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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Mar 28. 2022

스타트업vs대기업

스타트업은 대기업이랑 어떤 점이 달라? 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

내가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다. 

"스타트업은 어때? 대기업이랑 어떤 점이 달라?"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대학교 동기는 모두 슬슬 취업을 준비할 시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당시 나는 대기업을 가본 적이 없어서 대답을 못하고 스타트업의 특징만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서야 둘 다 경험한 입장으로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주니어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서술한거니 '그렇구나' 정도로 참고만 하기를 추천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목차:

1. 연봉

2. 복지

3. 업무 환경

4. 업무 강도

5. 업무 스타일

6. 동



1. 연봉

연봉은 회사마다 다르고 직군 별로 또 천차만별이다. 워낙에 민감한 주제이다보니 이렇다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간혹 외국계 무역회사 중에서는 IT회사가 아닌데도 초봉이 8천만 원인 곳도 봤으니 잘 찾아보길 바란다. 그래도 내가 보고 들은 보통의 한국 회사를 기준으로 보자면 이렇다.


스타트업

연봉 하한선이 최저시급 정도로 굉장히 낮을 수 있다. 보통 이런 경우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거나(투자받기 전) 에이전시가 그렇다. 그런데 연봉 상한선도 대기업 임원을 뛰어넘을 정도로 굉장히 높다. 회사가 투자를 받고 내가 그 안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웬만한 대기업 연봉 정도까지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임원이 직원의 노고를 얼마나 인정해주는지에 달린 문제이고, "스타트업에서 4년 만에 C레벨이 되어 연봉 1억 찍었어요" 같은 광고에 나올 법 한 망상은 깨길 바란다.


대기업

초봉이 높다. 막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 지원부서 기준 4천대 초중반 정도가 보통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급여 인상률이 물가상승률과 비슷하다. 연봉 1억은 잘 모르지만 10년 차 정도 되어야 가능하다고 들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연봉 차이



2. 복지

복지는 대체적으로 직원에게 지원할 여건이 되고 제휴를 많이 맺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비해 좋은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회사마다 굉장히 다르다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복지 종류는 다르지만 복지정책에서 중요하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하는 부분은 '회사 분위기가 자유로운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 복지가 얼마인가' 두 가지이다.


스타트업

대부분의 스타트업 채용공고의 복지란을 살펴보면 커피&다과, 스터디비 지원, 직원의 성장에 신경쓰는 회사의 경우 도서비나 사교육비 지원이였다. 일례로 내가 다녔던 스타트업의 경우 연 2백만 원 한도 내에서는 교육비 전액 지원을 해주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조금 성장한 규모의 스타트업의 경우 복지가 굉장히 좋은 곳도 많다. 아래는 원티드에서 발췌한 무신사스토어의 복지수준이다.


스타트업 복지

개인적으로 빨간색 박스를 친 부분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복지라고 생각하고, 박스 윗부분이 회사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복지인 것 같다. 또 회사에서 내세우는 복지는 미끼로 쓰는 허수가 많기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계약사항에 있는지 꼭 확인하고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나머지는 너무 기본적이거나 해당되는 직원이 거의 없어서 돈이 나갈 일이 거의 없기때문에 있어보이기 위해 내세우는 복지이니 신경 안 써도 된다.


대기업

대부분의 회사가 현금성 복지 연 1천만 원 내외 정도이다. 그러나 신용카드 복지를 제외하고 교육비나 할인, 쿠폰은 쓸 여건이 되는 사람만 쓸 수 있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어학교육비보다는 직무교육이 더 좋은데 태생이 외국계다 보니 어학교육에 포커싱 되어있어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쿠폰 또한 자사몰이나 계열사 몰에 한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3. 업무 환경

자꾸 하는 말인 것 같은데 이것도 회사마다 다르다. 나는 오히려 스타트업에서 업무환경이 사무실 지정석에서만 8~5시에 모두 일해야 해서 빡빡하다고 느꼈고,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은 외국계였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일하는 장소(사무실이나 재택) 모두 선택 가능해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런데 은행이나 금융업, 카드사에서 일하다가 온 동료들은 이전 회사에서는 점심시간 1초라도 어기면 사유서를 써야 할 정도로 빡빡했다고 들은 바 있다. 회사 풍에 따라 너무 달라서 이건 회사 면접 때 물어보기 바란다.



4. 업무 강도

이건 부서마다 다르다. 공통적인 건 원래가 바쁜 회사, 널널한 회사는 없다. 모든 회사는 바쁘고 일이 많은데 일이 없다면 내가 할 일이 없을 뿐이다. 바쁘고 사람이 필요하니까 나를 뽑은 거다. 다만 입사 후 시기에 따른 업무강도에 차이는 있다.


