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4년 된 회사생활 중 이직을 2번 했지만, 아직 이직하고 처음 일을 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감이 안 온다. 답은 없겠지만, 뭔가 입사 동기 다 일을 하고 있는데 나만 맹하게 있는 건가 하고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하는 순간이 온다. 그게 바로 입사 후 첫 1주일 후이다.
처음 입사하고 2~3일 정도는 회사 '생활'적인 부분에 있어 온보딩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동료 얼굴 익히고 다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회사를 옮긴다는 게 단순이 위치랑 사람만 바뀌는 게 아니라, 사용하던 툴, 언어, 일하는 방식, 의사소통 방식, 질서 모두가 바뀐다. 특히 오래된 대기업에서 생긴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으로 옮길 경우 더 큰 혼돈 속에서 적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직을 한 첫 1주일은 다른 나라로 이민 온 느낌을 지울 수없다.
지금 옮긴 조직은 나이, 연차, 이전직장, 학교 아무것도 앞으로 일 하는 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곳이다. 어리고 능력이 좋은 사람에게 최적의 직장인 샘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책임감은 있는지, 의사소통은 잘하는 편인지 등 모든 것을 새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오늘이라도 일을 하면서 내가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도,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할 수가 없다.
아마 1주일 차가 해야 하는 일은
- 각종 프로그램 권한 신청하기
- 우리 부서, 팀 소속 파악하고 같이 일 할 동료들과 인사하기
- 법인카드, 명함, 사무용품 등 신청하기
- 온보딩 교육 듣기
- 히스토리 파악하고, 어떻게 소통하는지 감 잡기
정도 일 것 같다. 사실 1주일 차에게 바라는 것은 없고 적응을 잘하도록 생활적인 부분에 신경 쓰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조직은 2주 안에 뭔가 실행해 보고 실패해 보기를 권하는 빨리 시도하고 빨리 실패해 보는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이때부터 1주 차와는 다른 느낌으로 초조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데이터 구조와 우리 팀이 관리하는 시스템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았는데 뭔가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불안함 말이다. 뭔가 팀원들에게 '오 역시 잘 뽑았어. 널 우리 부족원으로 받아들여주겠다'하는 인정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사실 아무도 푸시하지는 않지만 그냥 잘하고 싶은 마음에 혼자 그렇게 느끼는 거였다. ㅎㅎ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실 팀원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모르는 것은 알려달라고 많이 물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좀 부끄러울 수 있겠지만 나중에 모르는 것보다는 지금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며 물어보고 다니는 편이 적응을 빨리 하는 방법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2주 차는 정말 물음표 살인마였다. 지켜보던 다른 팀원도 "한주님 잘 적응하고 있어요? 뒤에서 들어보면 다 잘 모르겠어요...로 끝나던데요?"라고 할 정도였다.
3주 차에는 지금까지 퍼즐조각처럼 떠돌아다니는 정보들을 한판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노트에 내가 파악한 데이터 구조들을 그려놓았다. 또 2주 차에 개선하면 좋을 것 같은 점을 미니프로젝트처럼 잡아놓았는데, 이런 작은 것들을 시도해 보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맡고 그 안에서 성장하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