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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Aug 05. 2022

[Day33] 457 단상 in London

런던에서 자전거로 등하교하기 

2022.08.02 

유럽은 자전거 친화적인 대륙이다. 특히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전거로 움직일 정도로 자전거 인프라가 잘되어있다. 


런던은? 솔직히 다른 유럽국가보다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있지는 않다. 자전거가 인도로 다니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차도로 달려야하지만 중간중간 자전거 전용도로가 끊기기 일쑤고 그나마도 길이 울퉁불퉁해 피로도가 꽤 높다. 전용도로가 끊기면 갓길에 최대한 붙어서 달리지만 가끔 옆에 차가 너무 바짝 붙어오기도 해 움찔할 때가 많다. 

이건 그나마 자전거 전용도로 선이 있어서 나은 편. 전용도로가 없어지면 버스가 정말 바짝 붙어온다. 

그런데도 런던의 자전거 이용률이 강제적으로 높아지는 몇 가지 이유. 첫 째로 대중교통이 너무너무 비싸다. 그나마 저렴한 버스가 한 번 탈 때마다 한화로 2,500원(1.65파운드) 정도이고 지하철은 이동구간과 이용시간대에 따라 7천 원(5.3파운드) 훌쩍 넘을 때도 있다. 

포브스가 리서치한 2019년 세계 대중교통 요금 순위. 2위와의 격차도 압도적이다. (더블린도 따지고보면...) 


둘째로 그 어느 교통수단보다 자전거가 빠르다는 점이다. 런던에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단 도로 자체가 좁아서 차들이 그렇게 빠르게 달리지 못한다. (그러니 죄다 무단행단이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엔 교통량도 많아 자동차가 자전거보다 기동성이 한참 떨어진다. 내 경우도 Door to Door 기준 학교까지 버스로는 평균 40분, 지하철로는 평균 35분, 자전거로는 평균 15분이 걸린다. (집과 학교의 거리는 약 5km). 


그리고 내가 자전거를 애용하는 가장 큰 이유인 세 번째 이유, 풍경이 너무 예쁘다. 등교할 때 그날 기분에 따라 런던브릿지를 건너가기도 하고 워털루브릿지를 건너가기도 하는데, 런던브릿지로 건너는 날에는 맞은편 타워브릿지가 보이고 워털루브릿지를 건너면 런던아이와 빅벤이 펼쳐진다. 집과 학교만 오가는 일상이지만 다리를 건널 때는 '내가 런던에 있구나'하는 실감이 든다. 

런던브릿지 건널 때. 반대편에 타워브릿지가 보인다. 


자전거는 santander라는 공유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데, 하루 2파운드로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단, 30분마다 한 번씩 런던 곳곳에 있는 santander 정류소에 자전거를 도킹해야 한다. (30분 내에 도킹 못하면 2파운드 추가). 나야 15분 컷으로 학교에 도착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집과 학교를 2파운드에 오가고 있다. 

시내 곳곳에 있는 santander 자전거 정류소. 하지만 밤늦은 시간엔 자전거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제 나도 런던생활 1달 째다. 첫달 생활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돈 단위가 작다보니 나도 모르게 흥청망청 쓴 모양이다. 백수 주제에...이젠 먹는 것도, 이동하는 것도 조금씩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정보가 쌓이고 있다. 어마무시한 집값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어쩌면 서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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