복, 둘째는 선샤인랜드의 존재와 홍보이다. 이런 하드웨어에는 생생한 실핏줄이 절대적이다. 이번 관광공사에서 개최한 선샤인 토크쇼는, 논산이 국제관광도시로 이륙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추진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엄밀히 말해서, 드라마의 열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식어가게 마련이다. 선샤인랜드 시설 같은 걸로 한류붐을 일으킨다는 것은, 속칭 바위로 계란치기, 무모한 치기(稚氣)로 유야무야될 소지도 없지 않다. 도약하느냐, 불발탄이냐 기로점은 계란의 생명성에서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디즈니랜드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이어가면서 다양한 스토리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선샤인랜드도 구석구석 숨어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확대 재생산이 얼마든 가능한 블루오션이요, 옥토다. 이번 토크쇼를 시발점으로 하여서 논산선샤인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시청 홈페이지는 물론 유튜브 같은 무주공산에 앞다투어 띄운다면 선샤인랜드의 미래는 분명 ‘부’가 있다. 현장에는 의상대여 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생활밀착형 전문해설가가 배치되어 있어서 찾는 이들의 궁금증 해소는 물론 또 다른 호기심을 촉발시켜 준다면, 내공이 깊어지면서 가속도가 붙어갈 것이다. 가장 큰 가속도는, 선샤인에 매료된 매니아층이 선샤인랜드를 찾아와, 구석구석에서 또다른 깊이를 느끼며 알찬 콘텐츠로 양산해낼 때.... “선샤인 논산”의 2019년 새해도 그만큼 부양될 것이다. 


- 글 : 이지녕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 기사는 놀뫼신문 2018-12-19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참고사항]

김민정 배우의 아버지 고향은 논산입니다.
김민정 배우는 서울에서 낳고 자랐습니다. 
이럴 경우, 아버지의 고향 = 자녀의 고향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렇게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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