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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07. 2019

[미제사건] 그는 왜 정화조에 있었을까?

사건의 배후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때는 1989년. 

일본 후쿠시마현의 한 작은 마을이 발칵 뒤집힙니다. 

한 여교사가 자신의 숙소 화장실에서 시체 한 구를 발견했기 때문인데요. 

사건당시를 재연한 일러스트(출처를 알 수 없는 일본잡지) 

시체는 변기 아래 정화조에 위와 같은 자세로 죽어있었습니다. 

요즘 같은 수세식 좌변기가 아닌 시골 푸세식 화장실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거기 밑에 있는 똥통에 사람이 저렇게 죽어있었던 것이죠. 


보기만해도 기괴하실텐데 더 기괴한 건 이 시체의 상태였습니다. 

때는 한겨울인 2월이었는데 윗옷을 벗은 채였고 벗은 윗옷은 돌돌 말아 가슴팍에 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발은 신고있지 않았고 양말을 신고 있었는데 양말은 또 깨끗했다 이겁니다. 


신원을 확인하려면 시체를 꺼내야하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정화조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좁디 좁은 정화조 입구를 통해서인데요. 

실제 당시 문제의 정화조 구멍 (출처가 불분명한 일본 잡지)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건장한 성인이 몸을 구겨서 겨우 들어갈 수 있을만한 크기입니다. (지름 37cm) 

저 구멍으로 도저히 시체를 온전히 빼낼 자신이 없었던 경찰은 결국 중장비로 정화조를 깨부수고 겨우 시신을 빼냅니다. 


시신의 신원은 마을에 살던 26살의 남성. 부검결과 사인은 동사로 발견 이틀 전 사망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몸에 별다른 외상이 없었기 때문에 타살 의혹을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때문에 경찰은 그 청년이 "여자화장실을 훔쳐보기 위해 정화조로 숨어들었다가 채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판단합니다. 




경찰의 발표에 유가족은 물론이고 마을주민 전체가 강하게 반발합니다. 

그들은 반대에 대한 몇 가지 근거를 들었는데요. 


1. 우선 그가 그럴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는 매사 성실하고 성격도 좋아 마을 어른부터 또래 여성들까지 모두가 좋아했던 청년이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할 정도로 신원도 확실했구요. 

2. 그리고 백번양보해서 만약 여자가 용변보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이 그의 은밀한 취향이었다고 하더라도, 정화조 안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화장실 내부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시도인 것이죠. 

3. 마지막으로 죽은 청년의 신발과 양말 상태를 두고 강한 의심을 제기합니다. 청년의 신발 한 짝은 화장실 내부에 있었지만 나머지 한 짝은 걸어서 20분 거리의 한 길거리에서 발견되었는데요. 그 자체로도 수상한데 어떻게 또 양말은 깨끗할 수 있었냐는 겁니다. 



이에 대한 경찰의 답변은? 

"청년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신발이 벗겨진지도 모르고 걷다가 정화조에 들어간 것이다" (실화냐..) 


좀, 많이, 황당하지만 정말 그렇게 종결을 지었다고 하네요.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이것이 무척 이상하게 느껴지시죠? 


그래서 사건 직후 일본인들은 타살에 대한 몇 가지 가설을 제기합니다. 

이 가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청년이 죽기 직전까지의 상황부터 아셔야 할 것 같네요. 




청년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날 오전 10시 아버지에게 잠시 외출을 하고 오겠다고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연락이 두절되었고요, 청년의 차는 여교사 숙소 근처의 한 은행 앞에 차키가 꽂힌 채 발견되었습니다. 


가설1. 청년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여교사와의 연관성 

사실 시신을 발견한 여교사와 그녀의 남자친구, 그리고 죽은 청년은 모두 친구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여교사에게 스토커가 한 명 붙었다고 하는데요. 심심찮게 걸려오는 스토커의 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청년은 "그 스토커가 누군지 알 것 같다"는 얘기를 종종하곤 했답니다. 평소 정의감에 넘쳤던 그였기에 혹시 그날 스토커(로 추정되는 인물)과 만나 실랑이를 벌이다가 스토커에게 살해를 당한 게 아니냐는 겁니다. 그리고 그 스토커가 시신을 정화조에 숨겼고요. 

하지만 이 가설은 신빙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일단 사인이 동사이기도 했고 실랑이를 벌이다 죽었다기엔 이렇다할 외상도 없었거든요. 


가설2.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사건의 배후 

그래서 지금까지도 가장 강하게 제기되는 의문이 바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배후설"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청년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요, 사건이 있기 전 발전소에 큰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그전부터 후쿠시마 원전에 크고 작은 사고들이 많이 발생했었는데, 이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결과로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도쿄전력 본사에서 청년의 동료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억울함을 느낀 청년의 동료는 투신자살해버립니다. 

청년이 정의감이 넘쳤다고 말씀드렸죠? 그는 도쿄전력에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사고의 배후를 캐려고 했답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도쿄전력 측이 사람을 써서 청년을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배후설"을 소재로 만든 다큐영화 <바리조곤> 


꽤나 앞뒤가 맞는 가설이라 후에 이 내용을 가지고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청년이 정화조에 그런 모습으로 죽어있는 것에 대한 의혹이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타살이라고 보기에는 외상이 없었고 사인도 동사였으니까요. 


그럼 동사를 시켜(?)서 강제로 정화조로 밀어넣은 건 아닐까? 

경찰이 시체를 못 꺼내서 정화조 깨부순거 말씀드렸죠? 자력으로 들어가기에도 힘든 정화조입니다. 이걸 시체로 만들어서 강제로 밀어넣는 게 가능할리 없습니다. 




도대체 청년에게는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정말 경찰의 주장대로 단지 한 변태의 황당한 사고사를 두고 우리가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일까요? 


자살이라고도, 타살이라고도, 그렇다고 사고사라고도 보기도 힘든 이 사건.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해당 내용을 영상과 함께 저의 달달한(?) 목소리로 보고싶으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4zileRKmb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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