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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Oct 27. 2019

일본 희대의 실종사건 - 히토미 씨 실종사건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1994년 겨울, 일본 후쿠시마 현의 작은 마을. 

한 치과에 근무하던 히토미라는 여성은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눕니다.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히토미(작은 사진은 실제 히토미) 


21살이었던 히토미는 3주 뒤 결혼을 할 예정이었고, 그 날이 히토미의 마지막 근무였기 때문이었죠. 모두의 축하 속에 특별할 것 없이 치과를 나선 히토미. 자신의 차를 몰고 혼자 집으로 향한 히토미는...



그날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미리 알리지 않고 늦게 귀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히토미. 게다가 연락까지 닿지 않자 가족들은 그날 밤 곧장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는데요. 경찰은 처음엔 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심경이 복잡해진 한 여성의 일탈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며칠 뒤, 히토미의 자동차가 발견되며 사건은 급변합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히토미의 차와 소지품들. 차의 문짝엔 누군가 못으로 바보, 못난이 따위의 낙서를 해두었다. 


히토미의 직장에서 500m 떨어진 공터에서 발견된 히토미의 차 안에는 히토미의 지갑과 예물들이 모두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짝에는 누군가 못으로 '바보', '못난이' 따위의 낙서를 해뒀습니다. 


지갑과 예물이 모두 그대로인 걸 보면 금품을 노린 강도는 아닐테고..그럼 원한관계의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것은 아닐까? 경찰은 이러한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본격적인 탐문수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경찰은 히토미의 지인들로부터 몹시 수상했던 히토미의 정황들을 포착합니다. 바로 히토미 앞으로 걸려왔던 수상한 전화들입니다. 


히토미의 동생과 직장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근래 한 낯선 여자로부터 히토미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고 그녀와 통화를 할 때마다 히토미는 굉장히 불편해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실종되던 당일에도 치과로 히토미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고, 직장동료의 증언에 따르면 전화를 건내받은 히토미는 그녀와 만날 약속을 잡는 듯 보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경찰은 히토미의 일기장에서 한 가지 단서를 찾아냅니다. 바로 약혼자의 전 여친의 존재였습니다. 

일기장에는 “약혼자의 전 여친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설마 했던 예감이 맞았다. 약혼자는 그런 사람을 모른다며 부인했다. 그를 믿어야지.”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히토미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히토미 약혼자의 전 여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약혼자와 전 여친, 두 사람을 모두 불러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완강히 범행사실을 부인합니다. 


약혼자 - 헤어진 여친을 잠깐 만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 뿐이에요. 저 역시 히토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구요! 
전여친 - 이따금 히토미의 집으로 전화를 건 건 제가 맞지만, 실종 당일 전화를 한 건 제가 아니라구요. 제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당일 행적을 조사한 경찰은 결국 그들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의 알리바이가 너무도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후 히토미의 가족들은 히토미를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보지만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하고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히토미의 집으로 한 통의 수상한 전화가 걸려옵니다. 

   

실제 음성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eNcAirqaR5k&list=PLp-n8fBciXvFtwqDUjj8j3XpS3C8RSH9q&index=5  (3분45초 경) 


다짜고짜 자신이 히토미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 하지만 목소리를 들은 히토미의 가족들은 그 목소리가 히토미가 아님을 직감합니다. 이에 경찰은 녹음된 통화내용을 분석해보지만 후쿠시마 억양의 50대 쯤 되는 여성이라는 점과 공중전화로 걸려온 것이라는 사실만 알아냈을 뿐 그 이상을 밝혀내진 못했습니다. 

이후 가족들과 경찰은 TV프로그램을 통해 목소리의 주인공을 전국에 공개수배하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했고 결국 이 사건은 장기미제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만약 누군가 그녀를 납치한 것이라면 그녀의 버려진 자동차에는 어째서 저항한 흔적이 없었고 왜 범인은 이것이 납치라고 알리기라도 하듯 대담하게 낙서까지 해둔 것일까요? 때문에 한동안 사람들 사이에서는 히토미가 바람 핀 약혼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는 소문 또는 약혼자의 전 여친이 야쿠자 두목의 딸이고 그녀가 사람을 써서 히토미를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저 역시 약혼자와 그의 전 여친이 공모해서 벌인 범죄가 아니냐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고 그래서 그들의 이후 행적을 조사해봤지만 그 어떤 기사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약혼자는 그 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히토미는 스스로 사라진 것이다. 그러니 찾을 필요가 없다. 


이 발언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정말 그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걸까요? 


사건발생 후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시 21살이었던 히토미 씨가 만약 살아있다면 지금은 45의 중년이 되어있겠네요. 정말 단순 심경변화로 벌인 자작극이고 어디엔가 살아있다면 히토미 씨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희생당했다면 히토미 씨를 해한 사람은 과연 누구이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도 히토미 씨의 가족들은 행여 히토미 씨가 집으로 돌아올까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후쿠시마에 남아 히토미 씨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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