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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Jun 20. 2020

공공혁신과 퍼실리테이션의 만남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일어난 일

공공혁신, 복잡계, 퍼실리테이션 모두 거창한 말이다. 그러나 그 것이 일어나는 현장이 모두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이 글은 작은 현장에서 일어나 거창한 것들의 관찰 기록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전정환)은 2019년 공공혁신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공혁신 인재 양성을 추진했다. 공공혁신이 공공의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일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는 일이 반드기 포함되는 측면을 감안하여 아카데미의 주요 내용에는 퍼실리테이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퍼실리테이션이라는 개념에 낯설어 하였지만, 다양한 성공사례와 현장 스킬을 학습하면서 복잡한 공공혁신을 다루는 중요한 역량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발적인 학습모임(CoP)을 만들어 매달 한 번 씩 배운 바를 실천하고 더 배우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2020년이 되면서 공공혁신 아카데미 2기(30명 정도)를 구상하게 되었다. 공공혁신의 인재가 1년 동안 수십 시간의 교육과 모임으로 육성이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1기 수료자들도 2기의 아카데미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의견의 일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실현 방법은 녹녹치 않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슈가 포함되어 있었다.


   1. 진도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 참여 대상을 공공기관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은가?

   3. 문제해결과 역량강화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4. 30명 참여자의 관심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5. 어떤 주제에 집중할 것인가?






< 회의 개요 >

   - 일시 : 2020. 6. 19(금) 19:00 ~ 21:00

   - 장소 :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펀치룸

   - 참가자 : 1기 수료 공무원, 센터 직원 등 7명, 구기욱

   - 주제 :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2020년 공공혁신 아카데미 사전 기획






이러한 이슈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세 가지의 작은 혁신을 보여주었다. 이 것이 작은 현장의 거창한 혁신이다.


   1. 참여적 기획

   2. 정답형 계획 -> 과정형 계획

   3. 퍼실리테이션 회의



<참여적 기획>


2020년 공공혁신 아카데미의 기획을 2019년 아카데미 참여자와 함께 논의하여 기획하기로 시도하였다. 이는 작아 보이지만 커다란 변화이다.


대부분의 경우 담당자 혼자 기획하고, 상사에게 보고하고, 이만저만한 사정들을 감안하여 수정한 다음 계획으로 확정하고 시행한다. '내부 논의 - 결정 - 시행 - 방어'의 과정을 겪는다.


그러나 이번에 적용한 접근 방법은 내부 논의를 수요자와의 논의로 개방하고, 결정을 수요자와 함께 시도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설문으로 외부의 의견을 형식적으로 확인한 후 결국 내부의 논의를 거쳐 결정(대체로 상급자의 의견에 의한 결정)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구분되다. 협치와 협업의 모범을 만들어낸 것이다.





<정답형 계획 -> 과정형 계획>


회의가 진행되는 중에, '참여자를 선발하고 그 참여자에게 물어서 교육의 내용을 정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약간의 논의 끝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는 두 번째 놀라운 사고의 전환이다.


2020년의 기본 계획을 2019년 이수자에 물은 것과 비슷하게, 2020년의 세부 계획을 2020년 참여자에게 묻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제안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졌다.

일반적으로 계획은 처음부터 매우 상세한 상황과 대안을 분석하고 종합하여 결론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계획에 따라 가능한 한 오차없이 실행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일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그러나 환경이 매우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적합할 수 있어도, 오늘날과 같은 VUCA 환경에서는 어떤 사안의 세부적인 것까지 미리 확정한다는 것이 매우 곤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세세한 내용을 확정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기 보다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지를 찾아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즉, 정답형 계획에서 과정형 계획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으로 익숙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공공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큰 틀에서 공공혁신, 제주의 지속가능성, 코로나 이후의 제주와 같은 주제를 제시하되, 보다 상세한 주제나 다루어보고 싶은 과제는 선발 이후에 수강자와 함께 정하기로 하였다.



<퍼실리테이션 회의>


1시간 30분 정도 대화형 논의가 진행되었다. 발언 시간에 균형이 있었고, 참여자 사이에 권력 격차가 드러나지 않았으며, 심리적 안전의 수준도 매우 높게 관찰되었다. 센터의 담당자가 차트에 간간히 기록하는 정도로 논의가 정리되어 갔다.


두 시간에 다가갈 무렵, 앞서 기술한 것과 같은 2020년 운영의 원칙에는 상당 수준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세부적인 일정에 있어서는 참여자 각각의 의견에 미묘한 격차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필자는 약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혹시 그 곳에 포스트잇이 있나요?"

"네"
"그러면, 벽에 7월, 8월, ...를 붙여 놓고, 그 밑에 지금 말씀하시는 내용을 적어서 붙여 보면 정리가 쉬울 것 같아요."


아주 간단한 제안을 하였고, 금방 알아 듣고 시도하였다. 세 번째 큰 변화이다.

아마도 배운 바가 있으니 누군가는 이미 마음 속에서 그리 해 보고 싶었겠지만, 딱히 퍼실리테이터의 지정을 하지 않았으니 주저하고 있었으리라 집작한다. 그러던 중 포스티잇을 사용하자는 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회의는 9시를 넘겼지만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10여분의 논의 끝에 이견은 잘 조정되고 마무리되었다.








언뜻 보면 평소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은 사건들이다. 하지만 곰곰히 살펴보면 그 속에 엄청난 변화가 있다. 함께 있던 쿠퍼의 김수찬 컨설턴트가 회의 과정을 줌으로 같이 지켜보면서, 다른 자치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점이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유연함과 열려 있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VUCA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의 현실적 모습, 논의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일하는 방식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매우 큰 어제 저녁을 보냈다.






조직개발 컨설팅 전문기업 (주)쿠퍼실리테이션그룹
http://www.koofa.kr



<조직개발 유투브 채널>

조직개발과 퍼실리테이션에 대하여 다양한 내용을 담아가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pQcfMBBI_0cPg1V4oHWx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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