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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Sep 05. 2022

[Day35-42] 457 단상 in London

presessional 2주차 기록 

기록이 심각하게 밀려버렸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정말이지 브런치를 쓸 생각을 싹 가시게 만드는 토 나오는 5주 간의 프리세셔널(presessional) 일정이었다. 정말 일정이 타이트했던 것인지, 아니면 영어실력이 모자라서 나만 타이트하게 느낀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참으로 빡빡하기 그지없었다. 


기록이 너무 밀려서 도저히 30일치를 모두 쓸 수는 없는지라, 지난 한 달 간의 기록을 4주치로 묶어서 업로드를 하고, 다시 심기일전 해서 매일 기록을 해보는 걸로...



2022.08.04~08.10 

1. 프리세셔널의 시작 

본격적인 석사 과정 전에, 영국의 대학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대상으로 5주 간의 프리세셔널 과정을 제공한다. 물론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진행되고, 당연히 돈을 내야한다. 한화로 한 400~500만원 사이이며, 학교마다 학비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LSE는 다른 그 어떤 영국학교보다도 학비가 비싸다..). 


표면적으로는 영어를 배우기 위한 과정으로 설명하지만, 사실은 어떻게 석사 과정에서 논문이나 에세이를 써야하는지, 이를 위해서 어느 정도 수준의 글들을 읽고 요약하게 될지, 실제 강의는 어느 정도 수준의 영어로 진행될 것인지를 알려주는 튜토리얼 강의에 가깝다. (사실 영어 그 자체를 배워야하는 수준이면 영어로 석사 과정을 이행하긴 힘들겠지). 

반 별로 14~15인 정도 소수정예로 진행된다. 공부하기는 굉장히 좋은 환경. 


자세한 프리세셔널 과정에 대해서는 "도망친 곳의 낙원" 매거진을 통해 따로 정리하겠지만, 첫 주에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금요일에 진행됐던 시간제한 글쓰기(timed writing)이었다. 한 주간 읽었던 논문의 모든 내용을 머리에 넣고 1시간 안에 600단어짜리 에세이를 써서 내는 극악무도한 쪽지시험이다. 영어 작문이라곤 파파고를 동원한 짧은 비즈니스 메일 정도가 전부였던 내가 600단어의 기승전결을 갖춘 영문 에세이를, 그것도 "소셜미디어의 사회적 영향" 씩이나 되는 주제로 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뭐라고 썼는지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는 휴지쪼가리를 제출한 후, 영국에 온 후로 최고로 울적해져버렸다. 난 과연 프리세셔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통과를 하더라도 한국, 일본, 태국 등 다양한 국적에서 온 학생들에게 한국 망신만 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잡다한 고민들이 나를 휘감았다. 


2. 첫 EPL 관람 

그렇다고 울적하게 있을 순 없는 노릇. 주말에 얼른 재충전을 하고 다시 한 주를 맞아야 한다. 에너지 충전엔 역시 EPL이다. (진지하게, 영국으로 유학을 온 이유 중 하나!) 


나의 동거인 현우가 국내 최대 규모의 EPL 티켓대행업체의 사장님인 덕에, 매우매우 헐값에 그토록 꿈꿔왔던 토트넘 홈구장 직관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헐값'마저도 현우가 시원하게 대신 내줬다). 

최신식 스타디움, 화이트레인. 훗날 다른 구장에 가보고 나서야 이 스타디움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현대적인 건축물인지 알게되었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도착한 토트넘의 홈구장 '화이트레인 스타디움'! 지은지 채 2년이 안 되는, 마치 새집증후군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깔끔하고 웅장한 외관은 나의 마음을 더욱 요동치게 했다. 입장 전, 냉큼 굿즈샵으로 향해 우리흥, 'SON' 유니폼을 시원하게 질렀다.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것과 아닌 것과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니까! 참고로 손흥민 유니폼은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다. 카더라이지만, 다른 모든 선수들의 유니폼 판매량을 합쳐도 손흥민 유니폼 판매량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토트넘 홈구장에 가면 이렇게 많은 other SONs(좌)를 볼 수 있다. 게중엔 SON(아들)이 아닌 DAD(아빠)나 DAUGTHER(딸)로 마킹한 힙스터들도 있다. 

자타공인 승리의 요정답게, 내가 직관한 토트넘의 개막전은 4:1 대승이었다. 손흥민도 어시스트 1개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 득점왕으로서의 최소한의 체면을 세운, 매우 성공적인 첫 직관이었다. 앞으로도 현우가 떨이표들을 많이 구해다준다고 하니, 1년 조금 넘는 석사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EPL과 챔스를 직관하며 남자의 로망을 채워볼까 한다. 

요즘 부진하고 있는 쏘니. 부디 나를 위해 부활해줘. 너의 전성기를 직관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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