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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Mar 17. 2022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것의 3가지 의미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며 깨달은 것

여느 대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 같다. 대학교 성적보다는 공모전 수상이, 대학생 신분으로 대기업 홍보단 체험단을 하기보다는 실무자로서 직접 가치를 만들고 맨 땅에 부딪혀가며 배우는 게 더 짜릿했다. 두꺼운 전공서적을 달달 외우는 건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전공서적보단 실무서적을 더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공부머리보다는 일머리가 잘 굴러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렇게 공모전과 창업을 도전하다 보니, 대학생/대학원생 창업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국제대회 본선에 진출해보기도 했다.

헐트프라이즈 본선진출 기념 상장
헐트프라이즈 포커스 기사 (출처: 경희대학교, 2019.7.12)


내가 선택하고,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은거란 걸 비로소 확신하게 되는 계기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나에게는 공모전과 대회 수상경력이 쌓였고, 창업강연 섭외가 들어오기도 하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바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대학교 4학년 1학기때부터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뛰어들었고, 4학년 2학기때는 스타트업 첫 직원이 되어 학업과 병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스타트업 첫 직원이 되었는데,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것은 나에게 이런 의미가 있었다.


첫째. 미니 CEO가 된다는 것

스타트업에서 첫 직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CEO가 된다는 말과 같을 정도로 바쁘다. 

회사에 필요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부터 생각해보면 시장조사부터 투자유치, 상품 매입과 계약, 판매관리와 재고관리, 각종 행정업무, 인력 채용, 협력사와 좋은 관계 유지하기, 서비스 기획, 유저 인터뷰 등...

생각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한 번은 이사님이 나에게 물었다. "한주씨는 극초기 스타트업에 와서 무엇을 얻고싶었어요?"

나는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답했다. "돈 들이지 않고 창업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그 말이 발단이었는지, 스스로 지금 내가 여기에 왜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은 듯 싶었다. 이 곳에서 나의 가치는 예비 창업가로서의 안목과 폭발적인 에너지 딱 두가지였다. 이왕 이 곳에서 시작한 거, 내 손으로 회사를 키워보자는 심정으로 매달렸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5시 반에 기상해서 7시에 회사에 도착해 점심도 거른 채로 일하고, 저녁 11시가 다 되어서야 차가 끊기기 전 부리나케 버스를 탔다고 하면 전달이 될까. 투자를 유치하는 시즌이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회의를 했고, 주말에도 하루 평균 12시간은 IR에 매달렸다. 잠잠해졌던 역류성식도염까지 걸려서 앓아 누웠으니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시간과 열정이 성공의 척도는 아니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몸소 느꼈다. 몸으로 때우던 당시의 나는 불나방처럼 달려들었고, 그런 노력이 인정이라도 받듯 회사 통장 잔고에는 '0'이 10개가 찍혔다. 회사가 투자를 받는다는 건 많은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와 희망을 사는 것이고, 신뢰와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미 되는 사업이라는 fact data로 증명해야 했다. 그러니 그 과정을 만드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과 운이 필요하다는 걸 몸소 느꼈다.




둘째.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라는 것

'회사'를 성장시켜야만 했던 이유는 '나'의 성장을 위해서였다.

경주마처럼 달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2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어느새 내 주변에 30명의 동료들이생겼다. 침삼키는 소리까지 들리던 조용한 사무실은 어느새 이어폰을 끼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시끌벅적해졌고, 혼자 사무실 근처를 전전하거나 라운지에서 대충 때우던 점심시간은 어느 새 강남역 근처 맛집을 뽀개러 다니는 즐거운 시간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늘어나는 동료들과 점점 커지는 사무실을 보면서 내가 한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그 성장하는 모습이 내가 만든 모습이라는 것 만큼 보람된 일이 없다. 늘어나는 회사 통장잔고와 직원 수, 고도화되는 서비스를 보면서 '아 이게 회사를 키운다는 거구나'를 느꼈다. 첫 직원으로서 회사가 30배 성장했다는 건, 곧 내가 30배 성장한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년 전 나를 되돌아보더라도 계약서 하나 볼 줄 몰랐었는데 2년이 지난 당시의 나는 계약서를 만들고 있었다.




셋째. 나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는 것

나는 나를 누가 성장시켜주기보다는 스스로 성장하는 경험을 하고싶었고,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몰두한 결과 아주 빠르게 J커브를 그려나갔다. 그렇게 나는 내 가치는 내가 하기에 따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라는 걸 스타트업에서 맨 땅에 헤딩하며 배웠다. 


시간과 열정을 갈아넣었던 2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았던 것일까, 나는 회사에서 꾀 큰 프로젝트를 리딩하게 되었다. 평소에 존경하던 재무팀 리더와, 시니어 개발자와 호흡을 맞추며 백엔드 프로덕을 기획하게 되었다. 시니어분들과 협업을 하면서 그 분들의 경험에서 쏟아져나오는 인사이트는 나에게 엄청난 자양분이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일 잘하는'시니어분들과 호흡을 맞추던 나의 시간은 하루가 한 달 같았다. 그렇게 백엔드 프로덕을 기획하면서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 큰 시스템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고, 프로젝트를 리딩했던 경험을 인정받아 그동안 꿈에 그리던 회사에 경력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좋은 직원은 떠날때 가장 아쉬운 법이다. 대표님과 직장 동료들이 항상 되든 안되든 애쓰고 어떻게든 사업을 끌고나가려 노력하는 나를 응원해주었듯, 회사를 떠나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내 선택 또한 응원해주었다.

회사를 떠날 때 대표님의 응원
가장 오래 같이 일한 동료의 응원


동료들이 있어 상호작용을 하며 이룬 성장이었기에 더 가치있었다. 회사를 떠날 때에도 그동안 힘들었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보다 더 실력있는 동료들이 회사에 남아 내가 닦아온 길을 더 빛나게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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