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망친 곳의 낙원 Aug 01. 2022

09. CAS letter와 VISA

영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한 마지막 관문 

어드미션을 받고 학비도 냈다면 당신의 마음은 이미 영국으로 떠났겠지만, 당신의 육신은 한 가지의 관문을 더 거쳐야 영국으로 향할 수 있다. 그건 바로 V to the I to the SA. 


1. VISA가 무엇인가 

사실 우리에게 VISA는 낯선 개념이다. 전 세계 어딜 여행하든 VISA를 요청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여권들고 게이트 통과하면 그게 입국이다. (게다가 요즘은 e-게이트라 스탬프 받을 일도 없음). 하지만 킹한민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의 국민들은 해외여행을 하기 전 그 나라로부터 단기VIAS를 발권받아야 한다. '니들이 우리나라에 어떤 목적으로 오는 것이고, 어디서 얼마나 머물 것인지'를 심사해서 허가증을 내주겠다는 소리다. 당연히 후진국일수록 VISA받기는 더 빡빡하다. 


하지만 제 아무리 대황민국 국민이라도 90일 이상 체류를 하거나, 그 국가에서 수익활동을 하려면 역시 해당 국가로부터 허가증, VISA를 발급받아야 한다. 1년 이상 체류해야하는 학생들도 당연히 마찬가지. 물론 VISA없이 들어와서 잘 숨어 사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불법체류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VISA없이 석사과정을 마친 자.jpg


2. (깨알 정보) 개쩌는 학생비자 

좋은 소식은 몇 년 전 석사 학생비자가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이다. 학업 종료 후 무려 2년의 취업비자(work permit)가 따라 나오는 것! 이것이 있고 없고에 따라 영국에서 직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급격히 달라진다. work permit이 없으면 회사가 그 사람을 보증해야 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그것이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 


이렇게 2년이나 work permit을 주는 이유는, 추측컨대 영국에 고급인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때문에 유럽의 고급 인력들도 모두 영국에서 엑시트 해버린 것. 얼마전 기사를 보니 세계 TOP50 대학 졸업자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년의 취업비자를 주기로 했단다. (한국 대학은 없더라만...). 결국 석사를 졸업하는 고급 인력을 내수시장에 풀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 보면 된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에겐 좋은 소식이다. 


당연히 학생일 때도 일을 할 수 있다. 학기 중에는 주 20시간의 part time이, 방학 때는 영국의 근로기준에 따른 Full time 취업이 허락된다. 


3. CAS letter 그리고 속 터지는 영국 행정 

오프닝이 길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VISA 이야기다. 일반 취업비자, 이민비자 등은 본인이 직접 자신의 신분과 체류 목적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비자는 다르다. 학교가 우리의 신분을 보증한다. "이 사람은 우리학교 학생이고, 우리가 나름의 절차를 통해 다 검증한 사람이다"라고 영국 비자센터에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 편지를 Confirmation of Acceptance for Studies letter, 줄여서 CAS letter라고 한다. 


문제는, 이 CAS letter의 발급이 정말 오지게 늦다는 것이다. 물론 굉장히 중요한 문서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알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학기 시작 전에 입국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는가! 특히 요즘처럼 비자 발급이 늦어지는 경우엔 최소 학기 시작 6주 전에는 CAS letter를 발급해줘야 하는데 이걸 넘어가는 경우가 매우 종종 있다. 


심지어 지금 내가 듣고 있는 pre-sessional과정에도 저 CAS 문제 때문에 아직 입국을 못한 '한국인'이 있다. 약 2주의 강의를 놓치는 셈인데, 그럼에도 학교로부터 보상에 대한 언급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CAS letter가 늦어져 속 터질 때 거의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미운 놈 떡하나 더 준다' 전략이다. 최대한 자주, 많이, 간절히 CAS letter를 달라는 메일을 학교로 보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국제학생들이 시도한 방법이고, 실제 이렇게 징징대는 사람들이 유의미하게 일찍 CAS letter를 받아냈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보내다간 자칫 spam처리 당할 수 있으니 하루에 한 통 내지 두 통 정도 보내는 것을 추천드린다. 

실제 내가 보낸 제촉 메일. 공손하지만 절박한 스텐스로 귀찮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러면 어느 날, 아래와 같이 CAS letter가 도착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 급하시다면 꼭, 미리 VISA폼 작성 + 결핵검사 

옛 말씀에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다. 일단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 CAS letter가 발급되는 시기가 하늘의 뜻이라면, 우리는 CAS letter가 나오자마자 VISA를 신청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 


1. VISA 폼 작성하기 

미리 VISA 폼을 작성해두면 좋다. 어차피 CAS number를 빼놓곤 다 미리 채워넣을 수 있는 내용이다. 그놈의 CAS number가 CAS letter에 적혀있기 때문에 '제출'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것일 뿐. 


VISA폼은 첨부파일을 확인하시면 된다. 다른 것들은 금방 채워넣을 수 있는 내용들인데 딱 하나 머리아픈 것이 출입국 기록이다. 지난 10년 간 어떤 나라들을 어떤 목적으로 방문했는지를 상세히 적어내야 하는 란이다. '정부24' 홈페이지를 통해 출입국사실증명서를 발급받으면(무료) 언제 나가고 언제 들어왔는 지는 알 수 있다. 문제는 '어디로'이다. 그 어떤 문서에도 우리가 '어디로' 떠났는지 나와있지 않다. 그럼 어떻게 알아내야 하냐고? 방법이 없다. 페북이든 인스타든 아니면 메일에 남아있는 e-티켓이든 뭐든 모든 방식을 동원해 행선지를 알아내야만 한다. 꽤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자주듣는 질문 중 하나가 한 달 동안 유럽 12개국을 돌았다면 그 12개의 나라를 다 적어야 하는가-인데, 그럴 필요는 없고 in한 국가와 out한 국가만 적으면 된다. (내가 그랬는데 이상이 없었다는 뜻. FM은 다 적는 것). 


