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말이에요.

사랑꾼들

by 서량 김종빈

B : 아, 날씨 좋다.

U : 아, 정말 날씨 좋네요.

B : 그렇죠? 날씨 좋죠?

U : 네, 날씨 정말 좋네요.

B : 아, 사랑하고 싶다.

U : 아, 정말 그러네요.

B : 그렇죠? 아, 사랑하고 싶다. 아니다, 그래도 그게 그렇게 쉽게 할 건 아니네요.

U : 왜요, 그냥 하면 되는 거죠.

B : 에이, 그게 그냥 막 되나요. 사랑만 먹고 살 것도 아니고.

U : 그래도 저는 사랑만 먹으며 살아보고 싶네요.

B : 저도 예전에는 사랑만 먹고도 사람들 다 어떻게든 살아지는 줄 알았는데 그거 되게 어려운 거더라고요.

U : ...

B : 사랑만 먹고살다 보면 그 사랑이 떨어지면 쫄쫄 굶어야 하잖아요.

U : 계속 사랑하면 되죠.

B : 그러야 되죠. 근데 가끔씩은 없어서 바닥이 드러나는 날도 오잖아요.

U : 그렇기는 하죠.

B : 그러면 그런 날은 밥도 먹고, 혼자서 약도 먹고, 가끔은 친구들이랑 커피도 먹고 그래야죠.

U : 그렇죠.

B : 그렇죠. 사랑을 먹고 사는 게 제일 좋죠. 근데 사랑만 먹고살기는 좀 그래요. 그러다 사랑이 잠시라도 떨어지는 날에는 몇 날 며칠을 굶어야 될지도 모르고, 그렇잖아요.

U : 아 그래도 날씨가 너무 좋네요.

B : 그러게요.


스무 살 적에는 그게 참 쉬웠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참 쉬웠다. 사랑만 먹고도 어찌어찌 살아진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알았다.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라는걸, 그리고 그게 그렇게 쉬운 것도 곤란하다는걸.


외로워서 사랑하면, 외로움이 가시자 사랑도 끝났다. 날씨가 좋아서 사랑을 하면 날씨가 흐려지자 사랑이 끝났다. 꽃이 피는 날 시작한 사랑은 꽃이 지며 끝나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번 계절이 돌고 나니 사랑이란 말을 선뜻 쓸 수가 없는 지경이 왔다. 좋아하는 마음, 사랑의 열렬함만으로는 사랑할 수 없게 되는 의심암귀에 빠져버렸다.


그래봤자, 순전히 내 사정이지만, 나는 그랬었다는 거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사랑만 먹고사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은 것이 진심.


B : 그냥, 좋아한다고 해요.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그게 뭐 별건가요. 저는 무식해서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면 이름 물어보고, 같이 밥 먹자고 하고, 지난밤 잠은 잘 잤는지 안부 묻고,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도 하고, 그러다 사랑한다 하고, 그런 거 아닌가요.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지만 사랑 없이 살 수도 없으니까, 계절을 여러 번 돌아서도 다시 사랑인 거지. 의심으로 한껏 흔들린 들 결국에는 그 자리에 있으니까 다시 사랑이겠지.


나는 아직도 이 모양이지만, 부족한 찬으로 꾸린 식탁에도 사랑이 있더라. 볕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에도 있고, 자는 시간마저 부족한 일상에도 사랑은 있었지.


세상 좀 모자라고 부족한 모두에게도 그렇게 사랑은 있더라.


추신, 오늘 사내 둘이서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랑이 어쩌니 하며 젤라토를 한 입에 털어 넣었다.