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으로서의 인물에 대한 고찰
그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가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오해할 만한 인상을 가졌다. 머리는 그 나이에 어울릴 만큼 약간 벗어지고 입가에 얇팍하게 머금은 웃음기는 그를 재밋고 유쾌한 사람일거라는 착각을 하기 딱 좋을 만큼의 용모가 되게 한다. 경상도의 무뚝뚝한 말투에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에겐 그의 부드러운 듯한 말투가 듣는 사람에 따라 편안한 느낌을 주기도한다. 물론 그를 처음 만나고 부터 아주 잠간 동안 이긴하지만.....
그는 옷차림새도 항상 깔끔하게 신경쓴다. 더운 날에도 조금은 헐렁한 듯 커보이고 유행지난 듯한 양복을 입고, 너무 더울때라면 팔에 걸치고 다닐지라도 반드시 가지고 다닌다. 그것이 남에게 좋은 인상을 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한 생각은 어쩌면 자기 가면속의 철저한 이중성일 것이다. 그의 생각은 그 이상 깔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진지한 대화를 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할 때면 정색을 하고, 입술을 최대한 오므려 똑똑한 어조로 말을 하려고 애쓴다는 것을 눈치채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는 쉬운 말도 어렵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생각하기엔 상당한 전문적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값어치 있는 지식이라고는 할 수도 없고 딱히 대단하다고 할만한 것들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 말들을 상대방이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듯, 그래서 말할 때마다 듣는 이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말투 군데군데 배여있다. "무슨 말인지 알제? "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그런 것이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가리고 타자보다 우월하다고 스스로 체면을 거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가 해왔던 일들 쪽에서는 그럴진 몰라도 그 분야 밖의 일이나 특히 인간적인 따스함은 거의 바닥이라고 할 만큼 그 어떤 것도 그에게 묻어나는 것이 없다. 아무리 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일지라도 일말의 인간적인 동정이나 배려심 따위가 있을 법도 한데 그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거의 바닥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은 그를 쓰레기라 부른다. 재생불량성 산업폐기물. 나이가 환갑을 넘어가는 그를 누가 리싸이클할 수 있다는 말인가. 혹 기어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령같은 망상 때문에 핵폐기물처럼 바다 깊은 곳이나 지하 수백미터의 처리장에 가둘 수도 없다. 그래서 수천도의 소각장에 버려야할 재생불량성 산업폐기물이 더 어울릴 듯한 말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간신의 모든 탁월함과 장점만을 가진 아주 얇디 얇은 인간이다. 자신의 잘못을 꽤나 그럴듯하게 속일수 있으며 타인이 승승장구할것같은 그런 기회를 일시에 차단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기술은 너무도 탁월하다.
그는 팀웍의 최대의 적인 이간질의 능수이기도 하다. 그가 그것을 디테일하게 계획하고, 그래서 향후 그것을 예측할 수 있는 혜안을 가졌다면 그래도 똑똑하고 치밀한 모리배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것을 예측할 수 없는 무뇌적 인간이다. 그저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일 뿐이다. 그래서 남의 아픔이나 고통쯤은 그의 물기없는 가슴에 아무런 동요도 일으킬 수없다. 싸이코패스? 그것도 그에겐 너무 사치스런 표현일지 모른다. 그는 유치한 유아적 에고이스트일 뿐인 것이다. 그 이간질이 사람들의 친근한 연대를 막고, 조직의 화합에 걸림돌이 되어 결국에는 자신에게 큰 생채기를 낼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는 무뇌적 인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가 싸우거나 큰 소리로 윽박지르는 사람은 대부분 조직에서 거의 하위에 있는 말단이다. 말단 중에서도 무시해도 좋을만하다고 자기 스스로 판단하는 그런 사람들. 그리고 거래관계에 있는 아주 약한 말단의 거래처 직원들, 설치기사나 시설보수하러 방문한 담당자들, 예컨데 말단이라도 뒤에서 험담을 할 지언정 목소리가 큰 사람에게는 조심스럽게 대한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곧 환갑이고, 조직에서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보여야할 행동은 아니다. 계산적인 그의 큰소리는 대부분 그렇게 오너에게 들려지고 무슨 대단한 책임감을 가지고 근무하는 관리자처럼 보여지게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
이쯤되면 세잌스피어에 나오는 어떤 인물의 이름이 떠올라야 하지만 그 어떤 이름도 그를 대신할 수가 없다. 설령 그 어떤 이름이 다행스럽게도 그와 거울처럼 비슷하게 생각 된다하더라도 그 인물조차도 그처럼 더이상 바닥같은 인물은 아니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역사적이고 문학적이고 인문학적인 그들의 고귀한 이름에 그를 대신하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세잌스피어에게 비참한 자괴감마저 들게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를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분노가 아니다. 관찰의 기록이요. 사람을 옳바르게 판단하고 이해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혹 그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래서 이 글에서 표현하는 인물이 자기자신이라고 생각되어진다면 깊이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조직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거나, 양복을 입고 깔끔을 떠는 겉모습만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여기서 말하는 그가 아니다. 길지 않는 글이지만 글속의 모든 이미지들이 자기에게 딱 들어 맞는다고 생각하면 아직 당신은 재생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