2. 결핵검사하기 

영국이 판단하길, 우리나라는 결핵 후진국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핵환자가 아니라는 증명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결핵환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인데 그러다보니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영국 공인)이 딱 2군데 밖에 없다. 신촌 세브란스와 강남 세브란스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어쩔수 없다. 상경해서 받아야 한다. 

한국의 단 2곳 뿐인 영국공인 결핵검사센터 중 하나인 신촌 세브란스 비자신체검사 센터 


비용은 106,950원이다(왕복 교통비 불포함). 수령까지 소요시간은 3~5일. 아주 가끔 추가검사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한다. 다행히도 나는 추가검사를 받진 않았다. 


진료 예약까지 감안하면 최소 1주일이 소요되는 과정이니 꼭 미리해두시는 것이 좋다. 


5. VISA센터 예약하기 (준비물 = 지갑) 

CAS letter가 도착했다면 바로 VISA센터 방문을 예약하자. 미리 작성해둔 VISA폼을 바탕으로 후루룩 입력하면 된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정확하게 적어야 한다. 그것이 포인트). 귀찮으면 사설 비자대행 서비스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대충 20만원 선에서 서비스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다지 추천드리지는 않는다. 어차피 여러분은, 그것 말고도 굵직한 지출을 하게 된다. 

1. 비자발행 비용 
일종의 인지세다. 약 350파운드, 한화로 55만원 정도 된다. 

2. Priority 비용 (급행신청, 현재는 신청 불가) 
VISA를 조금 더 먼저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현재는 우크라이나 난민 업무로 인해 신청 불가하다. 마지막으로 됐을 때 기준 약 33만 원이다. 

3. IHS비용 
의료보험비다. 470파운드, 한화로 약 75만 원이다. 이로써 여러분은 무료로 영국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최소 130만 원이 일시불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지 VISA 하나 발행받기 위해서. 


6. VISA센터 방문하기 (a.k.a 눈뜨고 코베이기) 

드디어 예약된 날짜에 VISA센터를 방문하게 된 당신. 지방에 사신다면 벌써 두 번째 상경일 것이다. 영국 VISA센터는 서울에만 있으니까...그나마 다행(?)히도 서울역 근처에 위치한 덕에 지방러들의 서울 시내교통비 부담을 덜어주는 고마운 VISA센터. 하지만 아직 고마워하긴 이르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쌈짓돈 탈탈 털리는 기막힌 경험을 하게될 테니. 


여러분은 사전에 홈페이지에 공지된 대로 여권, 체크리스트(+CAS letter), 예약확인서, 결핵검사지 그리고 영문잔액증명서를 챙겨왔을 것이다. 이 중 유일하게 '영문잔액증명서'는 필수가 아니라 랜덤으로 체크하는 서류이다. 말 그대로 돈도 없는데 학업을 하러 오는 건 아닌지 검사하는 서류로 2530파운드(반드시 파운드화로 표기) 이상이 입금되어 있는 통장 잔고 증명서이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에 저 서류를 요구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요구했을 때 제출하지 못하면 다시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 (나는 대담하게도 준비하지 않았고 제출을 요구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분들이라면, 뽑는 편이 낫지 않을까?). 


1. 락커 비용 

영국 VISA센터는 경비가 삼엄하다. 입구부터 공항처럼 몸수색을 한다. 그리고 노트북, 아이패드는 들고 들어갈 수 없음을 그제서야 얘기해 준다. (홈페이지에선 절대 찾을 수 없는 정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돈을 내고 그들의 락커를 빌려 노트북을 보관해야 한다...(이 뭔 개소리..)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한 3천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큰 돈은 아니지만 초반부터 사람을 빡치게 한다는 점에서 아주 가성비(?) 좋은 전략이라 볼 수 있다.. 


2. 스캔 비용 

이건 홈페이지에도 공지되어 있기도 한 내용이다만, 모든 서류는 스캔을 해서 사전에 올려두게 되어있다. 만약 스캔을 해오지 않았다면 약 15,000원 정도를 내고 현장에서 스캔을 받을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리 스캔해서 올리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은 적지만 생각할수록 치졸하다. 프린터도 아니고 스캔을 돈을 받고 해주다니. (아참, 프린트는 당연히 유료다..ㅋㅋㅋ 장당 250원) 


3. 문자 알리미 비용 

현재까지 VISA 심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려주는 문자 서비스를 신청하는 비용으로 2,900원이다. 이것 역시 왜 돈을 받고 해주는 건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당연히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4. 택배 비용 

그리하여 VISA가 도착하면 수령 방법은 두 가지다. 방문수령 또는 택배수령. 이건 뭐 충분히 납득되는 비용이다. 자기들도 택배회사에 지불해야하는 비용일 테니. 다만 가격이 18,900원이라는 점이 마지막까지 조소를 짓게 한다. 로켓 쿠팡회원인 나로서는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비용이 아닐 수 없다. 지방에서 오신 분들이 '그래도 또 서울 오는 것보다는 싸다'고 생각할 걸 생각하니 더 짜증이 나는 부분이다. 



여하튼 이렇게 말은 했지만, 당시에는 드디어 VISA를 수령했다는 감격이 더 컸던 것 같다. 이게 생각보다 진이 빠지는 절차다. 기다림이 길고, 자잘한 절차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CAS letter를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속이 탔던 것 같다. 


빨리 영국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의 공통된 바람일 테니, 이 VISA 절차는 모두에게 진이 빠지는 절차가 될 것이다. 


어쨌든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다. 이제 우리 모두 공항에서 뵙도록 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