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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성당

90년의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빛, 금산성당.

by 지드

오랜만에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진 진산성당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2년전 진산성지를 찾아보니 아쉽게도 복원사업이 한창이라 사진으로 보았던 성당을 마음으로만 그리며 돌아설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그 마무리가 다 되었을 듯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듯한 들뜬 마음으로 2시간 가량의 거리를 달려갔습니다.


그 여정에서 뜻하지 않게 금산성당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늘 하던대로 목적지 주변의 성당을 검색하던 중 금산 성당의 이채로운 모습에 선듯 발길을 향했습니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성체조배도 하고 묵상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싶어 성전문을 여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성당내부가 온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공간이 갖는 의미는 90년이 넘는 금산본당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922년 진산면 지방리 가새벌 공소에서 시작한 금산본당은 여러가지 상황으로 본당으로 승격되었다가 다시 공소가 되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격은 본당이기도 합니다. 1957년에야 금산성당 건립을 완공하고 사제관 수녀원 등의 부속건물을 갖추고 본당으로서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의 성당은 2002년 만 2년의 공사를 끝으로 새로 세워진 현대식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외부의 날렵한 모습의 지붕은 마치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멀리서 건축물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성전의 모습은 그야말로 외부의 모습으로 짐작할 수 없는 전혀 뜻밖의 노출콘크리트의 성전이었습니다. 누가 건축주였는지 누가 설계하였는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내부의 구조는 너무나 현대적이었습니다.


성전문을 여는 순간 보여지는 십자고상이 먼저 눈을 사로잡습니다. 성전은 성전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회중석이 제대쪽으로 집중되어지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제대 뒤쪽에 십자고상을 달거나 제대화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금산본당은 제대 뒷쪽 오른쪽에 자연광이 십자고상 뒤로 은은하게 비취는 공간을 마련하여 설치하였습니다. 이 모양이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실내의 불이 다 꺼져있어도 십자고상은 빛 속에서 은은히 빛날 것만 같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어 운명하시던 그 순간 온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히고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와 십자가를 비추었듯 어둠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깊이 새겨 볼 수있었습니다.


그리고 왼편에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사랑하여라"는 붓으로 쓴 커다란 족자가 걸려있습니다. 그 필체도 마음에 들었지만 회중석에서 바라보는 요한복음서의 말씀은 교우들의 마음속에서 사랑을 키워나가라는 예수님의 지상 명령처럼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2층 성가대석에서 바라보는 제대와 성전의 모습은 높은 천정의 부채살모양의 구조물로 인해 더욱 제대로 집중되는 형태로 보입니다. 천정이 많이 높아서 공간이 주는 위엄도 대단한데 그 천정에 자연광이 들어오는 부채살 형태의 구조물이 모든 사물과 신자들의 눈과 귀를 제대로 모아주게 되어 미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듯합니다.


또 특이한 구조물은 회중석 뒷쪽에 새워진 세개의 콘크리트 구조물입니다. 설계자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예수님이 묻히셨던 무덤을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던 것처럼 이곳의 커다란 콘크리트 구조물은 마치 문처럼 보였고 그 문이 열려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대를 중심으로 하여 맨앞줄에 앉았습니다. 십자고상이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려 예수님 머리위로 내리는 빛줄기를 바라보았습니다. 신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은은한 빛들이 콘크리트를 타고 들어와 푸른 빛으로 보입니다. 빛으로 오셔서 우리 마음속의 어둠을 몰아내신 예수님. 우리가 빛의 자녀로 살기를 원하시고 스스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 태초의 빛을 만드시고 그 만드신 빛을 죄인인 우리에게 다시 비춰주신 그 예수님의 빛을 마음에 듬뿍담고 성당문을 나섰습니다.


진산성지로 향하는 내내 우리 부부는 금산본당에서 만난 빛의 예수님을 얘기하였습니다. 은혜 가득한 순례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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