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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Aug 02. 2022

[Day32] 457 단상 in London

태국 친구의 이상한 라면 조리법

2022.08.01

LSE의 국제학생 비율은 70%. 영국 대학 중 단연 1위다. 그중 아시아인은 30%인데, 그 30%의 90%는 중국인이다. 그 말인 즉 프리세셔널을 듣는 학생의 90%가 중국인이라는 뜻이다.


내가 속한 반은 조금 더 극단적이다. 14명 중 11명이 중국인이다. 남은 3명 중 한 명은 대만인..중국말을 아예 모르는 건 나와 태국인 조지(뭔가 본명이 있는데 도저히 복잡해서 외울 수가 없음) 뿐이다. 쉬는 시간이면 죄다 삼삼오오 모여서 중국어로 얘기하는 통에 나와 조지만 멀뚱멀뚱 앉아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우리 둘은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쉬는 시간 유일한 말벗이자, 유일한 밥 친구 조지. 오늘 점심은 맥도날드나 때리자고 했더니 내 친구 조지, 자기는 도시락을 싸왔다며 맥도날드 가서 같이 먹어 주겠단다. 다른 식당에서야 그러면 민폐겠지만 맥도날드라면 괜찮겠지 싶었다. 어차피 저나 나나 흩어지는 순간 눈물의 혼밥 하는 거다.


맥도날드로 향하던 길. 나는 문득 녀석의 점심 메뉴가 궁금해졌다.


"야, 조지. 너 오늘 뭐 싸왔는데?"

"아, 나 코리안 누들 싸왔어."

"???"


듣자 하니 신라면을 싸왔다고 하는 모양. k-푸드가 꽤 유행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해보니 너 뜨거운 물 필요하지 않니? 하지만 조지, 한사코 필요 없다고 한다. 미리 만들어 왔다며.


도무지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었던 나. 모든 수수께끼는 녀석의 도시락 뚜껑이 열리며 해소되었다.

조지표 신라비빔면. 먹을만 하다는 것이 포인트다.


그렇다. 조지는 면발을 미리 삶아왔던 것.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진 모르겠지만 최소 5시간은 지났을 라면의 면발은 아직 탱글탱글했다. 그 생면에다가 수프를 뿌려서 파타야처럼 비벼서 먹겠다는 것이었다. 마치 파타야처럼 두 개의 삶은 계란과 함께.


"원래 이렇게 먹는 거 아니야?"

조지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태국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 조지...왜 포장지 뒷면의 레시피를 읽지 않는 거니?

한사코 먹어보라는 유에   먹어봤는데, 이건   먹을만한 거니...(라면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인가).


서로 충격을 받은 두 사람. 조만간 조지를 불러서 신라면을 제대로 한 번 끓여줘야겠다. 조지야..그렇게 먹어도 맛있긴 한데, 끓여먹으면 극락을 보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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