스타트업

평균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은 게 대부분이다. 하루 8시간 근무는 상상할 수 없다. 정말 바쁠 때는 하루 13~15시간 정도 일했던 것 같다.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아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 사람의 퍼포먼스가 더 잘 보이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인당 업무가 많기때문에 당장 그 사람의 자리가 비면 일이 진행이 안 된다. 그래서 처음 사람이 들어오면 인수인계 후 바로 실무로 넘어간다. 인수인계 시기는 전임자가 얼마나 여유를 두고 하느냐에 따라 3일이 될 수도, 3주가 될 수도 있다. 내가 다니던 스타트업은 1주일 정도였던 것 같다. 


대기업

모든 회사를 '평균'냈을 때 업무강도가 스타트업에 비해서는 낮은 것 같다. 그러나 전사적/팀 내 업무 스케줄에 따라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거나 마감업무를 하는 시기에는 날밤을 샐 때도 있고, 정말 일이 없을 때는 8시간만 일하기도 한다. 시스템화 되어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비어도 그 사람을 대체할 사람은 많다. 대규모로 톱니바퀴 돌듯 일이 진행되기때문에 누군가 부재할 경우를 대비하여 여유있게 인력을 가져가는 것 같다. 신입으로 입사하거나 경력직으로 이직한 경우 3개월 정도는 적응하는 기간으로 두고 업무를 많이 주지 않는다. 이 기간은 교육, 인수인계, 스터디 기간인데 최대한 회사 시스템 최적화된 사람으로 모드전환하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 그러나 적응기간을 3개월이나 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존의 레거시 시스템을 습득하는 것이 좋다. 



5. 업무 스타일

스타트업은 백지 PPT이고 대기업은 템플릿 PPT라고 보면 된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방향으로 내 포트폴리오를 그릴 수 있는 게 스타트업이고, 이미 정교하게 짜인 시스템 속에서 운영하는 일을 하거나, 그 시스템을 커스터마이징 하는 일을 하는 게 대기업이다.


스타트업

나에 대한 회사의 기대가 높지 않은 채로 들어가기 때문에 회사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걸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다. 내가 하기에 따라 스스로 내 업무를 만들 수 있다. 포지션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어서 아직 포지션을 확고하게 정하지 못한 초년생에게 좋을 것 같다. 가끔 운이 좋으면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 인수권이 주어지므로 일확천금을 노릴 수도 있다. 그런데 비상장주식은 매각이 어려우므로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대기업

상사가 주니어를 얼마나 믿고 맡겨주느냐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달라지겠지만, 확실히 나는 '당연히 이건 내가 판단하고 처리해도 되겠지' 생각해서 처리한 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기존 레거시를 아는 건 상사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업무 결과를 보고하고 허락을 맡아야 한다. 답답할 수 있지만, 그 시스템 속에서 큰 그림을 보려고 노력하면 큰 시스템을 배울 수 있다. '체계적으로' 일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어디를 가든지 써먹을 수 있는 스킬이 된다.



6. 동

동료는 유일하게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게 동료이든 상사이든 어디에나 xxx는 있다는 사실. 마치 명문대학교를 들어가도 "이렇게 자유자재로 정신이 신비로운 아이들이 어디 있다 지금 나타난 걸까"생각이 드는 것처럼, 어딜 가든지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존재한다. 그 사람이 없어져도 쌀벌레처럼 계속 생겨날거다. 그렇지만 그만큼 20년 지기 친구보다도 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만나기도 한다. 확실히 같은 힘듦을 겪어서 그런지 그 회사를 다닐 때만큼은 베스트프랜드였던 것 같다. 이직을 해도 친구로 지내는 친구들도 있다.




ps. 취업 준비나 이직 준비를 하는 주니어는 당장 눈 앞에 주어진 과제가 취업이기 때문에 달성하면 해결되는 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다 길고 넓게 보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일찍 취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게 당장은 부러워보일 수 있겠지만 꼭 좋은 건 아니라는 거다. 초반에는 아주 빠르게 성장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자아도취에 결국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한 채로 시니어가 되어서야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는 분들을 많이 봤다. 사실 실무에서 써먹을 수 있는 스킬적인 부분은 1,2년이면 배우고도 남는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결정적인 의사결정의 순간에 지식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분들은 극히 드문데 그 분들의 공통점은 20, 30대의 대부분을 공부하고 생각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으며 죽을 만큼 힘든 과정을 참고 견딘 분들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니 취준생, 주니어 우리모두 너무 조급하지 말고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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