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연수

by 이상역

지난해 연말 교통사고를 겪고 얼마 동안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교통사고 후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그간 공로연수를 언제쯤 갈까 고민하다 교통사고를 계기로 깨끗하게 정리했다. 연초부터 공수연수를 일 년 간 보내기로 신청했다.


그에 따라 공로연수 명령을 받고 올해 초부터 쉬는 중이다. 일 년간은 공로연수 계획에 따라 쉬면서 귀촌이나 귀농 교육을 받으며 미래를 위한 일을 설계해야 한다.


공로연수가 좋은 것은 아침에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일어나도 된다는 해방감이다. 그간 직장에 다닐 때는 아침 6시만 되면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곧바로 일어나서 직장에 출근했다.


출근이 사라지자 아침 6시에 눈은 뜨지만 그대로 누워있다 다시 잠을 자고 늦게 일어나도 된다는 느긋한 마음에 아침의 시간이 여유로워졌다.


직장에 적을 두고 지난 삼십여 동안 밥벌이를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다녔지만 잘 다닌 것인지 모르겠다. 대학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직장을 다닌 기간은 추억이 되었다.


그렇게 보낸 수고와 고생을 마치 공로연수를 통해 보상받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로연수는 공무원 신분은 유지하면서 일 년 동안 급여는 시간 외 수당을 제외하고 모두 받는다.


공로연수는 사회에 파견을 보내지만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없다. 대신 공무원으로 사회적 품위는 유지해야 한다.


직장인으로 맡은 업무가 없는 대신 사회인이 되어 생활하며 미래를 위한 계획이나 교육 등을 받으며 일 년을 보내야 한다.


공로연수는 가도 그만 가지 않아도 그만이다. 하지만 제도가 있는데 이용하지 않고 굳이 직장에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기간에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와 계획을 세워 사회인이 되기 위한 연습을 미리 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좋은 것 같다.


요즈음 생활이 단순해졌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가볍게 식사하고 한 시간 정도 산책을 나갔다 온다.

그리고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으면 오전이 훌쩍 지나간다.


이후 점심을 먹고 집안 청소를 하면 오후 두 시나 세 시쯤 된다. 직장에 근무할 때는 시간이 그리 빠르게 흘러간 것 같지 않았는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왜 그리 빨리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집에서 소소하게 무언가를 하다 보면 점심이고 오후에 출근한 아내가 돌아와 둘이서 무엇을 하다 보면 저녁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


물론 공로연수 초기라 시간이 빠른 느낌이 드는 것이겠지만 남은 시간도 정신없이 흘러갈 것이다. 그런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기 위해 집 옆 도서관을 찾아가서 그간 써온 글쓰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직장에 근무할 때는 사무실에서 글쓰기를 하려면 직원에게 눈치가 보이고 누군가가 찾아와 차 한잔 마시자 하면 외면할 수 없어 멈추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누구의 간섭도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 가족 외에는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다. 따라서 공로연수 기간에 책도 읽고 글 쓰는 습관을 들여 일 년을 보내려고 한다.


내가 쓴 글은 작품 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거나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것을 쓰면서 글에 집중하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물론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텅 빈 가슴에 무언가 하나의 대상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글쓰기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물이 생기지 않을까.


사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를 고민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물론 하는 일에 수입이 따라오면 좋겠지만 수입이 없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낫다.


직장에 다니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어 것이 적성에 맞는지도 모르고 그저 맡겨진 업무를 위해 아니면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직장 상사도 없고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어 나를 철저하게 돌아볼 계획이다. 뒤늦게 적성을 찾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도 따르지만 백세 시대를 맞아 앞으로 무수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지금이라도 괜찮은 적성 하나 찾아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공로연수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시작을 잘해야 나머지 기간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2주 동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만 잤다.


직장이라는 적이 없어지면서 마음의 부담감을 내려놓자 잠이 쏟아졌다. 낮에도 졸리면 자고 밤에도 졸리면 그냥 잠만 잤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침에 산책하고 책상에 앉아 있으면 잠이 쏟아졌다. 그간 직장 생활하면서 잠을 자지 못한 것을 보충한다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2주 동안 잠을 자고 나니 머리가 맑아지고 앞으로 무언가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노트북에 글쓰기를 하는 중이다. 마침 아내가 이마트에서 연초 할인행사가 있다며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하나 사 주었다.


글쓰기에 필요한 노트북이 준비되었으니 글쓰기 준비는 마쳤다. 글쓰기를 통해 교통사고 이전의 몸과 마음 상태로 되돌아가고 싶다.


공로연수 첫발을 내디뎠으니 앞으로 나를 위한 글쓰기에 매진하여 새로운 나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 소원이자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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