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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Feb 25. 2019

논산땅에 떠오르는 태양, 선샤인랜드

- 선샤인스튜디오에 민간자본 87억 유치, 전국최초 사례

미스터 션샤인! 구한말 찍혔던 단 한 장의 의병대 사진이 이 시대의 작가 김은숙에게 꽂혔다. 그녀는 대붕(大鵬)의 날개를 펼쳐나가더니만 ‘나비효과’를 입증이라도 하듯 전 세계를 뒤덮었다. 400여억 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는 화앤담픽쳐스에서 제작하였다. 주말 시청률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온 미·션은 tvN에서 1회 평균 90분으로 하여 총 24회 송출하였다. 


의병의 한 부대로 합류하다 산화한 이병헌의 죽음으로 대미가 장식된 마지막 화 9월 30일 종영 후에는 수출로 이어졌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은 ‘넷플릭스’가 약 300억원에 판권을 구매, 지난 9월까지 국내외(해외는 190개국)에서 동시 방영됐다. 



구한말 무명의 의병들 스토리가 연무대 밀리터리 사격장과 이리도 찰떡 궁합일 수가 없다. 지난 여름 토·일 9시, 한반도를 질주해왔던  미스터 션샤인, 줄여서 ‘미·션’으로 통칭되던 대형 드라마가 이제 논산땅에 새로운 미션(Mission)을 던져주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 영화세트장을 보면 안내간판은 화려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면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그러기에 미션이 필요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도 같은 ‘새로운 시작’이 효시돼야 했다, 사격의 도시 논산땅 연무대에서.


선샤인랜드 활성화 협약식과 미션


지난 7일,  비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논산시는 선샤인스튜디오 그랜드 오픈식을 가졌다. 연무 관광자원 활성화사업이 최종 준공됨에 따라  한달 반쯤 전 임시 오픈했던 ‘선샤인스튜디오’를 정식 개장한 것이다. 


이 행사에서는 충청남도, 논산시, 한국관광공사, SBS A&T, 화앤담픽쳐스 5개기관간 선샤인랜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도 함께 진행됐다.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황명선 논산시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사장, 이동협 SBS대표이사, 화앤담픽쳐스 윤하림대표 외에도 김진호 논산시의회 의장과 황화리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하였다. 


선샤인랜드는 논산시의 끈질긴 제안 끝에 방송사와 제작사가 87억여원 민간자본을 투자하게끔 한 대한민국 최초의 사례이다. 지자체인 논산시는 국방부와 부지교환으로 사업대상지를 확보했고, 지속 가능한 촬영 세트장의 조성비는 민간단체에게 분담시킨 경우이다.


운영 역시 분담 시스템이다. 한지붕 세 가족이도 한 이곳 각각의 이름은, 관형사 ‘선샤인’은 동일하되 뒤가 다르다. 선샤인 ‘랜드’는 밀리터리사격장과 그 밑 ‘50년대드라마세트장(일명, 시가지전투체험장)’까지이며, 현재 논산시청 선샤인랜드T/F운영팀이 직영중이다. 군부대와 바짝 붙어 있는 선샤인 ‘스튜디오’는 민간기업인 SBS A&T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선샤인랜드’ 하나로 통한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은 대한민국 명소와 역사적 현장을 두루 찾아내어서 1년여에 걸친 현지 촬영을 속행해왔다. 그 중 주요 촬영 무대는 단연 연무대 선샤인이다. 1900년대 배경 세트장 선샤인스튜디오는 구한말 역사에 관심 있는 내국인은 물론 이병헌 팬이나 해외 외국인에게도 꼭 찾아가고 싶은 핫플레이스로 부상중이다. 9월 22일 임시 개장한 이후 1.5개월 동안 여기를 찾아온 방문객은 8만여 명에 달한다. 



190개국 수출했다지만만리장성 벽 넘어야


현재 선샤인 스튜디오에는 15명 정도의 매니저들이 글로리 호텔, 양품점, 한성전기, 동매집 등에서 안내 겸 각자의 활동을 하고 있다. 촬영소품 전시와 함께 1900년대 복식체험이 가능하다. 입장요금은 성인 7천원 기준이며, 렌탈은 양품점에서 가능하다. 의상대여료는 별도인데, 할인 규정도 있다. 글로리 호텔, 김희성 신문사 재현 등 관광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어서,  미·션 촬영이 끝난 자리에 시대극 드라마와 영화촬영지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한다. 


