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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18. 2022

08. 영국 석사 지원 타임라인

SOP부터 티켓팅까지 

영국 석사에 대해 이제 막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을 위한 글. 영국 석사를 결심한 순간부터 영국으로 날아가기까지 어떤 타임라인으로 진행하는지 알려드림. 물론 이것은 지극히 나의 기준이고 사람에 따라 각 구간마다 투자하는 시간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일의 순서는 거의 동일할 것이다.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타임라인 




1. 영국 석사과정에 대해 관심 가지기 (시기 : 대중없음) 

어떤 경로로든 영국 석사에 관심을 갖는 기간이다. 진짜 해야겠다는 결심이 어느정도 서면 대게 유학원을 알아보곤 한다. 지원 과정을 경험한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혼자서 구글링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질도 마찬가지. 다만 요즘 유학원들이 상담은 무료로 해주니 한 번 정도는 방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상담시 유학원에서 주는 자료들이 꽤 서머리가 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뉴비들이 초반에 지원 전체 프로세스를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더 나아가 적당한 비용을 내고 유학원을 통해 지원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적당한 비용'이란 30만 원 내외다. 보통 그 비용에 초반 컨설팅과 몇 차례의 SOP번역 업무가 포함된다. (이후 비자발급 대행은 별도의 비용 청구하는 경우가 많음). 물론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고 더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내가 그런 경우였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지나고 돌이켜보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2. 지원대학 선정 및 SOP작성하기 (시기 : 8월 초 ~ 11월 중순) 

구글링 또는 유학원 상담을 통해 대충 자기가 어느 정도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단계다. 지원학교 리스트와 학과가 구체적으로 정해졌다면 이제 그 학교, 그 학과에 대한 정보를 모아야 한다. 언제 관심을 가지느냐에따라 이 작업을 하는 시작하는 시기와 기간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순 있다. 하지만 내가 굳이 "8월 초 ~ 11월 중순"이라고 해둔 이유는 보통 10월 중순 즈음 영국 대학원들이 지원신청을 받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SOP를 잘 쓰기 위해서는 2~3개월 정도 차근차근 지원 학교에 대해 리서치를 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전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영국 대학원은 rolling admission 시스템이다. 선착순으로 합격증을 주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먼저 지원하면 훨씬 유리하다고 대놓고 홈페이지에 명시한다. 11월 안에 apply하면 매우 빠른 편, 12월 안에 apply해도 충분히 빠른 편이다. 최대한 빨리 접수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SOP를 작성해두는 것이 좋다. SOP 작성에 대한 내용은 https://brunch.co.kr/@giff31/11 와 https://brunch.co.kr/@giff31/21 를 참고하면 좋다. 


한편 CV라 불리는 이력서도 미리 작성해둬야 한다. 2페이지를 넘겨봐야 좋을 것이 없으니 본인의 캐릭터에 맞는 굵직한 경력들을 전략적으로 잘 배치해 두자. 이외에도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역시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3. 교수님과 직장 상사에게 추천서 받기 (시기 : 10월 중순) 

영국 석사를 지원할 시 필요한 서류는 매우 간단하다. SOP와 CV(이력서), 그리고 추천서와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가 거의 전부다. 다른 모든 서류는 혼자 준비해야 하지만 추천서만큼은 타인이 나를 위해 써줘야하는 서류다. 


추천서를 SOP보다 타임라인 뒷쪽에 둔 이유는 적어도 누군가에게 학업에 대한 추천서를 부탁할 때 본인의 SOP를 함께 동봉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교수라도 누군가 대뜸 추천서를 부탁하면 조금 당황스러울 것 같다. 제 아무리 제자였다고 해도. 추천서는 학자로서 보증을 서는 행위다. 적어도 이 녀석이 어떤 학업계획을 가지고 지원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보증을 서던지 말던지 할 것 아닌가. 메일에 SOP를 동봉해 정중히 추천서를 부탁드리고, 어지간하면 간만에 박카스라도 한 통 사서 모교를 방문해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직장인이라면 상사의 추천서를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예를 들어 LSE의 경우 교수 추천서 1통, 직장 상사 추천서 1통을 요구했다. 그만큼 영국 학교는 직무 경험을 높이 쳐준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보통 직장 상사들은 추천서에 사인하는 것에는 매우 쿨하고, 본인이 직접 내용을 쓰는 것은 매우 귀찮아 한다. (100% 그렇다). 마치 영업맨들이 계약서에 도장을 받듯, 소주 한 잔 시원하게 먹이고 사전에 본인이 작성한 추천서를 대뜸 내밀어 취기에 사인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 (내가 그랬다는 것은 절대 아님). 


