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시스템지향적인지에 따른 PM 종류의 구분
1년 전부터 PM들이 800명이 넘게 모여있는 단톡방에 들어가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지켜보았다.
산업군과 직군으로 설정해 놓은 아이디에서도 마치 다른 일을 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너무 다양했다.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사람은 개발자인가? 싶은 PM도 있었고, 디자이너인가? 싶은 PM도 있었다.
현업에서도 PM, PO, TPO, 시스템매니저 등 PM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같은 PM이라고 생각하고 대화하지만 가끔 대화코드가 달라서 머쓱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시스템매니저라고 하는 내 직업도 항상 내가 '회계시스템매니저야'라고 하면 '그게 뭐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럴 때마다 같은 PM이더라도 얼마나 종류가 많고, 하는 일의 영역과 사고방식이 다른지를 설명해주고 싶지만 이내 말을 줄이며 "회계 ERP 비슷한 거 기획해"라고 해버린다.
보통 PM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장바구니 프로세스를 개선해 전환율을 30%나 증가시켰어요'라고 말하는 '외부고객 지향형 PM'이다. 여기에서 외부고객이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으로, 직접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고객을 말한다. 이 외부고객은 개인이 될 수도, 서비스 성격에 따라 기업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이 PM의 주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시스템지향성이 강하거나, 고객이 내부에 있어서 대중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자극적이지 않아서 흥미롭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몇백, 몇천 명의 내부고객이 하루에도 수십 번 사용하는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데이터의 구조가 이쁘게 흘러가도록 구조를 개선하는 사람들이 물 안에서 발을 휘젓고 방향을 틀어주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즉, 모두가 서비스 하나를 바라보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거다.
'PM의 종류는 뭐가 있어?'라고 나에게 물어보면, 바로 떠오르는 내 머릿속의 도표가 있다.
그만큼 경험적 데이터가 축적되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아주아주 간단하고 직관적인 표라고 할 수 있다.
1. 고객의 소리를 듣고, 서비스 트렌드를 따라서 새로운 기능을 제안하는 <외부고객 지향형 PM>
2. 많은 프로젝트들을 관리하며 테크니컬 한 업무지시를 하는 <프로젝트 지향형 PM>
3. 내부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편리한 기능을 구축하는 <내부고객 지향형 PM>
4. 데이터의 흐름, 시스템적으로 결함이 없도록 점검하고 데이터구조의 변화를 제안하는 <시스템 지향형 PM>
종류가 다 다른 만큼 하는 일도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가 필요로 하는 역량도 다를 것 같다.
1. 외부고객 지향형 PM
흔히 PM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이 '외부고객 지향형 PM'일 가능성이 높다.
만족시켜야 하는 대상이 서비스 외부에 있기 때문에 고개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자주 하고 직접 고객이 되어 필드테스트도 하는 등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공감능력이나 이야기를 키워드들로 정리하고, 서비스로 직관적이게 구현되도록 기획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MBTI로 예를 들자면 ENFP...?
2. 프로젝트 지향형 PM
PO(Product Owner)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프로젝트들이 있고, 그 프로젝트들을 작은 단위로 쪼개고 담당자를 배치하고,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진척사항을 관리하는 일을 주로 하는 것 같다. 스크럼마스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프로덕트의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바텀업으로 일이 막 생겨서 서비스 전체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회사가 작은 규모에서 중견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때 필요한 직무인 것 같다. MBTI로 예를 들면 ESTJ...?
3. 내부고객 지향형 PM
인사시스템, 회계시스템, 물류관리시스템 등 회사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고객은 외부고객 지향형 PM이나 프로젝트 지향형 PM과는 달리, 회사 내부에 있다. 직원들이 인사관리를 할 때, 급여를 줄 때, 세금계산서 같은 증빙을 발행할 때, 고객 지표를 대시보드로 볼 때 와 같은 상황에서 이들을 찾는다. 이미 만들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볼 수 있을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MBTI로 예를 들면 ENTP...?
4. 시스템 지향형 PM
TPO(Technical Product Owner)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내부고객 지향형 PM과 중첩되는 영역이면서, 조금 더 데이터/시스템 지향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PM이다. 고객데이터, 사내데이터를 어떤 형태로 축적할지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프로세싱할지, 데이터를 스쿱하는 시점, 오류 발생 원인 개선, ERP와 연동 등을 고민하며 주로 <내부고객 지향형 PM>과 협업을 한다. 내부고객 지향형 PM이 내부고객의 요구사항을 취합해서 기능을 구현한다고 한다면, 이들은 그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의 생성/삭제/수정/변동을 고민한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MBTI로 예를 들면 ISTJ...?
사실 업무 범위가 직무의 종류에 따라 광범위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업무 프로세스랑 역량은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다. 주로 하는 일은 서비스분석-고객인터뷰-서비스기획-테스트-운영안정화로 하는 일은 다 비슷하다. 그저 포커싱하는 대상이 다를 뿐이다. 세부 직무의 분류와 상관없이 모든 PM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는 4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 도메인에 대한 관심
- 목적지향적인 사고방식
- 정답은 없다는 생각(정답은 없고 논리만 있을 뿐)
- 담당영역의 데이터의 흐름 : 최소한 사용자의 액션에 의해 데이터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인식
이 4가지에 대한 역량만 꾸준히 기른다면 결국 영역 불문하고 내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4가지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그래서 이 4가지는 최소한 내가 앞으로 5년, 10년 동안 꾸준히 길러야 하는 역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