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달리지는 못해도 가끔 달릴 수는 있을 거야
처음 2개월 동안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뛰어보기 시작했다.
2~3km 정도를 뛰었는데, 숨이 턱까지 차올라 죽을 것 같았다. 그런 시간들이 계속되다 보니 한동안은 내 몸을 구슬려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게 더 힘들었다.
그러다가 3개월쯤 지나고부터는 뛰는 횟수를 일주일에 3,4회 정도로 늘렸다. 나에게 적당한,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조깅 수준의 페이스에 맞추니 호흡이 안정되고 이제 좀 뛸만하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머리끝에서 이마, 등과 어깨를 타고 내려오는 땀이 뚝뚝 떨어지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상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재미가 생겨 거리를 5km, 6km, 7km로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목과 무릎에 탈이 났다.
3년 전에 발목을 삔 이후로 발목 안정성이 좋지 않았는데, 욕심 내서 횟수와 거리를 늘리는 바람에 무리가 온 것이다.
정형외과도 가보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았다. 급성 염증은 사라진 것 같았지만, 원래 좋지 않았던 탓에 말끔히 나아지지는 않는 느낌이다.
그렇게 3주 간을 쉬었다.
2년 전부터 근골격계가 슬슬 삐걱대더니 여기저기가 돌아다니면서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부터는 운동을 해도 아프고, 하지 않아도 아픈 상태가 되었다.
병원에서는 딱히 큰 이상은 없으니 적당한 강도로 무리되지 않게 운동을 하라는데, 이 세상에서 귀신도 절대 알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적당한'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대체 얼마만큼이 적당한 것인가.
한동안 휴식을 취해보기도 하고 스트레칭, 도수치료, 필라테스, 근력운동,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운동을 해봤지만 관절의 통증은 잘 잡히지 않고 이곳저곳 거처를 옮겨가며 아팠다.
해결방법을 찾아 병원, 책, 유튜브를 들락거리며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를 헤매다가 불현듯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단어.
'갱년기'
아... 갱년기가 시작된 건가. 정말? 리얼리?
매일 거울을 통해 육체가 늙어가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조금이나마 중력의 힘을 거슬러 보려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서 위로 쭉쭉 끌러 올리는 처연한 행동을 일삼고 있었으면서도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정말이면 어떡하지?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그러다 시작한 게 조깅이다. 요즘은 슬로우러닝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그야말로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뛰는 거다.
조깅을 시작하고 나서 몸이 싹 나았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체중 부하로 인해 발목과 무릎에 살짝살짝 통증이 생겼다 사라졌다 했다. 하지만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왼쪽 엉치 부분의 통증이 점점 사라지고, 코어가 좀 단단해지는 느낌이 왔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이렇게 조금씩 체력을 키워 다른 운동들을 시작해 보면 좋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발목과 무릎 부상이 온 것이다.
아마 늙음을 부정하기 위해 적당하지 못한 강도로 몸을 못살게 군 탓일 것이다.
3주가 지나고 조깅을 다시 시작했다.
이번엔 무리하지 않고 해 볼 생각이다.
오랜만에 달리던 길을 나가보니 풍경이 많이 변해있었다.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한없이 고래를 떨구고 있었고, 배추는 어느새 몸집을 잔뜩 불렸다. 오리 떼도 겨울준비를 위해 무리 지어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훅 와버린 가을이, 아는 채 할 새도 없이 벌써 갈 채비를 하고 있는 광경에 당혹스러웠다.
이제 왔는데 왜 벌써 가냐고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달리다 걷다를 반복했다. 몸이 아픈 신호를 보내는지 세심히 살피면서 발을 내디뎠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올 때쯤, 파릇한 새싹이 올라오듯 내 몸도 지금보다 좀 더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