교수든 상사든 추천서에 대한 약간의 초안을 선제시하는 것도 상대의 귀찮음을 덜어줄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이다. 외국 교수들은 추천서를 쓸 때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만 한국은 또 한국만의 정서라는 게 있으니. (내가 그랬다는 것은 절대 아님). 


4. 지원 시작 (시기 : 10월 중순 ~ 2월 초순) 

앞서 얘기했듯 영국 대학원 지원은 10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SOP가 준비됐다는 전제 하에 무조건 빨리 지원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2월을 넘기지 않는 것을 권한다. Student room이라는 해외대학 어드미션 게시판을 눈팅해보니 2월 전에 지원한 애들이 전반적으로 어드미션을 수월하게 받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 학교마다 지원이 무료인 곳이 있고 유료인 곳이 있다. 이를테면 LSE는 80파운드(한화로 약 12만 원)정도의 지원비를 받았다. LSE를 제외한 골드스미스, 워릭, 리즈, 시티 대학은 지원비가 없었다. 한편 옥스포드와 캠브릿지는 지원비가 있다고 하더라. (지원한 것은 아님). 상위권 대학이 주로 배짱장사를 하는듯 하다. 돈을 요구해도 많이들 지원할 것이라 생각하나보다. 


5. 아이엘츠 공부 (시기 : 결심한 순간 ~ 5월 초순) 

영어권 대학이기 때문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에게는 당연히 영어성적을 요구한다. 보통 영국연방의 국가의 대학들은 아이엘츠라는 테스트를 선호한다. 토플과 아주 유사한 테스트이다.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파트당 1~9점을 배점해 전체 평균을 내는 시스템이다. 급간은 0.5점 단위로 이루어진다. 


보통의 영국대학 석사과정은 6.5에서 7.0 사이를 요구한다. 골드스미스는 6.5점을 요구했고 LSE는 7.0점을 요구했다. 7.0 이상을 요구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 옥스포드와 캠브릿지의 소수과 정도가 7.5점을 요구하는 정도다. 


영어실력은 저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기간을 특정할 순 없지만, 수능 기준으로 대충 2등급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7.0까지 최소 3개월은 '열심히' 공부하는 기간을 가져야한다. 특히 라이팅과 스피킹은 점수를 올리기 매우 까다롭다. 다행히도 영국 대학은 먼저 조건부 합격증(conditional offer)을 발급하고 입학 직전까지만 영어성적을 내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내가 타임라인의 데드라인을 5월 초순으로 잡은 이유는 보통 그쯤 프리세셔널이라는 랭귀지 스쿨 지원을 오픈하기 때문이다. 프리세셔널은 각 학교가 시행하는 언어교육 과정으로, 이 과정을 이수하면 입학기준 아이엘츠 점수에서 약간 성적이 모자라도 입학허가를 준다. 자본주의의 나라답게 더 비싸고 긴 과정을 수료하면 모자란 점수를 더 많이 인정해준다. 안 되는 아이엘츠 눈물 흘리며 잡고 있을 바에야 시원하게 프리세셔널 신청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한편 본인이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다면, 적합한 아이엘츠 성적을 획득했어도 프리세셔널을 듣는 것이 좋다. 가격은 비싸지면 프리세셔널을 들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당 강의에 만족했다. 곧바로 석사 본강의를 듣는 것보다 프리세셔널로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아이엘츠 공부법에 대해서는 따로 다룰 예정. 


6. 기숙사 신청하기 (시기 : 5월 중순 ~ 7월 중순) 

학교로부터 어드미션을 받고 최종적으로 진학할 학교가 결정이 되면 살 곳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숙사를 선택한다. 기숙사라는 곳이 Flat이나 Studio 같은 개인 원룸보다 매우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 설치같은 귀찮은 일들을 안 해도 되고, 공과금을 낸다거나 하는 번잡한 일도 없고 무엇보다 학생 친구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매우 확실한 장점이 있다. 


기실 나는 기숙사에 살고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예전에 혹시라도 기숙사에 살아야 되는 경우를 대비해 기숙사를 매우 이른 기간부터 알아봤다. 그 결과 생각보다 싸고 좋은 방이 생각했던 것보다 금방 없어진다는 것을 알게됐다. 


런던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기숙사가 대학이 사설업체에 아웃소싱을 준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다보니 위치에 따라, 크기에 따라, 신청하는 기간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다. 


