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따뜻한 기운이 완연해졌다. 오늘은 손주 낮잠 재우기에 실패를 했다. 손주를 재우러 밖에 나갔는데 화단에 핀 진달래꽃을 손으로 '응응' 거리며 가리키는 것을 보고 재우기를 포기했다.
손주네 집 주변에도 꽃들이 화사하게 피었다. 손주를 데리고 베란다에 가서 창밖을 바라보면 자주색과 흰색의 목련과 노란 산수유꽃이 내려다보이고 건넛방에 가면 벚꽃과 매화꽃과 개나리꽃이 눈에 들어온다.
집 주변 꽃들이 손주를 위해 핀 것처럼 세상을 환하게 밝혀 주는 것 같다. 그간 손주의 낮잠 재우기에 거의 실패하지 않았는데 화단에 핀 진달래꽃이 손주가 잠자는 것을 방해했다.
비록 손주의 낮잠 재우기는 실패했지만 그나마 손주가 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나는 지금까지 아기의 육아에 대하여 배우거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다.
시골에 살던 시절 어린 동생을 돌보거나 결혼하고 딸을 안아 키운 경험이 전부다. 아기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떻게 해야 잠을 잘 자는지 등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내가 하는 것이라곤 아기 얼굴 표정과 울음소리와 손짓과 발짓을 보고 눈치로 대응할 뿐이다. 오늘도 손주의 낮잠을 재우러 밖에 나와 아파트 단지 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잠자기를 기다릴 뿐 어떻게 해야 손주가 잠을 잘 자는지 알지는 못한다.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한다지만 손주의 낮잠을 재우는 일은 전략과 전술도 없다. 누군가 손주를 잘 재우는 비결이리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아기띠를 어깨에 걸쳐 메고 손주의 낮잠 재우기를 시도한다. 대부분 손주의 낮잠 재우기에 성공하는데 오늘은 도통 낮잠을 자지 않아 한참 동안 애를 먹었다.
손주는 일주일 단위로 성장해 간다. 봄날에 주변에 화사하게 핀 꽃들처럼 손주도 양가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기를 바란다.
손주가 말을 할 줄 알아야 속이 답답하지 않은데 아직은 말을 배우는 단계라 손주와 의사소통을 하려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봄날의 꽃샘추위가 사라지고 봄꽃이 피어나자 봄나들이 가기에 좋은 시절이다. 요즈음 손주가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해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거실에 나와 손으로 밖을 '응응" 거리며 가리키면 밖에 나가자는 신호다.
그러면 손주에게 옷을 챙겨 입히고 양말과 신발을 신겨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손주도 꽃이 핀 봄날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밖에 나오면 새싹이 나오거나 꽃이 핀 주변으로 가서 활짝 웃으며 바라본다.
내 삶에 손주와 한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허락해 준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 오늘의 이 기쁨을 누리도록 허락해 준 것은 손주와 내가 아니라 우리를 앞서간 조상과 부모님의 은덕이다.
봄날에 활짝 핀 꽃처럼 손주도 꽃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할머니할아버지도 좋아하고 초록의 싱그러운 기운을 전달받아 무럭무럭 자라서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품격 있는 성인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