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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Aug 11. 2022

[Day34] 457 단상 in London

약간 민감한 이야기

2022.08.03

오늘은 중국 친구들에 대한 얘기 해볼까 한다. 조금 민감한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그래서 오늘은 사진 없음).


앞서 얘기했던 대로 LSE의 프리세셔널 코스에는 중국인들이 정말 많다. 거의 중국인 언어 교육반에 소수의 타국 학생들이 끼여있다고 얘기하는 편이 훨씬 정확할 정도다. 학부 시절 캠퍼스에 중국인들이 많기도 했고, 실제 중국 친구들도 있어서 중국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다수의 중국인 속에서 소수자가 되어 그들을 바라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우선, 당연히 개개인의 성향을 '중국인'이라는 단어 아래 모두 뭉뚱그릴 순 없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고 간다. 하지만 한편으론 국적에서 오는 전반적인 '기질'도 분명히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다. 같은 문화 아래서 같은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니..


그들의 '기질'에는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다.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중국인의 모습과 정반대로 그들은 스마트하고, 깔끔하고, 친절하며 의협심이 강하다. 대학 시절에 만났던 중국 학생들은 정반대였다는 게 재밌는 포인트인데, 그것은 아마 그들이 소수자의 입장에 처해 있었기에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그들은 생각보다 그들의 주석에 대한 불만이 많다. 젊어서 그런지 몰라도 국가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언론과 발언의 자유에 대한 갈증도 당연히 크다. 이제 유럽에서 살다 보면 앞으로 그 갈증은 더 커질 것이다. (재밌게도 그들은 그럼에도 중국이 자유로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소리 낮춰 주석을 욕할 수 있지만, 단지 SNS에 올리지 못할 뿐이라고 한다.....우리나라에선 그걸 '자유롭지 못하다'고 부르기로 했는데...).


하지만 절대로 타협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국가에 대한 개념이다. 국가의 정책, 국가가 억압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지만 국가 그 자체에 대한 충성도는 정말로 높다.


일례로 요즘 대만과 벌이는 신경전에 대해 중국 친구들과 맥주를 한 잔 하며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전개되지 않겠냐는 부분. 하지만 그들은 그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유가 좀 소름 돋았는데, 대만은 원래 중국 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도 원래 소련 땅이었다는 푸틴의 주장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 보였지만,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토론이 멈추는 지점이다. 그건 논리와 이성의 영역을 넘어선 '신념'이다. 신념은 증명할 필요없는 일종의 '공리'다. 공리가 다른 사람들 간에 토론은 무의미하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깨우치는' 저 똑똑한 중국 학생들이 저 정도로 강한 신념을 가질 정도로 중국의 국가관 교육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모양이다. 역사에 대해서는 그 어떤 타협도 없고, 그것이 티베트, 홍콩, 대만 등의 영토에 대한 강한 소유의식을 구축한 듯했다.


그리고 이후, 우리는 한 교실에서 미디어, 젠더, 인간의 행복추구권, 생명의 준엄함 등을 배우고 토론했다. 모든 것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그들에겐 어차피 국가라는 거대한 가치 아래 장단 맞춰질 편리한 관념들일 뿐이지 않는가. 하나의 중국이라는 거대한 가치 앞에 대만인들의 행복추구권이 당최 뭔 소용이란 말인가.


물론 그럼에도 나는 그들과  지낼 것이다. 흠잡을  없고 배울  많은 훌륭한 친구들이니. 중국이 국가가 국민의 사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국민이 국가의 사상을 만들었다면 정말 멋진 나라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중국'' 너무나 좋은 친구지만, '중국'인은 너무나도 위험한 이웃일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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