SBS측은 식지 않는 미·션의 열기를 몰아 내부 콘텐츠 보강으로 연 30만 명의 관광객이 논산을 찾을 수 있도록 목표를 세워놓았다. 향후 스튜디오는 내부 전시 및 건축물 안전과 방문객 편의사항 시설이 완료되는 대로 시즌별 이벤트나 스튜디오내 공연도 기획중이다. 50년대 드라마세트장에서도 내년에는 최소 월1회씩 거리공연을 준비중이다. 가수 김장훈은 동족을 위하여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졌던 의병의 분위기에 걸맞은 공연을 주문하였다. 개막식장 주변에는 미·션 출연배우들 복장을 한 스탭들이 이곳저곳에 포진해 있으면서 드라마 미·션의 무대 구한말 풍경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다. 


tvN에서 9월 30일자로 종영된 미·션은 이제 다시보기만 가능하다. 검색창에 #미스터션샤인 다시보기 입력하면 여러 방법이 제시되는데,  Iptv 플랫폼에서 다시보기가 여전히 가능하다. 몇 번을 보아도 일본의 잔혹성 장면에서는 치가 떨려온다. 배우들은 대사를 한국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까지도 유창하게 발음했는데, 연출 이응복 감독이 한류를 염두에 두고서 그렇게 촬영한 거 같다. 그 촬영분이 이제 세계 190개국으로 송출 서비스중이라고는 하지만, 이 드라마를 시청할 때 우리 못지않게 공명하고 격분할 중국이 수출리스트에서 빠져 있다. ‘중국의 사전심의제도 때문에 100% 사전제작이 아니면 판매가 힘들어서’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대목은, 해외서비스 권한자인 넷플릭스의 행보만 지켜볼 게 아니다. ‘대장금’ 못지않은 한류를 기대하면서 해외관광객 유치를 선언하고 협약한 한국관광공사와 충청남도가 공식적인 외교루트를 동원하여서라도 수출을 달성해야만 하는, 5대 협약기관의 절체절명 미션이다. 


[글] 이지녕

[사진] 화앤담픽처스 제공

이 글은 『놀뫼신문』 2018-11-11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s://nmn.ff.or.kr/17/?idx=1338990&bmode=view


 이와 연하여 실린 기사는 아래입니다. 



논산국제관광도시로 발돋움하자면


이번 개막식에서는 논산이 국제도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단면을 엿보는 듯했다. 같은 자리에서 세 가지 굵직한 의식을 차례대로 진행하였다. 제일 먼저, 논산시 브랜드선포식! 지난해 10월 브랜드 개발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올해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1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타운홀미팅을 거쳐 최종 선정된 논산시 도시브랜드 선포식을 가졌다. ‘사람이 먼저’이고 ‘시민이 우선’인 행복공동체 동고동락(同苦同樂) 논산의 시정철학이 중앙 방송 TV 카메라에 고스란히 녹화되고 있었다. 


두 번째는 한국관광공사도 합세한 5기관의 ‘선샤인랜드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 그러나 활성화 대상은 대한민국 최고 병영체험장에 이어 구한말 역사의 체험형 관광명소 드라마세트장까지 갖춘 선샤인랜드로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논산8경, 탑정호 출렁다리, 강경근대역사문화 거리 등 논산의 관광자원을 총망라한 관광 상품 개발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유치까지 포괄하는 것이었다. 


테이프 컷팅식이나 감사패 수여식도 주요 행사였지만, 식전 공연에서는 향후 선샤인에서 펼쳐질 콘서트나 공연의 독특한 색깔 일단이 엿보였다. 이날 개막식은 SBS 박은경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식전 공연 하나하나가 격을 달리했다. 3시 30분부터 열린 식전공연에는 인근 육군훈련소 군악대가 나와서 우렁차게 첫 막을 열었다. 이어서 시 낭송!  조민선 학생이「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들고 나왔는데, 1900년대 나라 잃은 설움과 한을 절절 낭독한 학생은 논산출신 고려대생이었다. 


드라마에서 논산 관련 인물로는 양촌 거주 민경진 배우가 출연했는데, 글로리 호텔 사장 쿠도 히나가 논산출신이라는 설도 있는 등, 선샤인랜드 관련 스토리텔링이 기대된다.


궁내부 대신 정문 대감역으로 나와서 애족심 불태웠던 배우 강신일 씨의 무대가 이어졌다. 4인조 국악단의 연주에 맞춰 열창한 ‘꽃’은 드라마 속의 숙연한 여운을 되살려 주었다. 노름마치, 맨 나중에 나타난 가수 김장훈은 무대에 오르지 않고 빗물이 묻은 관객석을 누볐다. ‘사노라면’으로 처절하게 고독했을 선조 의병들의 투혼을 기렸다. 애국가는 올드 랭 사인 곡으로 하여 다 함께 불렀는데, 공식행사가 시작되었을 때 애국가 제창은 가수 나오미의 애끓는 독창으로 당시 의병들의 투혼을 되살려주는 분위기였다. 이 모든 순서를 관통하는 흐름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동족사랑이요 이웃사랑이었다. 


공식행사 중간중간에 배경으로 깔리는 영상이나 폐회 후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미·션의 배경음악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가슴 떨며 숨 죽이며 때론 지고지순을, 때로는 공분했던 순간 들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였다. “이 벅찬 감동에 공명할 사람은, 일본관광객들이라기보다 엄청난 중국대륙인데...”  논산발 나비효과가 간절해지는 지점이다.


[글] 이지녕

[사진] 화앤담픽처스 제공

이 글은 『놀뫼신문』 2018-11-11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s://nmn.ff.or.kr/17/?idx=1338996&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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