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특위의 하굿둑과 3개보, 관광산업 현장방문기
작년 10월 11일 충남도의회는 “금강권역의 친환경적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금강특위)를 공식 출범시켰다. 오인환 위원장과 9명의 위원은 그 동안 내부 논의와 활동을 해오다가 지난 16일 본격적인 현장 활동에 들어갔다. 서천에서 충남도민체육대회가 열리는 날, 서천~군산을 잇는 금강하굿둑 기점으로 백제보, 공주보 등 금강주변 5개 지역을 방문하여 현장을 확인하고 일선 관계자들의 소리를 직접 들었다. 현지 주민은 물론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측의 설명과, 충남연구원 이상진 박사, 최문희 도청균형발전담당관 등 전문가들의 설명을 경청하면서 현장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낙동강 구미보 상류 비닐하우스 농가가 농사를 망쳤다며 피해를 호소하며 배상을 요구중이다. 창녕군 함안보 인근 농민 46명은 배상도 받았는데, 공주보 인근 주민들도 피해 사례를 접수중이다. “가두었던 물을 개방함에 따라 주변 강물의 수위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지하수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낮아진 수위만큼 관정을 더 깊이 파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주변 농민들의 주장이다.
백제보에 도착했을 때 도의원들을 맞은 부여군수는 주변 농가의 목소리를 대신 들려주었다. “정작 농민 피해가 더 심한 부여는 가만히 있는데, 공주가 더 난리인 거 같아요. 우리는 민관협의체와 대화로 풀어나가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인근 비닐하우스의 수막농법 등 현지 농작물 재배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금강 상류를 지나서 중·하류에 접해 있는 시·군은 9개이다.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공주시, 청양군, 부여군, 논산시, 서천군), 전라북도(익산시, 군산시)가 위치해 있다. 이처럼 강은 지류하천을 합류해가면서 금강을 이루지만 지자체간의 이해관계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금강에 설치된 3개의 금강보를 어찌할 것인지는 지방자치단체장마다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때이르게 발표한 금강수계 3개보 제시안이 전국적으로 뜨거운 감자이다. 금강수계 보 평가결과 세종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부여 백제보는 상시개방이라는 결론처럼 내놓은 처방안이다. 그런데 정부부처마다의 입장도 다르다. 이러저런 혼선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물관리기본법’안이 통과되었고 이제 머잖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결론 지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도 금강특위는 지역균형발전도 염두에 두면서 금강권역을 친환경적인 발전 모델로 세우기 위하여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금강특위와 관계자들은 하굿둑 이후 갯벌과 토사 퇴적, 담수호 오염, 회귀성 어류 생태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현장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앙정부 및 유관 지방정부에 상생의 대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금강하굿둑과 금강호의 토사와 유기물 퇴적은 인근 어민들의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어항의) 기능을 막고 있다. 담수호 수질오염은 농업과 공업용수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었고, 생물자원의 생태환경을 위협하고 있었다. 오인환 위원장은 “금강 중·하류의 현장을 둘러본 결과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금강권역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역간 이해 관계를 떠나 친환경적이고 항구적인 발전모델이 필요하다”며 금강특위의 방향을 현장에서 재확인하였다. 양금봉 부위원장은 “갯벌 퇴적으로 항구기능의 소실과 김 양식장 피해개선”을 요구했다. 부여의 조길연 위원은 수막재배 농가와 과거 극심했던 가뭄에 대한 대책을, 김기서 위원은 뱀장어와 참게 같은 회귀성 어류의 생태환경 개선과 담수 수질 개선을, 예산의 방한일 위원은 금강주변 농민들의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대책이 필요하다고 인식하였다.
10인10색의 목소리를 아우르기 위해서 우선 금강을 항공사진으로 볼 필요가 있다. 금강은 우리나라 제3의 유역으로, 유로연장은)397.8㎞로 그야말로 천리길이다.
금강이 거느리는 하천현황을 보면 국가하천 7개, 지방하천 461개로 총 468개소이다. 댐이 3개(용담댐, 대청댐, 대청조정지댐) 보가 3개(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그리고 마지막은 금강하굿둑이다. 이 주요 시설들의 공과(功過)는 극명한데, 논산 강경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역시 금강하굿둑이다.
서천출신으로 금강과 함께 성장하고 지금도 금강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양금봉 금강특위 부위원장은 “강은 흘러야 한다”고 강변한다. 금강 하구언은 철저하게 군산 위주로 설계되었고, 그 결과 막바지에서 금강의 오염물질은 서천쪽으로만 퇴적되어 왔으며, 금강하굿둑 주변의 토사퇴적 주변 지역은 쓸모없는 뻘로 상전벽해되어 이제는 누구도 찾지 않는 불모지가 되었다고 탄식한다. 값나가는 실뱀장어를 잡기 위하여 서천어민이 전북쪽으로 넘어 실랑이 벌어지는 현실은, 마치도 중국어선이 우리 영해를 넘어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실뱀장어가 넘어오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어도(魚道) 현장도 방문하였다. 그러나 설치규모와 형태로 볼 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구조였다.