좋은 위치의, 좋은 컨디션의 방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구하려면 빨리빨리 예약을 거는 것이 좋다. 내 생각에 매우 잘 구하기 위한 데드라인은 6월 초이고 적어도 7월 중순 안에는 승부를 봐야 그나마 좋은 방을 이성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확한 시기에 대한 문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음). 


7. CAS 받고 Visa(비자) 신청하기 (시기 : 5월 중순 ~ 6월 중순) 

학교도 정해지고 기숙사도 예약했을 것이다. 프리세셔널을 신청하는 사람은 어쩌면 학비도 납부했을 타이밍이다. 축하한다. 마음은 이미 영국으로 떠났겠지만 사실 아주 중요하고도 귀찮고도 똥줄이 타는 절차가 하나 더 남았다. 바로 Visa(비자)다. 


대한민국 여권은 정말 위대하다. 뜬금없이 왜 이런 소리를 하냐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Visa를 신청할 일 자체가 거의 없다. 별도의 Visa 없이 웬만한 나라는 다 프리패스로 입국해 90일 정도는 체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어디에도 이정도로 프리패스인 여권은 없다 = 브로커들의 표적이 되는 여권). 하지만 그 이상으로 체류하려면 제 아무리 킹황민국 국민이라 해도 Visa를 발급받아야 한다. 


석사생들이 받는 Visa는 '학생비자(Student Visa)'로 예전에는 통칭 Tier4 Visa라고도 불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개쩌는 Visa다. 공부하는 1년의 기간은 물론 이후 2년의 Work Permit까지 나오는 슈퍼 사기급 Visa다. (다른 루트로 2년짜리 취업비자 받기란 정말 힘들다. 풍문으론 이 Visa를 활용해 석사는 듣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좋은 Visa인만큼 학교에서 철저하게 보증을 서게 만드는데, 학교가 보증을 선다는 증빙이 바로 CAS다. CAS(Confirmation of Acceptance for Studies), 즉 이 학생이 우리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을 보증한다는 뭐 그런 의미다. CAS는 학교가 학생 개인 메일로 발송하며, 그 안에는 CAS 고유번호가 동봉된다. 우리가 Visa를 신청할 때 그 번호를 반드시 기입해야 신청이 가능한 구조다. 


간단히 말해, CAS를 못 받으면 설령 어드미션을 받았어도 Visa 신청 자체가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들이 CAS를 빨리 빨리 발급하지 않는다는 것. 학교 입장에서도 신중해야만 하는 것이, 무분별하게 CAS를 발급했다가 Visa 승인율이 떨어지면 영국비자센터가 다음해 해당 학교가 발급할 수 있는 CAS 수를 줄이기 때문이다. 외국 학생들의 학비가 학교 재정의 엄청난 부분을 담당하는만큼, CAS 발행수가 줄어드는 것은 학교로서는 치명적인 일이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보통 CAS발급 직후 Visa를 신청하면 통상 약 6주 정도 후에 Visa가 발급된다. 예전에는 돈을 주고 2주 내로 Visa를 발급받을 수 있는 Fast track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요즘은 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우선적으로 받는다는 이유로 Fast track 제도를 잠정 폐지했다. 이제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빽을 서도 꼼짝없이 5~6주는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심한 경우에는 학기가 시작되었는데도 Visa가 발급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가끔 생기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었다. 5월 23일 CAS가 발행되었고 그 다음날 바로 Visa를 신청했고 약 4주 뒤인 6월 22일 Visa가 발급되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Visa 신청을 할 때가 아니라 조금 빨리 나온 것 같기도 하지만, 주위의 케이스를 종합해보면 정말 대중없이 발행되는 것이 Visa다. 심지어 늦게 신청한 사람이 먼저 받기도 하는 황당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CAS는 학생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Visa 발급에 대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리 Visa 신청 폼을 채워두는 것이 좋다. 특히 지난 10년 간 해외방문 기록을 작성하는 것이 있는데 이건 정말 본인의 기억을 더듬어 써야하는 것임으로 시간이 많을 때 미리 채워두는 것이 좋다. 그럼 적어도 CAS가 나오자마자 Visa 신청은 할 수 있으니. 




이상 영국 석사 지원에 대한 타임라인을 알아봤다. 이외에도 비행기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에 비행기도 최대한 일찍 티켓팅하면 좋다는 얘기도 덧붙이고 싶다. 적고보니 꽤 지난한 과정을 거쳤던 것 같다. 그래도 미국 대학에 비하면 매우 간소한 지원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을 기억하라. 가지기 힘든 것일수록 가치는 더 높다. (미국 석사 > 영국 석사)?? 맞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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