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가수 김창완씨가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삶은 매 순간이 퇴적되어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죠. 그런데 그 뒤로 한 10년쯤 지나서였을까요. 김창완씨가 이런 이야기를 하세요. “저는 삶은 매 순간의 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매 순간이 삶이더라구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다시 또 “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죠.
그리고 오늘 어쩌다가 코난 오브라이언의 다트머스대학 졸업식 축사 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죠. 그리고 자신이 11년 전 하버드 대학 졸업식 축사했던 것을 언급하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은 아직도 유효하지만, “그 실패는 두려워하든 말든 우리에게 닥칠 것이고, 그것으로부터 우리는 자신을 재발견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지요. 저는 다시 또 한 번
“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요. 우리의 세상은 어떤 날이면 변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지요. 이토록 변덕스러운 세상, 이토록 변덕스러운 우리니까요.
저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겠구요. 하지만 조금 알 것 같은 건 많이들 변하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어렵게 경험하고, 분명하다 믿는 것들도 어느 순간이면 변하고 만다는 걸 말이에요.
그게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어도 되었던 일들. 어떤 때는 그게 아니어서 더욱 좋았던 일들.
그 사람이 아니면 죽을 것 같았지만,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되었던 마음들, 그리고 그 사람이 아니어도 행복했던 날들.
잠시 그런 것들을 떠올려 봤어요. 당장의 실패와 좌절, 상실을 두고 그것을 달게 마실 수야 없지요. 더욱이 감미롭게 음미하는 건 이상하지요. 하지만 결국은 그게 아니어도 되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는 걸 생각하는 날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프고 괴로운 날에야 이런 말들은 귀에도 안 들어오지요. 당장 피가 철철 나고 아픈데, 무슨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겠어요. 게다가 흉이라도 지면 아팠던 기억이 떠오를 테죠. 하지만 말이죠. 나중에는 정말 모르는 일이죠.
우리가 생각하고 고집했던 것들이 이뤄지지 않고, 실망 가득한 마음으로 오늘이 지나가지만, 머지않은 날에 웃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세상은 금세라도 변하고, 우리 또한 꽤나 변덕스러워서 말이죠.
괜한 위로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대로 끝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너무 괴로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실패는 괴롭고, 실연은 아프지만 그 때문으로 다음을 놓을 수는 없어서 말이죠. 어느 노래 말마따나,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지난 인연은 앞으로 만날 인연을 위해 의미가 있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