금강 하굿둑은 일차적으로 해일(海溢)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 목적은 달성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댓가가 너무 크다. 그 중 하나가 해도, 어도를 인위적으로 막은 행위이다. 김기서 도의원은 어렸을 적 백마강에서 물개를 보았다고 술회한다. 조길연 도의원은, 백마강이 어떤 때는 물이 없어서 차가 규암 강바닥으로 해서 건넌 적도 있다면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홍수와 가뭄 예측도 주문하였다.
4대강 사업의 명분 제1성으로 홍수방지를 외쳤지만, 박정희 정권 때에 치산치수를 워낙 잘 해놔서 이제 뚝 터질 염려 같은 것은 거의 없다는 게 부여군수의 진단이다. 1987년 부여 대홍수로 피해가 컸지만 그때 처방을 아주 잘 해서 홍수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홍수 걱정도 없어진 지금, 4대강의 보를 허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서 금강하굿둑까지 철거할 것인가? 그러한 파격보다는, 수문을 조정하여서 웬만큼의 해수라도 유입되게 해보자는 안이 검토 중이다. 해수 유입으로 우려되는 농업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고, 정 필요하다면 부여 백제보를 통한 농업용수 공급이 대안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예전에 자유로이 왕래했던 물고기는 어느 정도 왕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특위가 국가에 권하고 요청하는 콘텐츠 중에 금강권역의 관광벨트화가 포함되어 있다. 충남도내의 낙후 지역인 백제권역의 금강에 나룻배도 띄우고 하여서, 기존 농업뿐 아니라 금강의 아름다움과 잇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관광벨트의 조성 구상이다. 지역경제의 균형발전이 금강개발의 한 축이다. 금강주변의 개인 사업들을 보면, 금산쪽의 래프팅, 세종시 국토연구원쪽과 청벽나루 인근의 수상스키, 요트, 윈드서핑, 패들보드, 공주는 정안천 끼고 경비행기장과 자연미술마당이 있고, 석성천 받아들이는 우곤리 포전마을에서는 세계연날리기 등을 구상중이다.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김용택 ‘섬진강 1’에 나오는 시구이다. 이 ‘섬진강 시인’은 섬진강학교도 열었다. 남한강변의 목계나루터에는 신경림 시인의 목계장터 시비가 있다. 금강 하면 누구인가?
우리들의 어렸을 적
황토 벗은 고갯마을
할머니 등에 업혀
누님과 난, 곧잘
파랑새 노랠 배웠다.
울타리마다 담쟁이넌출 익어가고
밭머리에 수수모감 보일 때면
어디서라 없이 새 보는 소리가 들린다.
우이여! 훠어이!
이렇게 시작되는 신동엽의 장편시 “금강”은 인터넷에 별로 떠 있지도 않다. 금강의 길이만큼 길고 긴 이 시는 서사, 본사 26장, 후사로 구성된 4800여 행이나 된다. 1894년 3월의 동학혁명, 기미년 3·1독립운동, 4·19 혁명을 하나로 연결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속적인 현실로 일깨우는 분노의 저항시이다.
부여에 있는 신동엽문학관은 그 자체로 소중한 자원이지만, 금강관광벨트와 연계할 때 문학기행코스로서 기대 효과가 엄청나 보인다. 강경3·1혁명의 주인공인 엄창섭 열사 후손 엄성용 씨는 강경혁명을 특정지역에 국한시켜서는 안 되며 군산, 부여, 강경을 아우르는 이른바 ‘금강유역의 삼일 혁명’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주창한다. 삼일정신이 전파된 코스가 당시 뱃길인 금강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강경의 유수한 기독교성지순례 코스와 김대건신부의 도보순례길~~
금강 유역 곳곳 추억의 나루터 코스도 금강의 숨겨진 보물단지이다. 공주 상왕동 금강나루 다리는 “오야교”이다. 경주이씨 집성촌이라서 오얏 이씨 “오야”이다. 강경에서 3척의 소금배가 백마강을 지나서 여기 오야나루까지 올라온다. 그 배는 멈추고 다시 청주쪽으로 향하는 작은 배에다가 소금을 넘긴다. 떼돈을 번 선원들은 살판이 나서 춘월이 치마폭에 안긴다. 며칠 후 돌아가려니까 어찌 된 일인지 바지에 땡전 한푼 없다. “춘월이 이년은 소금배를 세 척이나 먹고도 짜다 소리 하나 안 하네!” 배비장전과도 닮은 금강나루 이러저런 이야기는 강물 따라 오늘도 흐른다.
금강특위가 의욕적으로 뛰어서 금강권 개발의 베이스 캠프를 설계·제시하고 물관리일원화팀이 하드웨어를 깔아나갈 때..... 그 틈새로 금강의 애환과 추억, 낭만의 스토리를 흘려보낸다면, 금강의 고깃배는 차고도 넘칠 것 같다.
이진영 기자
[글·사진] 이지녕
이 글은 『놀뫼신문』 2019-05-22일자 2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공주보에서 내려다 본 금강(부여~공주간 금강길이 청양쪽 뚝방길도 개통되어 평행선이 된다면 금강 수상로와 함께 환상의 콤비 코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